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와 문화 콘텐츠

왜 한국 좀비는 OTT를 통해 유명해졌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9. 2. 23. 10:12

-OTTK 좀비.

                                                        김헌식(연구자, 평론가)          

 


넷플릭스는 디즈니와 결별을 하게 된 이유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때문이었다. 아시아권에서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게 위해 직접 투자를 마다하지 않았다. 드라마 킹덤은 한회당 제작비가 20억원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 시간은 한국 드라마처럼 1시간여가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30여분이다. 분량은 절반으로 줄었는데 제작비는 10배 이상이다. 당연히 퀄리티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애초에 8부작을 기획했는데 내부 시사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시즌제로 가는 대신에 6부작으로 압축했다. 당연히 압축을 했으니 간결하고 속도감이 있게 전개 되어 흥미를 더 이끌어낼 수 있었다.


좀비물은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는 캐릭터이다. 좀비는 본래 미국에서도 익숙하지 않았다. 할리우드에서는 1968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을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졌지만, 상당기간을 하위문화의 상징이었다. b급 문화라고 해도 열혈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본래 영화의 이미지와는 다른 것이 좀비다. 아프리카에서 건너갔다고는 하나 중남미 부두교에서 유래하여 좀비 약을 반복적으로 접하게 될 때 뇌가 마비되는 증세를 보이는 사람, 즉 살아 있는 것도 아니고 죽어 있는 상태도 아닌 채 통제되는 존재가 바로 좀비다. 의학적으로 말하면 여러 연구에서도 드러났듯이 뇌 신경계가 마비되면 행동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본능만이 살아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좀비는 한국인들에게는 공포물 캐릭터에서도 낯설다. 하얀 소복을 입은 원혼 귀신이 익숙해 보인다. 물론 소복 귀신은 일제 시대에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다. 그러므로 문화 기호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더구나 공포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공포물 자체가 시장성이 적다는 점을 보았을 때 대중적 흥행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은 당연해 보였다. 대개 한국에서는 2012년 영화 인류멸망보고서(멋진 신세계), 무서운 이야기(엠뷸런스편)에 등장했고 2016년 연상호, 나홍진 감독의 '곡성'과 '부산행'이 크게 흥행을 하면서 좀비에 각인을 받았다. 이후 3년 즈음 뒤에 다양한 작품들이 기획 제작 되기에 이른 것이다.


킹덤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익숙하지 않은 좀비가 좀 더 주목을 받으려면 기존의 익숙한 문화 기호와 코드에 결합되어야 한다. 서구형 좀비는 이유가 없는 괴물이다. 그 괴물이 발생하게 된 것은 스스로 자연에서 비롯한 것이다. 제국주의 시대 제 3세계는 항상 위험한 곳이고 언제든지 괴물이 습격할 태세가 되어 있다.


한국형 좀비들의 특징은 원혼 귀신과 결합하고 있다. , 백성들은 스스로 좀비가 된 것이 아니다. 영화 부산행에서는 의학 자본과 투기 금융자본이 결탁하여 바이러스를 번지게 만들었고 그 탓에 죽었으되 죽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 원통한 일이 아닌가. 영화 창궐이나 드라마 킹덤도 권력층의 잘못으로 백성들이 좀비가 되어 버린다. 물론 한순간에 그들은 선량한 백성에서 괴물이 되어 버린다. 이 얼마나 절통할 일인가. 반드시 원한을 풀어야 한다는 권선징악의 교훈을 강하게 드러내지는 않더라도 권력을 둘러싼 인간의 탐욕이 갖는 위험성을 드러내준다.


2019년은 좀더 친숙해질 수 있을까. 조금은 그럴 것이다. 한국 좀비 캐릭터는 그 대중성을 갖게 된 이유가 있음을 곧 알게 된다. 캐릭터 자체의 특징으로는 좀 더 빨라졌고, 기존의 좀비가 취하지 않았던 좀 더 기예에 가까운 행동들을 한다. 이는 잔인하게 인간을 살육하고 인육을 섭취하는 캐릭터에서 나아가 액션 영화 스타일에 부합하게 연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드라마 킹덤과 영화 창궐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더구나 설정도 비슷하다. 왕은 좀비가 되었고 세자는 그에 맞서는 존재가 된다. 왕이 좀비가 된 것은 왕을 둘러싼 권력 다툼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 킹덤은 액션에, 영화 창궐은 감정선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는 장르 사이의 차이점 때문이기도 했다. 영화는 좀 더 행위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액션 영화는 더 시각적 볼거리에 집중하기 쉽다. 드라마는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말을 중심으로 감정 몰입을 이끌어낸다. 드라마에서는 더욱 더 좀비가 액션 캐릭터에 머무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들은 단순히 괴물이 아니라 인간이고 인간으로 다시 되돌아와야 한다. 지배층의 허위와 위선을 폭로하고 민중들의 삶과 행복을 더 우선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한다. 좀비가 민주주의와 결합하고 있는 셈이다. 비록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말이다. 사실 오랜 옛날인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것은 여러모로 효과를 기할 수 있다.


