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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왜 노인 범죄를 다뤄야 할까요?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4. 6. 26. 12:21

 

-드라마가 노인 대상 범죄를 다루는 법.

 

드라마는 단지 엔터테먼트를 위한 콘텐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재미만 있으면 되었다가 대리충족을 위한 콘텐츠라는 시선이 있다. 그렇다고 묵직한 메시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사회적 주제의식을 전면서도 재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런 드라마들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크래시는 독특한 소재로 화제를 불러 모았다. 범죄 수사물이었지만, 교통 범죄를 중심으로 활약하는 남강 경찰서 TCI팀의 활약을 그리며 민생을 어렵게 하는 교통 범죄의 민낯을 드러내 주었다. 그 가운데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노인 교통사고였다. 단순 보행 사고인 줄 알았는데, 수사해 보니 형사 합의금을 노린 노인 범죄였다. 주로 혼자 살고 있고 자녀가 없어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할 수 없는 노인이 범죄의 표적이 되었다. 이런 소재를 통해 노인 대상 범죄에 대한 인식을 좀 더 넓혀주었다. 노인 대상 범죄라고 하면 응당 보이스 피싱 등이 연상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를 통해 고령사회와 독거노인의 증가가 불러오는 사회적 취약성을 생각할 수 있었다. 실제로 보행 시 노인의 교통사고가 증가일로에 있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201912000명의 노인 보행 중 교통사고는 20209739건으로 감소했는데, 이는 코로나 19팬데믹으로 외출이 자제 되었기 때문으로 보였다. 20219893명으로 늘었고 20221만 명을 돌파했는데 2023년에는 1921건까지 증가했다. 노인 교통사고의 비중도 문제다. 전체 보행자 사고 가운데 노인이 30%를 차지하고 사망자는 60%를 넘을 만큼 치명적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노인 보행 사망자 588명 가운데 58.5%가 횡단 중 사고였다. 이외에 차도 통행(14.4%), 길 가장자리 통행(3.5%) 순이었다. 이는 단순히 취약한 도로에서 불우한 노인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만큼 노인들이 보행 가운데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커졌고, 때에 따라서는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드라마 등은 과거의 사례를 반영하는 경향이 강하다. 드라마 크래시에서도 언급하지만, 형사 합의금을 노린 범죄는 이제 불가능하게 제도가 바뀌었다. 도로와 보행 환경이 사고는 물론 악용될 소지가 있는 점은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한편, 노인 범죄를 다루는 드라마로는 모범택시 2’도 있었다. 특히 3회에서 노인사기단을 통해 종합적으로 보여주었다. 노인을 모아 놓고 효도 공연을 한 뒤 하자가 있는 물건을 비싸게 파는 수법, 핸드폰 개통 뒤 통신 요금 폭탄을 안기게 하거나 고가의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방식이 등장한다. 이런 내용은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묶어냈다. 드라마에서는 이임순 할머니의 이름으로 카드를 만들고 물건을 대량 구매한 뒤 이임순 할머니의 집에 그 물건을 보관하게 하는가 하면 임시로 그 물건들을 팔게도 한다. 하지만 그 물건들은 폐가전이었고, 이임순 할머니는 급기야 완벽하게 경찰에 사기꾼으로 몰린다. 여기에 더해 사기단은 이임순 할머니 명의로 핸드폰 6개를 구매해 게임 아이템 천만 원어치를 사서 이득을 취한다. 졸지에 벼랑 끝에 몰린 이임순 할머니에게 사기단은 목숨을 버려야 끝난다고 가스라이팅 시킨다. 상황은 매우 극단적이지만, 하나하나 보면 현실에서 일어났거나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이임순 할머니도 일이 생겼을 때 도와줄 수 있는 이가 없는 취약성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드라마에서는 악질 사기단을 주인공이 크게 혼내 주면서 통쾌하게 마무리된다. 현실에서도 드라마처럼 이렇게 통쾌하게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현실에서 항상 이렇게 마무리가 되지 않기에 드라마가 이렇게 다뤄낼 때 간접적인 만족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노인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긍정적인 역할이 있을 것이다. 드라마와 같은 대중문화 콘텐츠가 단지 대리만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관심을 두고 해결 의지를 모아야 한다. 이것이 사회적 의제 설정과 이에 대한 여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한국은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초고령사회는 인구의 20%65세 이상인 사회를 말한다. 2025년이면 몇 개월이 남지 않았다. 누구나 노인이 될 수 있는 사회에서 범죄 노출에는 너나 있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앞으로도 드라마를 통한 관심이나 아젠다를 환기하는 시도가 있으면 적절하고 바람직할 것이다. 당연히 대중성이나 작품성에서 부합하는 차원에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