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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졸업’에 비친 베이비 부머 강남 키즈의 한국인 심리?!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4. 6. 14. 18:08

-100세 시대의 한국인의 인식 구조의 변화

 

드라마 졸업에서 남자 주인공 이준호(위하준)는 어느 날 갑자기 잘 다니던 대기업 직장을 그만두고 학원계 진출을 선언한다. 이 같은 선언에 친구는 물론 학부모도 의아하게 생각하며 완강하게 반대한다. 당연한 노릇이었다. 누가 봐도 누구라도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을 다니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준호가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직장생활이 어렵지 않다고 말하는 이준호였다. 이준호의 힘든 직장생활을 묻는 아버지에게 되려 직장생활이 어려우셨냐고 반문을 한다. 이에 대해 우물쭈물 아버지는 대답을 피하고 자리를 뜨기도 한다. 좋은 직장에 적응도 잘해 문제가 없던 이준호는 왜 학원 강사로 나서는 것일까. 특히, 스승인 학원 강사 서혜진(정려원)이 그렇게 뜯어말리는 데도 말이다. 심지어 서혜진은 자신의 학원 신입 공채 오디션에서 이준호를 일부러 떨어뜨리려 한다. 이러한 서혜진의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이준호는 당당히 학원 입성에 성공한다.

 

이준호가 학원에 발을 들여놓고자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돈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강남 대치동에 살며 아파트도 있는데 무슨 돈을 버냐고 묻는다. 그러자 이준호는 단호하게 말한다. 그 아파트는 자신의 것이 아니다, 부모님의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직장이 대기업이라 해도 직장을 다녀서는 아파트를 장만할 수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학원계에 진출해 돈을 많이 벌 것이라고 한다. 이런 말에 주변 사람들은 더는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그런 이준호의 인식에는 이해도 하고 공감을 하는 셈이다. 정말 이준호가 학원가의 최고 일타강사가 되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지는 그 이후의 문제였다.

 

이런 이준호의 인식은 한국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었다. 우선 강남의 학원가에 매달리는 이들은 자수성가의 중산층과 그 자녀라는 점이다. 그들은 대학을 통해 자신들의 사회적 입지나 지위를 유지 증대해야 한다. 즉 자산이 많다면 애써 대학 진학이나 대기업 취직에 몰방하지 않아도 된다. 단적으로 빌딩을 여러 채 받아 임대료로 생활을 하거나 사업체를 물려받아 경영자로 나서면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불안한 계층 의식 구조에 있을수록 필사적으로 사교육에 몰입하게 된다. 최소한 지금 누리고 있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 학원 수강은 강력한 기초 토대가 된다. 따라서 공교육보다는 학원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하는 현실을 탓하지 않는다. 결과만 좋다면 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준호는 학원가에 몰리는 돈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자신 있게 말한다. 그는 필요한 상품을 제공하고 돈을 받는 수요 공급의 시장 법칙에 따를 뿐이다. 다만, 서혜진이 강조하듯이 시장에서 살벌한 경쟁과 다툼을 이기고 생존해야 한다. 그것을 능히 감수하려는 이준호의 자신감은 바로 자신이 성공 사례의 주인이어서다. 내신 8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기 때문이다. 이준호는 결국 교육이 갖는 사회 경제적 재생산이 아니라 경험재와 스펙 판매를 통한 사교육의 재생산 구조를 공고하게 한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부모 세대의 달라진 현실이다. 이제 100세 시대가 되면서 은퇴 후 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따라서 이전처럼 부모가 세상을 떠나고 자녀에게 유산을 남길 수 없다. 부모들은 자신이 번 돈을 다 쓰고 죽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지만, 세계적으로 베이비붐 세대들은 늘어난 수명 때문에 오히려 저축을 더 많이 하고 소비를 줄이고 있었다. 노후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 부모들의 노후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집 한 채인 경우가 많다. 아무리 강남에 집이 있어도 이런 현실이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부모 봉양에 아이들의 사교육까지 책임졌으니 현금성 자산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준호가 학원가에 진출하고 부모는 끝까지 반대하지 못한 것이다. 비록 강남 학원가의 모습을 통해 일면을 볼 수 있었지만, 한국이 전면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드라마 졸업은 공교육과 사교육의 혼돈과 갈등 상황은 물론 한국 사회의 계층적 불안 의식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한국인들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도 생각할 수 있다. 다만, 로맨스 드라마라는 점에서 이런 화두들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으며 자칫 사교육을 합리화할 수 위험도 있다. 대한민국의 첫출발이 사교육에 의존한 때문이지만, 그 쓴 열매의 대가는 분명 우리는 물론 미래 세대가 감내해야 할 운명이다. 덧붙여 공교육 학교 배경의 드라마는 비록 학교폭력에 연관되어 많이 등장하지만, 학생들이 많은 시간 보내는 학원은 제대로 그린 적이 없다. 이런 점에서 학생의 시각에서 학원의 모습이 결핍된 점은 드라마 졸업에서도 여전하다. 마지막으로 이준호는 서울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학원에서 돈을 벌 거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서울 밖은 지옥이라도 되는 걸까. 그럼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이 드라마 서울 중심주의를 조장하고 강화하는 점은 인기가 높아질수록 비례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