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100세 공부의 시대,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8. 11. 22:39


100세 공부의 시대

-강만길 김영란 정혜신 유시민 진중권.

 

100세 시대는 사실 공부시대이다. 그만큼 공부할 시간, 해야 할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의 의미하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시간의 늘어남은 두 가지 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취향 차원에서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즐거운 학습 시간이 그만큼 늘어난다. 또한 일자리 차원에서는 은퇴후에에 먹고 살기 위한 공부할 시간이 증가한다. 새로운 분야에 적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공부는 비단 지식과 정보위주의 학습방법이 아님이 분명하다. 공부와 관한 근본 태도와 가치가 화두이다. 평생 공부할 대상과 공부 방법을 찾는다면 복이겠다.


공부는 대체적으로 젊은 시절에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이는 좁은 생각이다. 창비의 공부의 시대시리즈도 주로 청춘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내용을 묶어 낸 것이지만 다섯 명의 연사들이 강조하는 공부법은 단지 한순간 청년기에만 시도하는 공부법이 아닌 평생 지향해야할 공부의 태도와 지향가치에 관한 것이다. 이미 평생 100세 시대까지 지속하는 공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물론 연사 겸 저자들은 직업적인 공부쟁이 즉 학자들만은 아니기에 더욱 평생 공부의 시대에 어떻게 무엇을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논하고 있어 뭇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다. 저자 강만길은 역사학자, 김영란은 법조인, 정혜신은 심리학자이며, 유시민은 작가, 진중권은 인문학자라고 할 수 있다. 역사학자 강만길은 학문을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공부를 다루고 있으며, 정혜신은 학문의 이론을 넘어선 현장속의 공부를 강조하고 있다. 인문학자인 진중권은 고정적인 공부의 대상이라 여길 수 있는 인문학을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공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법조인 김영란은 읽기를 중심으로 한 공부를 말하고 유시민은 쓰기의 공부를 다뤄내고 있고 그 균형을 맞추고 있다.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읽기와 쓰기 그리고 사유하기라는 점에서 보았을 때 무엇을 대상으로 어떻게 공부하고, 어느 곳에 위치하는가가 중요할 수 있겠다. 이 책들은 무엇보다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얻은 공부의 깨달음을 주로 말하고 있어서 공감의 폭이나 깊이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강연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입말이 주는 편안함과 용이함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고, 앞으로도 한동안 받아들여질 만하다. 더구나 기존 책이 일방적인 저자의 연설인 것과 대조된다. 청중들이 질문한 내용들을 같이 실은 것은 생생한 인터렉션이 반영된 것이며 디지털 상호성과 강의의 참여민주주의 정신에도 부합해 보인다.


우선 저자 강만길은 자신이 사학을 왜 전공했는지 밝히면서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장점을 포함시킨다. 자신이 살았던 삶을 시대적 상황과 맞물리게 적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삶들의 흔적에 관한 공부가 넓은 범위로 확장된 것이다. 역사와 자신의 삶이 분리되지 않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왜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말하고 있다. 이 책에 눈길을 주었던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최근 영국이 브렉시트를 통해 유럽공동체에서 탈퇴한 점이 아날로지 관점에서 과거의 역사 분석이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 대선 후보 트럼프의 약진과 함께 세계가 신고립주의시대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에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강대국의 역학구도 펼쳐졌던 근현대사를 되짚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구나 그러한 문제는 여전히 남북분단문제로 우리 앞에 있기 때문이다. 세계사와 우리 삶이 분리되지 않으며 그것이 우리의 삶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는 평화통일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보았을 때 저자는 더 이상 역사공부는 우리의 역사에만 함몰되는 것도 아니며 과거를 위한 공부를 넘어 현재와 미래를 위한 공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 정혜신은 심리학을 통해서 이론과 지식에 함몰되어 있는 공부 방법을 벗어나 현장과 체험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사람을 우선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공부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세월호 현장의 체험과 증언은 가슴을 저리게 울린다. 그 현장에서 자신의 이론과 지식에 자신만만한 전문가들이 저지른 오류들은 다른 분야에서도 공부하는 이들이 쉽게 낳을 수 있는 잘못들이다. 강제로 상담에 이끌어 내거나 복잡한 설문지를 들이대고, 환자 취급하는 행태들은 오히려 분노만 자극할 뿐이겠다. 스스로 자기 통제감을 갖고 헤쳐 나갈 수 있게 북돋워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한 점은 정확한 결론이다. 저자는 전문자격증에 너무 함몰하는 공부를 반대한다. 전문자격증의 권위주의는 사람들을 소외시키며 결국 본인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게 된다. 무엇보다 기존의 책이나 논문에 나와 있는 이론이나 개념을 사람들에게 기계적으로 대입하는 행태는 위험한 일일뿐더러 반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다른 분야도 아니고 심리학인데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학문이 오히려 사람들의 개별 마음을 배제하고 있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화려하고 고색창연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풀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밥상이나 뜨개질 같은 사소한 것도 치유법으로 마다하지 않는 이유가 될 것이다. 그것은 또다른 감동으로 공부의 태도와 지향을 성찰하게 한다.


