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삶은 끊임없이 공사 중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7. 1. 30. 20:11

삶은 끊임없이 공사 중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

 

김창옥 저자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강의마다 획기적이고 대단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거든요. 다 거기서 거기거든요.” 저자는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정작 자신도 전문 강사인데 말이다. 이 말이 맞다면 책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로 다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저자가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의 마지막 문단에 이런 대목에서 짐작할 수 있다. “사람 사는 게 참 비슷합니다. 그런데도 진실하게 꺼내 놓기가 너무 힘들지요.” 저자의 장점은 자신의 삶을 그대로 드러내주기 때문에 주목을 받기도 하고, 감동의 울림을 더하기도 한다. “제 강연을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은 삶이 잘 풀리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분들이 아닙니다.” 뭔가 삶의 문제들이 있는 사람들이 누군가의 말을 듣고 상담을 받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하지만 해법들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라면 직접 찾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그런 이야기들은 책이나 인터넷 포털을 뒤져도 쉽게 접할 수가 있다. 직접 사람을 만나서 어떤 말을 듣고자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이 드러날 때 이다. 저자는 자신의 말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렇게도 표현한다. “제 강연장을 찾는 분들 중에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정신과 의사, 종교인, 심리학 교수, 컨설턴트 등등 이런 분들이 제 강의를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전공 분야를 수년간 공부한 분들이잖아요. 저는 야매강사구요.” 그렇다면 이렇게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저자의 강의나 말에 주의를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분들은 수혈을 받으러 오신 것입니다.” 라고 말한다. 수혈은 새로운 피를 넣는 것이다. 피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수혈은 같은 혈액형일 때 가능한 일이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한 강의에서 자신은 의학이론에 관한 책을 모두책상에서 치웠다고 한 바가 있다. 특정이론에 집착을 하면 사람들의 마음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구나 이론이라는 것은 객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대하는 전문가들의 삶이 배제된다. 이러한 태도는 관계에서 신뢰를 얻기 힘들고 효과를 낳기도 힘들다.


이 저자나 강의, 저술의 강점은 여기에 있다. 그는 자신이 전문가라고 내세우지 않고 삶의 경험들을 통해 깨달은 바를 전하는 강점이 있다. 이러한 강점에 관한 생각은 책에서도 읽을 수 있다. “아마추어보다 전문가가 더 위험한 게 있습니다. 사기를 가장 많이 당하는 직업군이 선생님, 공무원, 은행원, 군인, 경찰, 법조계 공무원, 연예인등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주변에서 저 사람 대단하다고 다들 띄워줬거든요 자기가 모르는 분야가 없거든요. 하지만 사람이 하루에 7시간 평생 공부하면 사하라 사막의 모래알만큼 있는 세상의 지식 중 모래 한 알을 알고 죽는다고 합니다.” 저자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경청을 할 수가 있다. 그가 실제로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변화하고 도전하며, 전환과 성취를 했던 실제 이야기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가 말하는 주장들은 어떤 전문적인 학자나 사상의 이론 보다는 자신이 구성한 단어나 개념 그리고 비유법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따라서 멘토링을 담은 다른 책들에서 볼 수 있는 실험이나 이론들이 적어서 중첩감이 적다.


그는 공업고등학교를 나왔고, 대학에 거푸 실패하고, 성악을 뒤늦게 전공하여 삶의 전기를 마련한 독특한 이력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열등감과 실패의 과정과 그때 어떤 감정들을 느꼈는지를 가감 없이 말한다. 해법을 찾으려는 사람은 우선 자신의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런데 그것을 도와주는 사람이 상담자인데 현실적으로 상담자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전문적인 개념이나 이론으로 바라보고 처치한다. 이러한 방식은 조치는 일상생활에 돌아왔을 때, 도움이 잘 되지 않는다. 경험적 진리가 더 실천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려면 멘토나 치유자가 솔직해야 한다.


그의 솔직성은 다음 대목에 작은 탄성을 지르게 한다. “제가 쓴 책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가난한 형편 탓에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하고라는 표현. 가난했던 건 맞지만 공부를 못해서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하고가 정확한 표현이죠. 가난해서 간 게 아니라 공부를 못해서 공고에 간 거죠.” 대부분 전문가들이나 뛰어난 멘토들은 이런 경험이 없거나 있어도 숨기고, 성공을 위한 충고를 하니 말이 공허해진다. 그러므로 남의 이론을 가져다 채우는 것이다. 저자는 단지 이런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서 소중한 깨달음을 이끌어내는 것이 저자의 재능이다. 다음과 같은 말도 저자만이 할 수 있는 경험적 성찰이다.