한국인들에게는 민본주의 사상과 좀비 캐릭터를 결합시키기 때문에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 외국인들에게는 이색적이고 독특하다. 좀비들이 밤에는 툇마루 등에 숨어 있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의외성이다. 많은 해외 네티즌들이 갓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기존 유통구조로는 해외 여러 나라에 한국 사극이 들어가지고 갓이나 복장에 대해서 관심을 끌지도 못할 것이다. 사실 한복만이 아니라 갓을 포함한 여러 모자들은 한국이 일본과 중국에 완전히 차별화된 문화적 주체성을 지니고 있음을 단번에 각인시키기에 충분하다. 신분과 행사, 장소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모자 착용이 있었고 이에 이미 개항기에 외국인들은 한국에 와서 모자의 나라 모자의 왕국이라고 했는데 이제 모자들은 없어졌지만 사극에 나오는 모자들을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으로 접할 수 있고 미학적인 향유가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미학적 향유를 위해 의상전문팀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물론 킹덤은 영화 군도에서 강동원이 갓과 도포자루를 휘날리는 모습을 최고로 멋진 미학적 캐릭터로 만들었던 것에 못 미치는 감이 있는데도 세계 유저들의 눈을 잡아 끌기에는 충분했다. 이것이 동영상 플랫폼이 갖는 힘이자,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신체발부수지부모나 3대 독자와 같은 조선의 전통사상이 좀비 확산에 영향을 치명적으로 미치는 것은 이색적이고 창조적이었다.


미국의 포브스나 버라이어티, 영국의 텔레그래프 등이 드라마 킹덤이 좀비물의 새로운 기준이나 차별적인 작품 세계를 이뤘다고 평가한 이유가 된다. 미드 워킹데드시리즈(2010)나 영화 월드 워 Z’(2013) 등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 10년 만에 나올 좀비 랜드에 관해 궁금증이 일어나지 않을 만큼 할리우드 좀비물에 기대감은 덜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영화 창궐74개국에 판매가 되었고 베트남과 필리핀에서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국내 흥행은 실패했다. 좀비를 적극적으로 내세웠고 공포물의 느낌이강한데 제작비는 100억원대를 훌쩍 넘겼다. 이는 당연히 극장 수입으로는 벌충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선판매 선구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인터넷이나 IP텔레비전에서는 반응이 극장과는 남달랐다.


문화기호와 취향은 생애주기를 따르는 경우가 많다. 한번 형성된 문화적 취향과 기호는 잘 바뀌지 않으며 새대에 따라 그것이 받아들여지고 수용된다. 만약 젊은 세대가 좀비물을 선호하게 된다면 그것은 그들이 성장하게 됨에 따라서 점차 확산하게 된다. 불과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장르물은 대중문화 특히 영화는 물론이고 드라마에는 잘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많아서 탈이 날 지경이 되었다. 새로운 세대가 수용자가 콘텐츠 소비자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그럼에 따라서 전세대로 수용층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 기존의 드라마나 영화 문법이나 맥락 그리고 문화 기호에 결합했다. 예컨대 극단적 설정에 장르물 코드가 결합하거나 가족주의에 장르적 속성의 서사가 결합하는 것을 말한다.


20192월 영화한 기묘한 가족이 이런 가족주의에 자영업자의 애환을 결합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도 좀비가 개성을 갖게 되고 진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언제나 그렇듯이 좀비는 하나의 캐릭터로 정형화된 것은 아니고 여전히 살아 움직이면서 변모하고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기묘한 가족 좀비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좀비는 문화적으로 미래지향적이다. 주로 젊은 세대들이 많이 접속하여 익숙한 웹툰 특히 인터넷 포털에 등장한 많은 작품에 좀비는 빈번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화콘텐츠는 기존의 익숙한 맥락에서 낯선 것이 결합해야 한다. 만약 외국인들이 좀비가 등장하지 않은 조선 시대 역사사극을 얼마나 보겠는가. 익숙한 설정의 캐릭터서사가 있기 때문에 한국의 모자인 갓이나 한국의 궁궐문화, 전통 의상 그리고 자연 풍광은 물론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것이다. 이는 케이 팝에서도 마찬가지로 확인된다. 케이 팝이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유형을 보면, 대체적으로 힙합이나 EDM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만약 우리의 민요를 바로 불렀으면 아이들과 같이 우리 가락이나 문화 기호를 적용한 노랫말, 뮤직 비디오가 선풍적인 인기를 단번에 끌기는 힘들 것이다.


케이팝이나 케이 좀비나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고 주목을 받았다. 영상 세대에게는 이러한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 문화적 공감대는 상호 호혜적인 관점이 녹아 들어 있다. 일방적으로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고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좋은 점을 받아들여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것이 더 용이해지고 그 효과가 더 직접적일 수 있는 것이 디지털 플랫폼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디지털 환경에서 다문화 요소를 융합하는 새로운 창작물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토양이 계속 축적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좀비는 결국 새로운 대중문화다. 대중문화는 대중들의 사회문화 심리를 잠재시키고 있다. 세계 청춘들이 특히 좀비물에 열광하는 것은 잉여문제와 물화의 모순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능력을 갖추고 노력해도 좀비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 그 안에서 좀비가 안되려고 하는 이들을 무기력하게 방기하는 제도나 기성세대 그리고 권력층에 대한 불안이 좀비 붐에 이어지고 있다. 조선시대를 벗어나 현대인들이 물화되고 인간성을 잃게 되는 상황 등을 어떻게 하면 해소할 수 있을까. 그것이 단순히 괴물로 끝나지 말아야할 좀비의 생존이유다


메시지만이 중요 한 것은 아니다. 2018년 영화 '조선 명탐정'이 좀비를 다뤘음에도 실패한 것은 공포를 강화한데 비해 제작비가 많기 때문이다. '창궐'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대중은 공포보다는 호쾌한 액션을 원할 것이다. 특히 여름 휴가철이나 겨울 방학, 명절등에는 말이다. 문화 기호는 세대의 변동과 밀접하다. 시간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중이 원하는 형태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