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대부분은 단지 운 좋은 바보일 뿐이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7. 1. 30. 20:02


-나심 니콜라스 탈렙의 행운에 속지 마라

 


행운을 블랙스완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임진왜란 당시, 가까스로 거둔 12여척의 배로 조선 수군이 왜군에 맞선 명량대첩이 승리로 끝났을 때, 이순신 장군은 말했다. “천운(天運)이로다.” 이순신 장군은 승리의 원인이 자신의 실력에 있다고 하지 않고 하늘이 도운 운에 있었다고 말했던 것이다. 어쩌면 이순신 장군이 연전연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실력보다는 운을 항상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조선 수군의 상황을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하고 각고의 노력을 더하려 했는지 모른다. 물론 현실의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심 니콜라스 탈렙의 행운에 속지 마라.’는 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신을 운에 맡기는 행태에 대해 경고한다. 여기에서 운에 맡기는 일은 행운을 찾아다닌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공이 운에 따른 것임에도 그것을 자신의 실력이라고 착각하는 행태를 말한다. 전문적인 역량을 가졌거나 성공한 자신이 운이 좋은 바보가 아닌지 항상 성찰하기를 권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만사가 운이 아니라 생각보다 운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가 말하는 요지 가운데 하나는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운 좋은 바보라는 개념인데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운 좋은 바보들로 이해되기 쉽다. 그가 말하는 점은 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준비와 실력을 갖춘다고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데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역설이 있다.


저자는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기 위해 무엇보다 각 분야의 전문가이거나 성공한 이들의 자만심이나 안하무인의 태도에 대해서 비판적인 관점을 보인다. “‘대단한 지식인 행세를 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일에 주력한다는 것이 나의 신조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수많은 성공사례나 역사 속 영웅들은 실력보다 운 때가 맞아서라고 말한다. 특히 하일리드 트레이더 존과 신흥시장의 마법사 카를로스의 사례는 실력으로 포장된 운의 결과를 말하고 있다. 성공한 투자가들처럼 보이지만 다른 이들보다 운이 좋아서 성공한 것이라는 점을 말한다. 자신들이 운이 좋았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위기 상황에 왔을 때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운이 좋았던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운이 좋은 바보에 머물 뿐인 것이다. 이에 반해 계량 트레이더 네로와 치과 의사는 엄청난 성공은 없지만, 그것은 자신들의 노력이나 행위로 얻어진 결과일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유명인이나 영웅으로 남지는 않는다.


지식인이나 학자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헤겔과 같은 사상가를 비판하는 것은 물론 권위 있는 경제학자들도 서슴없이 비판한다. 그중에는 최고의 권위자라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도 있다. 예컨대 1998년 노벨상 수상자 해리 마코위츠와 로버트 머튼 마이런 숄스는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운영하면서 금융 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킬 뻔했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미래의 위험을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금융시장을 이해하지 못했고, 기법이 틀렸을 수도 있음을 고려하지 않았다. 저자에 따르면, 학자들은 실수를 하면 그 실수에서 배운 지식을 인정하고 새로 발전시킨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개 그렇지 않다. 자신을 방어하는데 소모한다. 그들은 성공하면 자신의 실력이요, 실패하면 운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모든 지식인들은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니다. 19세기 오귀스트 꽁트가 확립한 실증주의 사고를 무력화한 포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태도가 더 많다. ‘열린사회와 그적들의 포퍼는 이론은 언제든지 오류가 발견되어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보가 증가하면 지식이 반드시 증가하는 것은 아니며 그것을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입증은 불가능하며 입증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퍼의 제자라고 하는 조지 소로스에 대해서는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운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긍정적이기도 하다. 소로스는 심오한 사상을 전하여 주지는 않았지만 운을 다루는 방법은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항상 개방적인 마음자세를 유지했고 자신이 틀렸을 경우에는 그것을 바꾸는데 서슴지 않았다고 말한다. 자신이 늘 오류에 빠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스스로도 자신이 똑똑하지도 않고 합리적이며 객관적이지 않다는 점을 반복하여 말한다. 단지 운에 속기 쉽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감성적이라는 시실을 받아들일 만큼만 똑똑하다고 말한다. 또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더 나쁜 사람인 것을 인정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점은 현실에서 사람이 어떠한 존재인가 즉 불합리하고 모순되고 감정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나 예측을 하지 못한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점을 인정하지 않는 전문가나 성공한 이들은 많은 사람들은 잘못 인도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우리가 아무리 정교하게 선택하고 운을 잘 지배할 수 있다고 자만해도 결국 최후는 운이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역설적으로 이끌어내기도 한다. 인생은 불공평하다는 상투적인 말을 되짚으며 전혀 강점이 없는 사람도 아주 조금의 운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오디션에 합격하여 주연 배우가 되거나 유명인사가 되는 것은 반드시 인과 관계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뜻밖의 성공은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운 자체가 아니라 무엇이라도 해야 운이 작용할 수 있는 점이다.


그의 주장을 받아들일 때 하마도 한국 사람들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운칠기삼은 모든 행동에 운이 7, 노력이 3할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운칠기삼의 유래는 청나라 포송령(蒲松齡)의 작품집 요재지이(聊齋志異)에 있다. 과거에 낙방만 하던 선비가 너무 상심하여 스스로 세상을 버리려 하다가 너무 억울한 느낌이 들어 옥황상제에게 따지기로 했다. 자신은 노력을 많이 하는데 노력을 하지 않는 이들이 과거에 급제하고 승승장구하는 것 같아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옥황상제는 정의의 신과 운명의 신이 술 시합을 내기를 하여 그 결과에 따라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술내기 시합을 했는데, 결과는 정의의 신은 3, 운명의 신은 7잔을 마셨다. 옥황상제는 선비에게 세상은 운명의 장난, 불합리함이 7할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3할의 정의가 지배하고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우리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해야 한다. 최선을 다하되 최종 결과는 겸허하게 하늘()에 맡겨야 한다. 이런 맥락에 저자는 삶의 자세로 끝에서 운과 품위를 말한다. 운이 좋지 않아도 노여워하거나 남을 비난하지 말고 공손하고 점잖게 행동하지 않으며 품위를 지키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하고 세상을 비난하던 앞서 언급한 선비와는 다른 품위가 있어야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은 소방대원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화재가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없는 동안에는 평안하게 뒹굴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야 한다고 했다. 항상 쫓기듯이 극대화를 추구한다고 해서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불확실함과 운이 작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불확실함과 운에 행복이 있다고도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는 내용은 자신이 엄청나게 많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주장이 일목요연하게 확립된 것이 아닐뿐더러 세상을 결정적으로 움직이는 운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많은 전문가나 투자가들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에 공격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저자가 희귀사건(블랙스완)이나 운, 그리고 불확실성에 집중하는 것은 그가 계량 옵션 트레이더이기 때문일 것이다. 장기적으로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영역이다. 그 움직임이 거의 무작위에 가깝다고 평가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예측이 맞을 수 있는 지경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단지 저자의 입장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상황이 그런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주장이 때론 과격하고 거칠지만 눈길이 가는 이유가 될 것이다

글/김헌식(교보문고 북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