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각자도생의 시대를 거스르는 호구탈출법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7. 1. 30. 20:05

각자도생의 시대를 거스르는 호구탈출법

-선대인의 대한민국 경제학

 

선대인 호구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해를 맞아 첫인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한다. 복이라는 말은 매우 폭넓다. 하지만 실제로는 새해 복많이~’라는 말 보다는 돈 많이 받으세요혹은 돈 많이 버세요~’라고 말하고 싶은지 모른다. 차마 못하는 것은 그렇게 말하면 속물일 듯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돈 걱정이 많다. 새해에 오가는 선물도 돈으로 달라고 하는 풍경이 많아지기도 했고, 때에 따라서는 새해에 대박나세요라는 인사가 많아졌다. 대박은 다른 말로 돈을 많이 벌라는 의미를 우회적으로 표현해 많이 쓰인다. 새해에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싶으니 당장에 재테크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이 때문에 새해에 관련 서적들을 구입하고는 한다. 그런데 이런 서적들은 대개 한 면만 다루기 쉽다. 너무 테크닉한 측면이나 세세한 방법만 가르쳐주는 경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으로는 지나친 거시 전망이나 매크로 한 예측만 부각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사항을 빼놓고 금융시장에서 에서 개인적인 태도만을 강조하는 자기개발서형 투자책도 있다. 특히나 새해에는 이러한 여러 축을 아우르며 종합적인 인식을 잡아줄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 ‘선대인의 대한민국 경제학은 전체적인 방향에서 구체적인 투자나 재테크 방법을 알려 주는가 하면 거시적인 흐름과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다뤄주고 있다. 그런데 제목부터 자극적이다. ‘5천만 경제 호구를 위한이라는 문장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형식도 특징적이다. 우선 4단계를 나눈다. 1단계에서는 경제호구 진단을 하고 2단계에서는 각 키워드의 기초개념을 설명하고 3단계에서는 1단계에서 진단한 개념들을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마지막 4단계에서는 언론 보도기사를 통해서 비판적인 관점에서 옥석을 구분하고 점검을 한다. 목차도 세세하고 체화된 주장을 자연스럽게 하는도 양도 상당하다.


1강부터 4강에 이르는 금리, 주식, 환율, 부동산, 소비 등에서는 구체적인 개념들을 설명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지식의 기본기가 없는 독자들이 하나하나 접근하기에 버거운 감이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주식이나 부동산의 경우에는 당장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례와 같이 살펴보는 데 유익함이 있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에는 2017년에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될 수가 없다. 어쩌면 이 책에서 핵심적으로 부각하고 있는 것은 노후일 것이다. 실제로 10대부터 장년까지 항상 고민하는 것은 노후이다. 이 때문에 개인의 입장에서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거나 일자리, 복지 등을 말한다. 그런데 저자는 제 6강의 노후문제는 단지 개인의 탓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해서 과감한 비판을 가한다. 이 때 인상적인 대목은 보험회사에서 발표하는 노후 생활비가 실제 필요한 금액보다 부풀려져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노후 30년 위해 최소 10억 필요!”이처럼 노후생활을 위한 자금 으로 얼마정도의 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지금부터 관련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신문기사가 많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연금상품을 팔고자 하는 업체들은 실제로 노후에 필요한 돈보다 훨씬 더 금액을 부풀려 이야기 합니다. 일반적으로 한 달에 150만 원 정도면 충분한데, 매달 300만 원의 생활비가 필요할 것이라 주장하지요. 매달 300만 원이면, 30년 동안 기본 생활비로만 최소 10억 원이 필요한 셈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당황합니다. 가진 돈이 많지 않은 젊은 세대들은 어느 세월에 10억 원을 모으지?’라며 걱정하는 게 당연합니다. 이른바 공포 마케팅이지요. 하지만 너무 당황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노후에 소득이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에 맞춰 소비도 줄어들고, 또 다양한 지원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국민들은 모두 노후에 돈이 많이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공포와 불안에 떠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젊은 세대들은 출산이나 결혼을 피하거나 아예 현실을 즐기려는 트렌드도 만들어낸다. 그러한 공포와 불안, 갈등을 조장하여 자신의 수익만을 챙기려는 이들이 분명 존재할 때 자칫 호구가 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품화의 조장에 휘말리는 것에 대해서 경계를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이다. 개인들에게 각자도생을 강조하기 전에 정부가 존재하는 근원적인 이유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지적대로 우리나라는 노후세대의 소득 가운데 공공이전소득의 비중이 OECD 국가들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서 공공소득이전은 복지 정책을 통해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해주는 소득이다. 이런 지적을 통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각자도생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공공안전망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다. 이러한 맥락에서 반드시 살펴야 하는 것은 이 책에서 다음으로 다루고 있는 세금과 복지(7)이라고 할 수 있다.