저자 김영란은 책 읽기의 쓸모를 말하는데 결론은 쓸모없을 것 같은 책들의 읽기가 쓸모가 있다고 말한다.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서 법과는 관련이 없는 책들을 읽기도 했지만 오히려 잡식성 독서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자신의 법관 업무에 도움이 되었다는 말은 시사적이다. 특히 문학책을 많이 읽는 것이 판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단지 법에 관한 문학작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살이와 인간관계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접할 수 있었기에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이치만을 따지는 법이라는 것도 결국 사람들의 삶에 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겠다. 사실상 사람공부가 올바른 법원판단과 연결되어 있다. 정혜신 저자가 서가에 정신의학서적은 없애고 문학책들로 채웠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사람 공부가 우선이기 때문이었다. 사법시험 합격 때는 법 관련 책을 봐야 하겠지만, 훌륭한 법관이 되려면 문학책 아니 잡스런 책을 더 읽어야 할 듯싶다.


저자 유시민은 이렇게 읽고 사유한 내용들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서 말한다. 그것을 공감필법이라고 이름 지었다. 다만 여기에서 공감은 단지 쓰는 것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쓰려면 다양한 책들을 읽어야 하는데 아무리 비평적인 글을 쓴다해도 저자의 관점에서 공감을 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컨대 자신의 책들이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계속 받고 있는 것은 되도록 쉬운 말로 풀어쓰기 위해 노력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감을 위한 공부를 하고 그것을 공유하기 위해 글을 써야 하는 것이다. 공감의 폭을 넓히려면 과학이나 공학에 대한 책들이나 사유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저자 진중권은 이러한 읽기와 쓰기의 매개물인 미디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을 들어서 테크놀로지 인문학을 강조한다. 인문학이 미디어 테크놀로지에 맞게 적응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알파고로 빚어진 인공지능 논란에 대한 질문에 인문학자로서 인간의 우세를 점쳐 낸다.


이 책은 온몸으로 겪어낸 공부에 관한 체험담이다. 삶과 분리되어 있는 공부가 아니라서 더욱 생생하고 공감이 간다. 또한 우리시대는 물론이고 미래의 공부 방법에 대한 태도와 방법, 가치 지향을 담아내고 있다. 더 이상 기능적이거나 지식정보 위주의 공부의 시대가 끝나는 상황에서 생각해야할 많은 함의점이 담겨 있다고 하겠다. 다만 엇비슷 필자들의 사유가 이미 노출되어 있는 점에서 다양한 영역과 필자들의 구성으로 공부의 미래비전을 보여주어야 할 과제는 여전하다. 그만큼 우리가 공부를 해야 할 영역은 다양하고 더욱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김헌식(평론가,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