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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문해력의 원인과 해법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2. 9. 5. 17:05

-필터 버블과 문해력 차이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심심(甚深)한 사과가 논란이 일었다. 시작은 댓글이었다. 문제시한 이들의 견해는 그 댓글이 매우 깊이 우러나는 뜻의 심심(甚深)을 권태롭고 재미가 없다는 심심하다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10, 20대의 문해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심심한 사과는 생소하다. 이러한 점을 지적하는 관점은 없었다.

 

접근 관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세대마다 이용하는 SNS나 커뮤니티가 다르기에 말에 관한 이해력이 달라진다는 관점이다. 특히 젊은층들이 이러한 SNS를 많이 사용하므로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더 나아가 책을 읽지 않고 SNS를 많이 하기 때문에 문해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결론 내렸다. 이런 대목에서 반발도 있었다. 이른바 요즘 세대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오히려 기성세대가 책을 읽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그런데 기성세대들도 상당히 SNS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60~70대의 유튜브 등의 이용율이 현저하게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정치사회 뉴스를 유튜브를 통해서 접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기존 언론들을 불신하고 유튜브가 진리를 전파하는 유일한 매체로 여기며 오랫동안 유지해온 종이신문 구독 중단을 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이러한 현상을 압축한 개념이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다. 이 현상은 구글,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등의 디지털 정보제공기업들이 이용자에게 맞춤식으로 제공할 때 발생한다. 여기에는 추천 알고리즘이 작동한다. 이용자들이 정보 콘텐츠를 이용한 데이터를 활용해서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자동적으로 제공한다. 걸러서 제공하기 때문에 하나의 풍선 안에 이용자가 안전하게 있게 된다. 안온한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한편, 버블은 거품이기 때문에 오히려 걸러진 정보가 과잉 편향성을 갖고 있음을 내재한다.

 

이러한 현상은 나이 세대를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더구나 집단적인 극화 현상이 일어나게 되면 의사소통은 물론 갈등 상황이 심화될 수 있다. 다양하고 다원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디지털 세계는 평평한 수평적 관계일 것이라는 예단과는 다른 현실이다. 그런데 오히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더욱 이런 필터 버블의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다. 디지털 매체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사람일수록 특정 정보가 맞는지 교차 검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초기에 접한 정보를 고수하게 되는 현상이 커지게 된다. 예컨대 유튜브에서 얻은 정치 사회 정보를 그대로 믿으며 자동 추천 알고리즘에 따라 그 정보를 자기 신념에 맞게 공고하게 구축시킨다.

 

이런 문제들이 발생할 때마다 자주 언급되는 것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문해력에 관한 교육이 중요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더욱 중요한 듯 싶다. 학교에서 이러한 효과가 검증되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를 할 수 없는 상황은 기성세대에게 더 많이 발견된다. 이미 가치관과 세계관이 완성됐기 때문에 쉽게 그것이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개인들이 전적으로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점을 생각할 때 이런 편중되고 쏠린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비즈니스 수익을 거두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책무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알고리즘 작동 방식의 공개가 중요하다. 하지만 영업 비밀이기 때문에 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유럽과 같이 추천 알고리즘의 범위에 관한 합의가 필요하다. 지나치게 많은 개인 콘텐츠 이용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실 처음에 심심한 사과 논란이 증폭되는 것은 포털 플랫폼을 통해서다. 정말 10~20대가 심심(甚深)을 정말 심심하다고 해석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자칫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다. 심심한 위로가 아니라 사과라는 용법이 맞는지 그 어색함을 지적하려 했는지 모른다. 누가 문해력 담론을 만들어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사안이었다.

 

해외에서 필터 버블의 부작용을 막는 규제는 두 가지다.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쪽과 그것을 통용시키는 쪽이다. 그 사례는 독일이다. 2019년 독일 법원은 테러에 관해 가짜뉴스를 쓴 기자에게 벌금 12000유로(한화 약 1600만원)를 선고했다. 독일 형법 126범죄위협에 의한 공공 평온 교란죄에 따른 판결이었다. 기존 언론이 신뢰성을 회복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독일 소셜개선법은 플랫폼 기업은 가짜뉴스, 혐오 발언 등을 모니터링하고 명백한 불법 정보를 24시간 안에 삭제해야 하고 위반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기업에 최대 5000만 유로, 646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 디지털 정보 플랫폼기업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니 그 수익이 없어지도록 위기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글/김헌식(평론가 박사)  한국국가미래전략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