고용창출 세액공제, R&D투자 세액공제 같은 조세지출이 대기업이나 부자에게 많이 돌아가는 것에 대해 지적한다. 재정지출도 기업들을 도와주는 쪽으로 쏠려 있다고 한다. ‘4대강 사업같은 경제 사업이나 R&D 예산 의 상당 부분은 대기업이 직접 투자해야 할 연구비를 대신 지출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법인세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도 비판적인 관점을 유지한다. 일정기간 개인에 비해 법인이 소득이 6배 이상 더 많이 늘어났는데, 세금은 거의 비슷하게 늘어나는 현실을 지적한다. 대기업들의 대변 조직인 전경련에서는 한국의 법인세 부담이 너무 높다며 18~24%의 법인 세율이 부담되어 기업 활동을 못하겠다고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은 30~40%씩 법인세를 부과한다. 반면 한국보다 법인세가 낮은 싱가포르나 대만, 홍콩 등은 우리보다 매우 작은 인구와 경제규모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부자들의 종합소득세도 제대로 걷히고 있지 않는 현실도 지적한다. 이러한 지적을 하는 것은 돈이 많고 여유가 있는 이들이 제대로 내지 않는 세금을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이 메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지적하는 것은 단지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혼자만 투자나 재테크에 성공하는 방법만 모색한다고 해서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이나 정부의 세금 정책 그리고 복지제도가 종합적으로 파악되어야 하며 그것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각 개인들의 삶도 좀 더 여유로워질 수가 있다.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을 해도 근원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는 제도나 정책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집단적으로 바뀌게 노력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근원적인 재테크방법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저성장 시대에는 저자의 말대로 확보된 과실이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하는 데에 좀 더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구조를 개편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전체적인 틀 속에서 개인들의 경제생활에 대한 계획과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점은 대기업이나 부자 중심의 각자도생이 아니라 전체 국가 구성원들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경제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이런 정부정책이나 제도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사회의 전체 상황을 생각해서 정부 정책이나 제도도 운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8강의 인구 절벽 문제나 제9강의 기술과 일자리는 특히 4차 혁명과 관련하여 앞으로 벌어질 고용과 소비 측면에서 살핀다. 특히 미래에 일어난 사회 경제적인 상황이 개인의 일자리와 생존에 미칠 영향을 짚는다. 다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인과관계나 정확성을 기할 필요성은 언제나 있다. 또한 10장에서 12장까지는 한국경제의 상황이나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과 미국 경제에 대해서 살피는가하면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세계 경제 상황도 짚어내고 있다.


순수한 경제나 시장이 없듯이 순수한 투자나 재테크 기법도 없다. 경제는 어느 한축으로만 움직이지 않고 정치/사회/()학 그리고 세계와 국내 아울러 시장과 정부, 개인들이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분명 세세한 용어나 개념, 방법들을 아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을 적용하려면 전체적인 조망과 인과관계가 손에 잡혀야 한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듯이 전체적이고 종합적인 측면에서 투자와 재테크에 관한 분석과 실천이 이뤄지는 작업들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은 복잡성이 갈수록 증가하는 현대경제에서는 더욱 더 필요해질 것이다. 특히 각자도생이 아니라 함께 사는 생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약자들이 각자도생을 모색하면 생존을 못하며 강자들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때일수록 정부정책이나 제도가 중요하며 정치와 경제와 분리될 수 없다.

글/김헌식(교보문고 북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