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와 문화 콘텐츠

카메론과 로드리게스의 알리타, 왜 아바타를 넘지 못하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9. 2. 18. 15:24

새로운 액터 퍼펫(Actor Puppet)은 성공할까.

-모션 캡쳐와 이모션 캡쳐 그리고 언캐니 극복의 역사

 

20192월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한 영화 알리타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자신의 작품 때마다 놀라운 특수효과를 통해 대중적 흥행은 물론 연출 기법 측면에서도 큰 기여를 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1985<터미네이터>에서 킬러 사이보그의 등장은 충격적이었는데 특히, 1991<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Terminator 2: Judgment Day, 1991)에서는 신형 T-1000(로버트 패트릭 분)이 액체금속로봇으로 등장해 충격과 놀라움은 물론 SF 오락 영화의 진수를 보여줌은 물론 영화사의 새로운 신기원을 이루었다. 문제는 인간의 모습을 한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친근함을 강화하고 언캐니 현상을 극복하는가에 있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리우드 영상기술이 부합하지 않아 뒤늦게 기다려 만들었다는 영화 '아바타'(200912)에서는 이모션(Emotion) 캡쳐 방식을 선보였다.


영화 아바타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그런데 영화 개봉 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영화 <아바타>에 혹평을 가했다. 너무나 빤한 이야기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빤한 이야기에 감동한 관객들은 3D4D 관람으로 행보를 이어갔다. 더구나 8000원에서 9000원으로 관람료를 인상한 것에 반발하던 관람객들은 12천원 심지어 16천원에 이르는 관람료를 지불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던 것일까. 전문가들은 철저하게 대중미학에 대해서 간과했다. 제임스 카메론이 신경 쓴 것은 언캐니(Uncanny) 현상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언캐니 현상은 인간의 얼굴과 유사하게 흉내 낼수록 오히려 이질감을 느껴 기과한 느낌마저 갖게 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폴라 익스프레스’(The Polar Express, 2004)라는 실사 영화에서 아이들이 울음을 터트렸다는 에피소드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모션 캡쳐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좀비같이 어색한 움직임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동작을 가상 캐릭터에 입히기 위한 연출 기법이 모션 캡쳐 방식이다. 이는 주로 신체의 동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배우의 관절에 센서를 부착하고, 움직임을 캐릭터와 연결시키는 작업을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단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얼굴 표정이 좀 더 구현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점을 대폭 보강할 수 있는 것이 이모션 캡쳐 방식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모션은 감정인데 감정은 주로 사람의 얼굴, 얼굴 가운데 눈과 입 주변 근육을 통해서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센서를 이들 주변 근육에 세세하게 부탁할수록 감정 표현의 미세한 부분도 잡아낼 수가 있게 된다. 영화 아바타에서는 이러한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에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했던 모션 캡쳐 방식과는 다른 감흥을 줄 수가 있었다. 더구나 캐릭터 대상이 좀 달랐다. ‘반지의 제왕에서는 골룸이 이러한 모션 캡쳐 방식의 대상이 되었지만 오히려 호감의 캐릭터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질감을 더할 뿐이었다. 실감나게 표정을 구사해도 오히려 이질감을 강하게 하는 것이다. 오히려 모션 캡쳐 방식은 호감을 갖고 친근감을 가질 수 있는 주인공이어야 했다. 영화 아바타에서는 이러한 점에 착안했다. 남녀 두주인공에 집중적으로 이모션 캡쳐 방식을 적용했다. 그러한 점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몰입을 이끌어낼 수가 있었다.

영화 알리타에서 더 어느 정도 진전된 영상 기술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졌고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액터 퍼펫’(Actor Puppet)였다. 퍼펫은 인형극에서 쓰이는 인형을 말한다. 즉 배우의 인형을 가리킨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영화 알리타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이전에는 먼저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에 맞게 배우가 동작을 취했다. 그러다보니 배우의 매력을 잘 녹아들 수가 없었다. 실제 사람 같은 느낌도 덜해질 수밖에 없었다. 제임스 카메론은 이를 뒤집었다. 먼저 배우를 선정하고 배우의 얼굴을 스캔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배우의 특징이 잘 녹아들어가 있는 캐릭터가 탄생하게 한다. 이미 정해진 캐릭터에 배우가 끼워 맞춰져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배우가 스스로 움직이는 것과 같은 상황을 준다. 사실 가상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대리실현을 해야 하는데 실제 영화 촬용으로는 불가능한 장면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지구 공간이 아닌 제 3의 공간이나 우주공간에서는 더욱 필요하다. 환상적이거나 위험한 공간에서 가상 캐릭터를 통해 서사 전개와 시각적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완전 가상의 캐릭터는 인간과 같이 자연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고 이 때문에 실제 배우의 표정이나 움직임과 같은 수준이 필요했다. 액터 페펏은 그러한 시도 가운데 하나이다. 여기에 배우의 실제 모습을 먼저 스캔했기 때문에 머리카락 하나하나를 입력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많은 적외선 카메라가 사용되어 세밀한 묘사를 가능하게 했다. 또한 영화 아바타에서 네이티리보다도 더 눈에 초점을 맞췄다. 왜 그렇게 해야 했을까. 별난 종족을 만들어 차별화를 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이를 보려면 영화를 보는 대중과 전문가의 평가 기준이나 동기를 살필 필요가 있다.