그렇게 공업 고등학교를 가고 보니 학생들이 반에서 30-40등 하는 것에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거기선 마음만 먹으면 3개월 안에 1,2등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물론 대부분 그 마음을 먹지 않고 그냥 졸업합니다. 그런 곳이었기에 공부 못하는 아이도 자신이 30-40등 한다는 것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고 1,2등 하는 아이도 교만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든 등수가 뒤 바뀔 수가 있은 곳이었으니까요. 즉 자신의 성과나 가진 것, 자신의 위치로 존재를 확인하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자신의 성과가 미미하다고 그걸 비관해서 자살하거나 나쁜 짓을 하는 친구는 없었습니다.”


1등에 집착에 오히려 공부를 잘했던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 법이다. 결과주의적 성공 담론의 폐해다. 저자는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많은 우울과 상처 갈등 그리고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벌어지는 문제들이 이런 열등과 우열의 교육 시스템에서 벌어진다는 점을 실제 체험을 통해 일깨운다. 그렇게 뛰어난 1,2등을 하는 이들은 전문가가 되려는 것이다. 그런 이들이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잘 인도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렇게도 말했다. “내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는 것 어떤 면에서는 위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전문가는 하나를 알고 아홉을 모를 수 있습니다...마음이 높아져 있을수록 사고 날 확률이 높습니다. 내가 어느 분야의 전문가라면 더 조심하십시오.” 오히려 전문가가 예측도 못하고 자신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며 심지어 사기를 당하는 이유이다. 자신만의 방에 벽에 갇히기 때문이다. 이런 전문가일수록 아니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할수록 저자가 말하는 모니터 스피커가 필요한지 모른다. 아니 이제 누구나 전문가의 시대이므로 특정 소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자기 자신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고 있는지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더 나은 삶을 위한 진전이라고 한다. “꽃은 자존심입니다. 꽃이 떨어진다고 슬퍼하지 마십시오...꽃이 떨어지고 열매가 맺히고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어 갑니다.” 전문성이나 권위를 내세우는 경우는 너무나 많고 우리 스스로도 그것에 갇히기 쉽다. 그런 한에서는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저자는 모니터 스피커처럼 일상적인 비유나 개념들을 자주 사용해 인상적이다. 별거 아닌 듯 대할 수 있는 맹물을 중요하게 말하기도 한다. “삶에서도 맹물을 마셔야 합니다. 우리 삶에도 생수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삶의 생수 같은 물을 안마시면 삶의 사막화가 찾아옵니다.” 오히려 뭔가 잔뜩 집어넣는 음료가 위험하고 부정적인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젖꼭지라는 단어도 등장한다. “사람마다 공갈 젖꼭지가 있습니다. 어른들의 욕구를 잠재우는 희한한 공갈 젖꼭지입니다.” 유아기적인 퇴행심리를 공갈 젖꼭지로 표현한 것이다. 또한 사람에게는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설이 중요한데 나쁜 감정도 배설해야 한다면서 감정의 배설을 강조한다. 착한 사람들이 왜 힘든지를 이런 배변을 통해 일깨운다. 나를 지키려 했던 것이 도리어 나를 숨 못 쉬게 하는 나에게 붙은 귀신이 된다는 말에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으로 심리장애 현상을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고통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자신의 경험을 말한다.

 

예컨대 저자는 스스로 디스크 환자였음을 고백하면서 디스크를 통해서 깨달음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디스크는 충격을 완화하는 것인데 환자가 되는 것은 그것이 죽어버려 충격흡수를 못하는 질환이고 하나의 디스크가 망가질 때 4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지만 본인만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안에 마음의 디스크가 생기면 유연하지 못하고 딱딱해진다고 비유한다. 디스크가 상했더라도 주변 근육을 키우라고 하는데, 이것은 디스크 환자이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삶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영화배우의 삶에 도전하고 있다. 너무 힘들게 촬영한 씬이 통편집 되는 일을 겪으면서 우리 인생에서도 편집돼 없어져 버린 시간들이 있죠.’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인생은 촬영에서 끝이 아니라 편집도 있으며 삶에 대한 종합 편집권은 우리에게 남아 있습니다.’라고 하는 말이 중요했다.

삶은 공사중이라는 말은 이 책을 모두 대변하고 있는 말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계속 끝까지 완성을 위해 가야하기 때문에 과거나 현재의 모습 때문에 불행감에 젖거나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저자가 스스로 증명하고 있듯이 말이다. 그러한 한에서는 여전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삶은 오늘도 공사 중입니다. 지금 불편한 까닭은 공사 중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완벽하게 건설된 도시가 아닙니다.

 

글/김헌식(교보문고 북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