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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다쳤다고 버리지 마요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8. 12. 30. 13:33

좀 다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ㅡ영화 ‘PMC: 더 벙커’와 ‘범블비’의 공통 캐릭터


서로 다른 인간 캐릭터와 로봇 캐릭터가 같을 수 있을까. 그것도 개봉작 영화끼리 말이다. 대개 쉽지 않다. 하지만, 영화 ‘PMC: 더 벙커’와 ‘범블비’는 영화 소재와 장르가 좀 다름에도 그 중심 캐릭터에서 공통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그것은 바로 장애를 입었는데도 전투에서 승리하는 캐릭터라는 점이다. 이는 꼭 전투가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제 역할을 하는 능동적인 캐릭터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부상을 입었다고 폐기 처분 당하는 것을 넘어서서 당당히 자신의 일은 물론 공동체를 위해 중요한 일을 해낸다. 왜냐하면 영화는 프랑크푸르트 학파가 지적하는 현실도피가 아닌 소망의 집합물이기 때문이다.


영화 ‘PMC: 더 벙커’에서 글로벌 군사기업(PMC) 블랙리저드의 팀장 에이헵(하정우)는 휴전선 부근에서 수행되는 CIA의 프로젝트를 맡는다. 군사기업의 팀이라지만 결국 돈을 위해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용병들이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팀 리더 에이헵은 장애인이다. 오른쪽 다리에 의족을 하고 있다. 용병이 의족을 하고 있다니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은 기존의 액션 오락 영화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설정이었다.

사실 에이헵(하정우)는 본래 대한민국 육군 특전사 장교였다. 낙하 훈련 중에 낙하산이 펴지지 않은 부하가 자신을 덮치고 말았다. 이때 에이헵은 끝까지 그 부하를 살리려고 노력을 했다. 만약 자신이 생존을 하려 했다면 그 부하를 그대로 버렸어야 했지만 그대로 안고 최선을 다해 구하려고 했다. 결국 부하로 인해 좀 늦게 땅에 불시착하게 된 그는 오른쪽 다리를 못쓰게 되었다.

이미지: 사람 1명

최근 개봉작 가운데 ‘범블비’에도 장애인이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장애인이 아니다.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범블비는 트랜스포머 로봇이다. 사이버트론이라는 행성에서 디셉티콘에 맞서 싸우는 저항군 오토봇에 속한 전투 로봇이다. 디셉티콘이 옵티머스 프라임이 이끄는 오토봇을 타격하고 지구를 점령하려는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지구에 파견된다. 그런데 따라 온 디셉티콘 로봇들과 맞서 싸우는 전투 수행중에 음성 기능을 상실했다. 마치 전투 중에 병사가 부상을 입어 장애를 갖게 되는 것과 같다.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언어 장애를 갖게 된 것인데 엄밀하게 말하면 성대 장애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은 수많은 장애인을 낳는다. 예전에는 그들을 상이군인이라고 했다. 그들은 부상후에 제대를 해야 한다. 국가를 위해 헌신 생활이 여의치 않았는지 에이헵은 미국 불법체류자가 되었고 생계를 위해 용병을 한다. 물론 그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용병에 뛰어들었다. 불법적인 전투 살상 행위를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점은 그가 장애를 있었음에도 전투 부대원들을 이끄는 리더로 활동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는 전투 전략과 수립하고 진두 지휘하는 브레인 역할을 한다. 전투부대라고 하면 언제나 총을 쏘고 뛰어다니는 모습만을 떠올리는 것과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었다. 벙커에서 의족을 상실한 채 고군분투하는 장면은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며 전투에서 지략과 상황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운다.


한편, 음성장애를 갖게 된 범블비는 라디오 채널을 오가며 음악 가사를 선곡 편집하여 자신의 의사를 표시한다. 이를 통해서 찰리와 소통이 원활하게 할 수 있었고 디셉티콘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기여를 하게 된다. 만약 말을 하지 못한다고 그대로 폐기 처분했다면 디셉티콘을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이 영화만이 아니라 트랜스 포머 시리즈의 특징은 로봇들이 전투중에 부상을 입어 처박혀 있는 것을 인간 주인공들이 발견하고 다시 조치를 통해 일으켜낸다. 트랜스 포머 시리즈는 인간보다 더 나은 로봇을 꿈꾼다. 그러므로 장애를 얻었다고 해서 그대로 방치 하지 않고 그들을 재활 시켜서 지구 평화까지도 가능하게 한다. 만약 에이헵이 오토봇의 로봇들처럼 방치되지 않고 적절하게 부대에 배치되어 활동할 수 있었다면 불법체류자로 용병으로 활동하며 불법이나 위험한 행위에 목숨을 내놓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이미지: 사람들이 앉아 있는 중

장애인은 선천적이 아니라 후천 장애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균 수명이 늘어날수록 장애인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수 밖에 없으며 달라지고 있다. 오락 영화에도 장애이나 장애에 관한 설정은 빈번하게 설정되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에서도 이를 잘 확인할 수 있다. 그것도 군인의 장애에 대해서 액션 영화에서 고찰할 수 있다는 것은 변화의 단적인 징후라고 할 수 있다.

글 김헌식(평론가, 박사, 드라마 스쿨 외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