대개 전문가들은 인정을 안할 수 있지만 영화는 감정, 정서의 미디어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에서 주제와 메시지를 강조하는 전문가일수록 이런 점을 간과하고 오히려 몰아붙이고 비판한다. 특히 신파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신파는 사실상 막장이라는 단어나 패륜과 가깝기 때문에 긍정적일 수 없다. 여하간 감정을 자아내게 만드는 것을 금기시하는 것이다.


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사람의 얼굴 중에 눈이다. 눈을 더 세밀하게 표현하는 것은 언캐니 현상을 줄여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영화 알리타에서도 눈 표정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배우의 홍채를 그대로 스캔해서 적용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가상의 캐릭터지만 실제 배우의 얼굴을 거의 그대로 옮겨다 놓은 상황이 되었으니 분명 이런 점에서는 개가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알리타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영화 알리타는 제임스 카메론이 영화 아바타보다 먼저 기획을 한 작품이고, 당시 할리우드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만들지 못했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다. 이제 제작을 했으니 우월한 기술에 따라서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대중적 흥행까지 만들어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러하지를 못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국내 영화에 한참 밀리기까지 했다. 대개 한국 영화가 고전을 하는 상황이 많았음에도 말이다


영화 아바타가 단지 시각적 특수효과 때문에 인기를 끈 것은 아니다. 매혹적으로 빠져들만한 서사구조는 아니었다. 물론 총몽이라는 원작 만화가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점이 한계로 작용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 만화적 스토리와 특수효과의 영화는 다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많은 관객들에게 평면적이었고 성찰에 대한 깊이감도 옆은 그야말로 하나의 오락 액션 영화의 범주에 머물렀다. 물론 여성주인공이 적극적으로 활약하고 새로운 캐릭터의 입지를 갖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에일리언의 리플리나 터미네이터의 사라코너, 아바타의 네이티리에이어서 능동적이고 주체적이다. 어쩌면 또 하나의 남성 캐릭터에 갇혔는지도 모른다.


폴라 익스프레스의 로버트 저메키스가 이모션 캡처 방식을 사용한 <베어울프>가 실패하고, 영화 <아바타>가 성공한 비결이 그 점에 있다. 인간의 세계와 나비족의 세계를 이어주는 아바타를 선택하고, 이분법적인 공간 분할을 끝까지 유지한 그의 혜안을 숙지해야 한다. 물론 영화 '알리'타는 로버트 로드게리스의 연출작품이고 제임스 카메론은 기획/제작자였다. 로드리게스는 히스패닉에 '씬 시티'등을 만든 감독인데 하위문화적 영화 코드를 갖고 있었는데 이는 영화 알리타에도 그대로 반영한다. '씬 시티'가 주로 도시의 음영을 반영하였는데 마찬가지고 영화 분위기가 영화 알리타에도 잔뜩 배어 있다. 이러한 점은 밝고 환상적이고 때론 몽환적이면서도 해피엔딩의 결말을 낳았던 영화 '아바타'와는 달랐다. 한국적인 정서와는 이질적인 점이 분명있었다는 점에서 해외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히스패닉 코드도 좀 성장이 필요한 나라라는 점은 분명할 것이다.


결국 특수효과만 진일보한다고 해서 대중적인 주목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할 수 있었다. 단지 스토리를 잘 짜야 한다는 것을 넘어선다. 대중들이 몰입하고 싶은 인물 그러니까 캐릭터야 한다, 그것에다가 소망하고 싶은 세계 그리고 성취감이 주어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액터 펫퍼는 그 이전에 배우가 매력적이어야 함이라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캐릭터가 매력적이어도 대중의 로망과 꿈을 실현해주는 내용이 숭엄함 메시지와 융합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글 김헌식(카이스트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박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