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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에는 천재 소녀만 나오는 이유가 뭘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5. 17. 22:36

'옥중화'가 진세연 등장과 함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MBC 방송 캡처.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가운데 하나가 단연 '옥중화'이다. 그동안 사극이 붐을 이루기도 했지만 최근 이렇다할 화제작이 없는 시점에서 더욱 눈길을 끄는 드라마가 되었다. 한동안 퓨전 사극에 대한 피로증이 발생하여 정통 사극에 대한 관심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정통 사극 자체에 대한 관심이 아니었음은 곧 드러나고 말았다. 중요한 것은 그 사극 드라마가 갖고 있는 매력이었다. 그런데 대중적인 인기가 있어도 그 인기가 높을수록 그에 따라 둔감해지는 요인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는 드라마 '옥중화'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또다른 편견의 고착이다.

사실 이병훈 식의 사극은 퓨전 코드의 사극을 받아들여 전통 사극의 활로를 모색한 공헌점이 있다. 그것이 드라마 한류의 선봉장이었던 '대장금'이있다. 그런데 이런 이병훈류의 사극에는 공통적인 주인공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를 가리켜 이병훈의 뮤즈라는 말로 언론매체에 회자되고 있다. 그 뮤즈는 '대장금'의 이영애, '서동요'의 이보영, '동이'의 한효주를 가리키며 '옥중화'에서는 진세연을 말한다. 뮤즈라면 당연히 뛰어난 외모를 기반으로 해야 할 듯싶다. 이뿐만이 아니라 이런 여성 주인공 캐릭터는 주요 특징들이 있다. 

일단 천재형의 캐릭터이다. 여기에서 천재라는 특징은 뛰어난 지능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학이나 음식, 과학, 악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다. '옥중화'에서는 무술까지 탁월하게 구사하고, 사주명리학까지 어린 시절부터 통달한다. 이러한 여성 캐릭터들은 명민하면서도 표정이 밝으니 그 성격은 좋고 여기에 감성도 풍부하다. 남자에게 의존하지도 않고 언제나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오히려 남성에게 배려하며 위기에서 힘을 준다. 그러면서도 군림하거나 잘난체 하지 않는다. 자신보다는 남을 생각하는데 특히 가족에 대한 애정도 크다.

이렇게 여성 캐릭터들이 이병훈표 사극에서 천재형 뮤즈 소녀로 등장하는 것은 성공 스토리 사극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을 지 모른다. 더구나 전통사회에서 능력은 있지만 사회적 성공이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삶을 재발견하고, 현대적인 관점을 투영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여성들이 활발하게 사회 경제적 진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남성 중심의 사극과 차별화 되는 여성 성공스토리 사극의 성공은 이해할 수 있어 보였다. 언제나 문화콘텐츠는 현실을 넘어서서 이상적인 모습을 형상화 하려는 점도 이런 천재형 여성 캐릭터의 등장이 왜 일어나는 지 짐작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항상 똑같은 여성 캐릭터의 등장은 피로증을 낳기도 한다. 

꼭 천재형이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 의문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훈식의 뮤즈 캐릭터는 자신의 노력 이전에 뛰어난 지능을 타고 나야 한다. 타고나는 것은 지능만이 아니라 외모는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노력도 이런 능력이 전제 되어야 가능한 캐릭터들이다. 더구나 성격이나 삶의 태도는 항상 긍정적이고 능동적이어야 한다. 

주인공들은 모두 매우 곤란한 성장 배경을 갖고 있지만 그늘과 상처, 즉 심리학에서 말하는 콤플렉스나 트라우마 같은 것은 찾아 볼 수가 없다. 화를 내지도 분노를 표출하거나 불평불만도 거의 없다. 이는 여성에 대한 치우친 이미지를 굳게 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여성은 그러한 밝고 좋은 성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편견을 고착화 하기도 한다. 그런 것이 이상적인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애써 열거하는 이유는 실상 현실에서 전혀 존재할 수 없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일반 사람들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삶의 양태를 보여준다. 그러므로 현대인들의 처지나 상황을 대리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는 허구적일 수 밖에 없다. 정통 사극이나 퓨전 사극이라는 말을 붙이기보다는 그냥 환타지사극이라고 칭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더구나 항상 살인과 음모가 있어도 여성 주인공을 피해가며, 결론은 언제나 해피엔딩이니 말이다. 더 이상 위기다 음모도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잘 해결될 터이니 말이다. 무엇보다 시청자가 환타지로 도피하기 위해서는 그 세계는 현실과 완전헤 다른 별도의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아주 작으나마 존재했던 역사적 사실상의 팩션코드 조차도 버릴 수 밖에 없있던 것이다. 앞으로도 실제 역사 주인공은 등장하지 않을 운명으로 보인다.

사극 캐릭터의 다양성은 언제나 필요하다. 단지 캐릭터 자체의 특징이나 여성의 직업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프레임이 바뀌어야 한다. 예컨대 지금까지는 모두 천재형이었다면, 앞으로는 노력형 영웅도 필요하다. 이상적인 모습의 주인공이 모두 천재일 필요는 없으며 그것이 모두 원하는 성공 모델 유형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천재가 아니며, 천재가 아님에도 삶의 성공적인 결과를 염원하는 면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론 그 성공은 세속적 성공만을 지향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제 시도해 볼 필요가 있는 유형은 병맛 사극도 있을 것이다. 결핍과 모자람이 충만해도 삶을 성공적으로 일구어 낸 사람들은 현대에나 전통 사회에도 존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성장 불황의 사회일수록 우리가 감내해야할 삶의 유형일 것이다. 천재가 아닌 사람이 성공한 삶을 이뤄가는 모습이야말로 진정 이상적인 모습이며, 시대 지향적인 가치를 구현하는 것임은 21세기에 부정할 수 없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