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새해 지상파방송 개그 프로그램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개그콘서트〉(한국방송), 〈개그야〉(문화방송),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스비에스) 등 현재 지상파 코미디 프로의 주류로 자리잡은 공개 코미디에 콩트 형식의 비공개 코미디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방송〉에 이어 〈에스비에스〉가 극 중심 정통 코미디의 부활이라 할 수 있는 비공개 코미디 프로를 잇따라 선보인다.
선두주자는 지난해 말 첫 전파를 탄 한국방송 2텔레비전의 〈웃음 충전소〉(사진)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김석현 피디는 “6년 동안 〈개그콘서트〉를 연출하면서 공개 방식의 프로그램에서 할 수 없는 극 중심의 개그를 하고 싶었고 개그맨들 또한 그런 욕구가 강했다”고 말했다. 〈웃음 충전소〉는 몸 개그를 선보이는 ‘막무가내 중창단’, 개그 대결 구도로 꾸며진 ‘타짱’ 등 코너로 이뤄져 있다. 비공개 코미디를 표방한 〈웃음충전소〉의 장점은 공연 형식의 〈개그 콘서트〉와 달리 다양한 세트를 활용할 수 있고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꼽힌다.
〈에스비에스〉에서도 콩트 형식의 비공개 코미디를 준비하고 있다. 개그맨 연예기획사인 컬트미디어와 연예매니지먼트사 젤리박스에서 제작하며,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조연출을 맡아온 안철호 피디가 이 프로그램의 지휘를 맡는다. 안 피디는 “드라마처럼 세트 안에서 찍기도 하고, 야외에서도 찍는 다양한 콩트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 상반기에 파일럿(시험제작) 프로그램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1999년 〈코미디 세상만사〉가 막을 내리기까지 극 형식의 정통 코미디, 곧 관객을 앞에 두지 않고 찍는 ‘비공개 코미디’가 십수년 동안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해 왔다. 하지만 99년 9월 첫선을 보인 〈개그콘서트〉를 시작으로 지상파 3사에 ‘공개 코미디’는 하나의 장르로 정착했다. 관객을 앞에 두고 시시때때로 관객의 웃는 모습을 카메라에 비추면서 연기하는 공연 형식의 공개 코미디는 지금껏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공개 코미디가 관객의 웃음을 독차지하면서 개그 프로그램이 공연(콘서트) 형식으로 획일화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졌다. 안철호 피디는 “공개 코미디에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지만 장르적 한계성이 있다”고 말했다.
스토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고 고도의 계산된 연기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톡톡 튀고 기발한 공개 코미디 형식이 10~20대층에는 맞지만, 30대 이상 연령층에는 흡입력이 약한 것도 한계로 꼽힌다. 비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새로운 등장은 개그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꾀하기 위한 시도들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올해는 공개 코미디 형식을 벗어난 다양한 장르의 코미디가 선보이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윤희 기자,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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