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음악은 혼자의 힘으로는 즐겁지 않아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0. 12. 3. 08:26

 

-신간 '누군가에게는 가장 좋은 음악' 리뷰

 

서정민갑의 신간은 음악 장르에 관해 안내를 해주는 책들과 다른 점이 있다. 기존 음악 장르 안내서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우선 각 장르의 기원을 중심으로 대표 뮤지션들을 나열한다.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원래 이 장르는 이런 거야.’라고 일깨우듯이 쓴다. 다른 하나는 한국의 뮤지션들의 이름이나 활동은 아예 배제한다는 점이다. 또한 저자도 지적했듯이 각 장르에 개별적인 책들은 많지만, 그것을 한권에 아우르는 책이 거의 없다. 또한, 거의 대부분 대중음악이 아니라 클래식 음악이다. 아울러 대중음악이라고해도 테크니컬하게 작곡 등에 관한 개별적인 책들이 더 많다. 이른바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인기를 끌게 되면서 실용음악 학원 차원의 서적들이 늘어났다. 대중음악에 담긴 노랫말, 가사를 연구하는 책도 많고, 시대별로 가수나 노래를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책들과 달리 저자는 장르와 뮤지션을 넘어서서 통시적 공시적으로 국내외를 넘나들며 자유자재로 음악사를 스토리텔링하고 음악적 세계관과 특유의 필치로 펼쳐 낸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언제라도 대중음악 장르의 대표적인 노래와 뮤지션들에 관한 정보와 콘텐츠는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단순한 지식과 정보를 담아내는 책은 더 이상 독자들에게 필요성이나 수요가 없어진 지 오래다. 더구나 대중음악은 클래식, 국악과 같이 정형화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하다고 할 수가 있다. 때문에 사실이 집필이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이 어쩌면 정상이다. 이 순간에도 탄생하는 수많은 곡들과 뮤지션들들을 모두 팔로업을 해야 하는 정말 많은 경험 노동이 필요한 음악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저자도 이 책을 구상한 시기에서 한참 지난 뒤에 책을 완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노고 속에서 만들어졌을 이 책은 블루스와 같이 대중음악의 뿌리에서 어떻게 갈라져 나갔고 예를 들어 블루스 이후 재즈, . R &B, 록으로 진화하고 융합해갔는지 계보를 풀어주는 방식을 취하기도 하고, 잘 다뤄지지 않았던 장르들을 과감히 포함 시키는 작업도 눈길을 끌게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우선 트로트다. 대개 클래식을 좋아하는 이들은 말할 것도 대중음악 애호가들도 트로트를 입에 올리기 싫어하는데, 이 책은 트로트를 중간에 턱 넣어놓고 있다. 대중음악이라도 해도 저항적이고 사회 변화 의지를 담아내는 블루스나 힙합, 록을 우선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트로트는 배제하는 경향이 분명 있었다. 물론 요즘에 트로트 열풍이 강하다 보니 트로트 장르를 포함 시킬 수도 있지만, 이 책의 특징이 사람들이 선호하는 음악은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점에서 볼 때 이는 낯설지 않다. 물론 트로트 장르보다는 다른 장르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 점인 피할 수가 없다.

 

또한,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민중가요를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민중가요는 매우 많은 장르들이 얽혀있는데, 이 책이 특정 장르에만 머물지 않고 크로스오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저자는 민중가요를 앞에 두고 음악은 정치적이라고 직접 언급을 한다. 여기에서 정치적이라는 것은 부정적이라기보다는 당연히 사회적 영향을 받고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점 때문에 음악에 대한 국가적 통제가 이뤄지므로 더욱 정치적인 성격을 갖게 된다. 무엇보다 민중 가요하면 대개 한국의 운동가요를 떠올리지만 저자는 포크를 비롯해서 록, , 월드뮤직, 힙합 다양한 장르들이 좀 더 좋은 사회를 위해 저항하고 비판적인 노래들을 만들어냈다고 하면서 넓은 범위의 민중가요라고 묶는 점이 인상적이다. 민중가요도 엄연하게 대중음악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단지 무조건 대중음악이 상업적이고 사랑 타령의 낭만적 감정만 강조하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한다. 민중가요가 아이돌 음악의 의식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잘 언급도 되지 않는다.

 

아이돌 음악에 대해서도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끄는데 대체적으로 아이돌은 음악은 팬덤 속에 있는 저자들이 책을 내는 경우가 많고 요즘에는 케이팝이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다 보니 무조건 띄우는 식의 책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는 터에 이 책은 나름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려 한다. 물론 그간 대중음악 전문가들이 아이돌 음악을 한 차원 낮게 보던 행태와는 완전히 거리를 두고 있다. 이 책은 음악적 현실도 나름 비판하기도 한다. 예컨대 힙합의 역사와 진화 양상을 짚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방송사가 힙합의 인기를 주도하는 현상에 대해서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부분이 그렇다. 또한, 하위 저항 문화차원에서 무조건 찬양하는 태도에서 거리를 두는 모습도 알 수가 있다. 소수자나 약자들을 공격하고 가학하는 힙합 행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이에 해당 한다.

 

월드 뮤직에 대한 할애도 매우 인상적이고 의미가 깊으며, 전기와 음악의 관계에 대한 분석도 잘볼 수 없는 내용으로 통찰적이면서 음악을 테크놀로지 관점에서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뮤지션 관점에서 이 책의 장점은 한국의 뮤지션 이름들이 매우 많이 언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대중매체를 통해서 알고 있는 유명가수가 아닐지라도 열심히 공연장이나 앨범을 통해서 지속적인 활동을 하면서도 나름 음악적 공헌을 기억하기 위한 책으로 보인다. 블루스, 재즈, , R &B, 록을 소개하는 글에서는 거의 필사적인 사명감을 느끼게도 한다. 앞으로 인지도와 관계없이 한국의 뮤지션들을 모두 기록하는 책이 꼭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게 한다.

 

끝으로 제목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 개론서나 안내서와 달리 감성적이다. ‘누군가에게는 가장 좋은 음악이라는 제목은 저자가 가지고 있는 음악에 대한 철학이자 예의로 보인다. 각자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최고라고 다투는 시절이 있었다.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나 스타가 최고일뿐이라고 우기기도 했다. 이제 최고나 우월한 곡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좋은 음악이면 된다. 많은 노래들을 분석해보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아왔고 지금은 콜라보가 미덕이다. 그만큼 음악은 혼자 만들어내지도 않으며 같이 집합적으로 진화시켜온 산물이며, 이러한 점은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고, 때문에 이 책은 계보나 시원을 묻거나 탐색하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이 대중음악의 본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더 좋음악을 서로 공유하기 위해 일정한 마음가짐은 필요해 보인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겁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선입견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세상의 모든 음악은 항상 우리를 향해 걷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음악은 모두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나이를 먹고, 다른 지역에 살아도 좋은 음악은 정체성과 취향의 차이를 무너뜨리며 스며듭니다. 마음을 열고 다양한 음악에 꾸준히 귀 기울이면 됩니다.”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의미와 가치 위주의 음악 분석 작업보다 대중에게 이것이 더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 김헌식(평론가, 박사, 교수)

 

*기획회의에 실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