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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어쌔신은 결국 일본 닌자 얘기일뿐이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12. 9. 09:56

닌자어쌔신은 결국 일본 닌자 얘기일뿐이다


개봉 전부터 가수 비의 주연작으로 많은 화제를 낳았던 영화 '닌자 어쌔신'은 오락 영화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향후 한국 배우나 문화 코드의 진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한국 배우의 출연 때문에 민족주의 정서에 기댈 수만도 없다.

아무리 한류 열풍이라고 해도 그것은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미미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일본이나 중국의 문화 코드보다는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의 문화코드에 기대어 할리우드에 진출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부정할 수 없다. 어쨌든 닌자 영화에 한국배우가 출연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선한 닌자 주인공이지만 대중문화 코드는 어쨌든 일본 닌자이다.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문화적 정체성을 일본화한 가운데 인지도를 높여 간다고 할 때 한국 국민들이 유쾌하게만 받아들일 수는 없는 역사적 트라우마가 아직은 강하다. 또한 진정한 한류의 수순도 아니어서 장기적으로는 마이너스 효과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 영화의 캐릭터와 캐스팅부터 따져보자. 이 영화는 오락 영화답게 상당 부분을 이야기 구조나 주연과 조연의 캐릭터라기보다는 닌자의 집단 활극에 두고 있다. 따라서 각 닌자들의 캐릭터는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다만, 정지훈의 캐릭터는 겉으로는 유약해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내공이 높은 캐릭터이기에 닌자의 캐릭터와 맞는다. 물론 많은 부분을 차지해서 정지훈보다 두 아역 배우가 훨씬 더 캐릭터의 청초함을 통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힘을 발휘하게 한다.

컨셉은 임팩트하다. 닌자에 대한 가공할 공포와 호기심에 기대고 있는 영화다. 가공할 살인 기술은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의 마음에 흥미와 공포감을 동시에 갖게 한다. 주요 컨셉은 전국시대의 특수 암살 집단인 닌자가 현재에도 존재하면서 세계적으로 청부살인을 한다는 것. 그들은 오로지 심장을 도려낸 냉혈 청부 살인업자들일 뿐이다. 오로지 살인 기계가 되어 살육만을 일삼는 집단일 뿐이다.

핵심은 닌자 집단에서 길러진 주인공 라이조가 자신을 길러준 스승을 배반하고 오히려 복수하는 내용. 복수는 사랑했던 소녀에 대한 원한 때문이었다. 중요한 상징은 '심장'이다. 심장은 따뜻함과 인간다움을 담고 있다. 주인공은 스승에게서 심장을 도려내라고 하지만, 주인공 라이조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결국 그는 심장이 따뜻한 사람이었고, 그러한 사람을 사랑하고 배려하며 심장을 도려내버린 냉혈 닌자 집단에게 복수를 가한다.

스토리 구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현재의 행동의 인과관계를 설명하고 다가올 행동의 개연성을 부여한다. 처음에 긴장감과 흥미도의 고취를 위해 닌자가 선한 쪽인지 악한 쪽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물론 선한 쪽의 닌자는 주인공 라이조였다. 그가 왜 조직을 배신할 수밖에 없었는지, 복수극의 설득력을 갖게 만드는 것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어린 소년이 닌자가 되어 가는 과정과 사랑이 교차한다. 교차점에서 완전히 어긋날 때 그는 더 이상 살인집단의 닌자가 아니라 그 집단을 부정하고 파괴하려는 이단아가 되었다. 결국 '닌자 어쌔신'은 자신을 강제로 만들어준 집단에 대한 개인적 복수극이며, 이 와중에 첩보기관의 소탕작전이 연대를 이루게 된다. 공공의 악인 닌자 집단을 없애는 오락영화 스토리에 부합하게 된다.

대중미학-특수효과에서 이 영화의 장점은 닌자의 개성을 한껏 살려냈다는 것이다. 어둠을 활용한 은신술과 액션장면을 영상으로 잘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신체를 잔혹하게 난도질하는 장면들을 자주 노출시켜 관객들의 시각에 각인 효과를 줌으로써 몰입을 이끌어 내려 했다. 정지훈의 열연과 가꾸어진 몸이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한다.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닌자는 일본코드다. 미국에서 좋아할 만한 요소다. 더구나 일본에서도 할리우드 판으로 만들어진 닌자 영화에 관심을 보인다. 여기에 한국 출신의 배우들을 기용해서 다차원적인 포석을 깔았다. 영화에는 명성황후 시해당시 닌자가 개입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정작 주인공인 가수 비는 한국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맥락을 보았을 때 그는 그냥 영어쓰는 일본인에 불과하다.

그러니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하는 언론매체는 이러한 사회적 가치 차원에서 드물 것이다. 할리우드 진출이 급하다지만, 닌자는 일본인이다. 대중문화에는 민족과 국경이 없다해도, 씁쓸한 일이다. 한국의 문화코드로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날이 있어야 한다. 오락 영화라고 했을 때 태권도에 관한 영화로 할리우드에 진입하는 것도 대안일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태권도는 강력한 문화콘텐츠로 자리잡았다.

태권도에 관한 스토리텔링을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한국에서는 이점을 포기하고 중국과 일본의 무술이나 무협 코드에 기대어 가려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대안은 아니다. 외국인들이 환상과 경외감을 갖고 있는 태권도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급선무이고 그것을 가지고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