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

문화 공유지에서 팬덤 리터러시 필요.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4. 6. 13. 10:26

-팬덤의 룰을 생각해야 지속가능하다

 

1968년 개릿 하딘(Garret Hardin)사이언스(Science)’ 지에 발표한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은 이기적인 가축주들 때문에 공유지가 붕괴하는 현상을 다뤄 주목을 받았고, 이를 응용해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이 공유자원 공동체 관리 사례들을 연구해 2009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의 연구 핵심은 각자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열정을 다하는 것이 나중에 자칫 부정적인 영향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서로 협력하고 공조할 수 있다는 것. 엘리너 오스트롬은 공유지를 잘 관리하는 사례 분석을 통해 대안을 집대성하고 있으므로 단순히 현상을 지적하거나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천적이고 해법적이라는 데 그 특징이 있다. 특히, 공유자원관리에서 법과 제도도 중요하지만, 공동체 구성원이 갖거나 느끼는 명예, 도덕, 의무, 신뢰 등을 담는 공동체의 합의와 가치가 지켜지는 것이다. 이러한 공유지의 비극과 실천 대안 모색을 팬덤 문화에 적용할 수도 있다.

 

각각의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지원하고 성장시키려고 한다. 가수의 경우 앨범이나 음원, 콘서트 티켓 구매는 물론이고 굿즈 구입이나 팬 미팅 참여도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중복 구매나 앨범 기부 등은 물론 영혼 보내기도 한다. 이런 행위들은 각 개인의 만족감을 증대시킨다. 하지만, 생각하지 못한 사회나 산업 전체에 걸친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팬미팅에 참여하기 위해 대량으로 구매하는 포토 카드 내장 앨범은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초동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중복 구매는 사실상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중복으로 구매한 앨범을 원하지도 않는 사회 기관에 기부하여 이중 처리 비용을 발생시킨다. 차트 순위를 올리기 초기 입지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은 팬으로서 당연해 보이지만, 사회 전체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음악이 선보일 기회를 위축시킨다. 따라서 획일적인 음악 풍토를 낳고 다른 음악적 취향을 가진 이들을 소외시키거나 배제하게 된다. 심지어 과도한 경쟁의식으로 상대 아티스트를 비난하거나 공격하기도 한다. 거꾸로 자신의 스타에게는 무조건적인 옹호와 찬사를 쏟아낸다. 단순히 물의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형법상의 범죄를 일으켜도 인정하지 않거나 남 탓을 하면서 무조건 감싸기만 한다. 정당한 보도와 지적에도 비난은 물론 악플 사례를 일삼는다. 이러한 행태는 결국 자신의 스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팬덤의 확장은 없고 계속 작아질 수밖에 없다. 케이팝 전체는 물론이고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화시키게 된다.

 

어느 때보다 팬덤 문화의 확산에 따른 팬덤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이는 적절하게 지속 가능한 팬덤 문화의 원칙들을 숙지하고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팬덤 활동에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매너와 에티켓이 있다. 자신의 스타를 보호하기 위해 우월적 지위 심리를 갖고 상대방에게 표현의 자유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 비록 요청할 사안이 있다면, 기본 원칙과 절차를 밟아야 한다. 각 스타의 팬 개인의 활동은 전체 음악 산업이나 문화계의 공존 공생을 생각해야 한다. 문화적 공유지를 지켜야 모두 상생할 수 있다. 예컨대, 중복 구매와 앨범 기부 등은 오히려 한국 음악 산업과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뿐이다. 이러한 행태를 그대로 갖고 있다면, 그래미 어워즈 수상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케이팝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공신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끊임없이 현재도 의심을 받고 있기에 확장성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팬덤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단순히 빌보드에서 1위를 하는 것은 이제 별 의미와 가치를 갖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며 확장성이다. 올바른 팬덤 리터러시를 갖는 팬문화가 성립할 때 케이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 산업이 올바르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팬덤만의 잘못은 아니다. 소속사도 매출액과 주가 견인을 위해 팬덤을 이용, 서로 1위 다툼만을 벌여온 결과이다. 각각의 명예에 따른 네임벨류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 도덕적 의미를 통해 신뢰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돌아온 위기에 대해 인지하고 협력하고 공조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