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미국의 부활은 가능한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7. 1. 30. 21:37

위기 때마다 부활하는 미국의 원동력-미국의 부활

 

2008년 서브 프라임 사태로 빚어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이제 미국이 끝났다는 담론들이 쏟아졌다. 미국이 주도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실물의 경제보다는 금융경제가 비대해진 현상은 자본주의 자체의 근본적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특히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중국이 부상하면서 이제는 글로벌 강자는 미국에서 중국으로 그 중심축이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크게 득세했다. 한국의 무역의존도 1위 국가는 이미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뀐 지 오래였다. 심지어 중국과 미국의 교체기라는 면에서 원명이나 명청 교체기에 비유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오히려 이뤄냈다. 실업률은 완전고용에 근접하는 5.1%으로 낮아졌고 경제 성장률은 3%를 넘어섰으며 침체되었던 주택시장이 다시 살아났다. 첨단산업은 다시금 미국경제를 견인하였으며, 해외로 갔던 공장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고 제조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신간 미국의 부활은 바로 그대로 몰락해 갈 듯 싶던 미국이 다시금 일어서고 있는 현상과 그 이유에 대해서 정리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첨단 산업, 제조업, 셰일 가스라는 점에서 미국이 부활할 수 있었던 점을 분석하고 있다.


2016년 한국을 포함해 세계를 크게 강타한 것은 인공지능 신드롬이었다. 인공지능은 그냥 철지나 묻혀 있던 담론이었는데 그것을 화려하게 부활시킨 것은 인공지능 알파고와 고수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었다. 대부분 인간의 우승을 예측했지만 알파고는 이세돌을 이김으로써 큰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공포감은 거꾸로 인공지능에 대한 엄청난 반향과 함께 관련 투자를 세계적인 현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유럽은 물론 중국이나 일본조차 인공지능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폭제가 되었다. 무론 인공지능은 딥 러닝 방식이라고 하는 모델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휴머노이드 인공지능과는 거리가 멀 수 있지만, 인공지능에 관한 첨단기술의 한 축을 제시하고 이를 견인했다는 점에서는 기여가 있다. 이렇게 미국은 첨단산업에서 새로운 시도와 성과를 통해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왔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전기 자동차도 마찬가지 사례.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이전에 우리가 갖고 있는 전기 자동차의 이미지는 골프장 카트카의 정도에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테슬라는 이러한 전기자동차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급속충전을 통해서 언제 어디서라도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을뿐더러 가벼우면서도 한번 충전으로 오래갈 수 있는 밧데리를 개발해 기존 전기 자동차보다 주행거리를 3배 높게 했다. 무엇보다 혁신적인 것은 각종 디지털 기술을 융합하여 전기자동차를 스마트카로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키를 꽂지 않아도 스스로 시동이 켜지고 17인치 모니터를 통해서 상태를 점검할 수 있으며, 100km로 들어서는 2.7초 걸리고 250km이상의 속력을 내어 기존 전기자동차의 한계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앨론 머스크는 친환경 에너지 자동차를 통해서 인류는 물론 지구까지도 구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에 매진해왔다는 점에서 보았을 때 첨단 산업을 이끄는 정신을 엿볼 수 있게 했다.


한편 전기자동차는 하나의 컴퓨터라고 볼 수가 있는데 구글은 인공지능을 결합한 자율주행자동차를 선보였고 이는 기존 자동차업계에 큰 자극을 주기에 이른다. 부랴부랴 세계적인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자동차 신제품을 앞 다투어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테슬라나 구글의 움직임은 한때 자동차의 나라였던 미국이 다시금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은 말해주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GM이나 크라이슬러, 포드 등 3대 자동차 케이커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맥을 못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기 자동차 등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은 연방정부의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미국 정부는 첨단 기술에 대해서는 대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미국이 이런 지원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원천 기술부터 차근차근 지원을 해준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기초를 다지는 것이 미국 첨단산업의 특징이라고 할 수가 있다. 기초가 탄탄하게 다져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서 상품이나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재난 상황의 구조 휴머노이드 로봇이 활성화된 사례도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라 그 기반이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드론이나 3D프린팅 기술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가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기술도 매우 오래전부터 연구되어온 기초가 있기 때문에 딥 러닝 방식의 알파고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기초적인 원천기술이 탄생하는 핵심적인 공간은 바로 대학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학은 사회와 산업에서 분리된 상아탑이라고 볼 수가 없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되기도 하지만 항상 기업이나 비즈니스모델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의 연구실이 바로 벤처 기업이 되고 스타트업이다. 수많은 첨단 기술이 대학에서 시작했고 그것이 사업화되었다. 학생들은 항상 이런 사실을 고려하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나 모델이 있으면 언제든지 사업체를 만드는데 나서는 것이 자연스럽다. 물론 수많은 시도 가운데 아주 극소수만이 성공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건과 상황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고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안정적인 요인이라는 점이다. 벤처 기업들이 대학에서 많은 이유는 첫 번째는 지적 자유와 아이디어만 좋으면 충분히 서포트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이다. 언제든지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을 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이 있다. 그것도 세계에서 인재를 몰리게 만들면서 끊임없이 창조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미국의 부활 신간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미국의 기지개가 단지 이런 새로운 첨단 산업에서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제조업의 부활 때문이다. 이를 단적으로 대변하는 단어가 바로 오프 쇼어링(off-shoring)’에 반대되는 리쇼어링이다. 2008년 금융위기는 실물경제의 위기였고 많은 기업을 파산시키고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갔다. 굴뚝 없는 산업이 자칫 신기루일수 있다는 각성이 일었다. 제조업이 경제의 엔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이는 중국의 제조업 지배를 통해 알 수가 있었다. 2009년 오바마 정부는 제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진흥과 지원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해외에 나간 공장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세금 혜택을 주었고, 다른 나라의 제조업 공장을 위해서도 혜택을 주는가하면 제조업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도록 장려했다. 그런 결과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기업의 입장에서도 해외 공장들은 높아지는 인건비와 운송비 때문에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았던 터였다. 더구나 저학력의 지역민들이 일자리를 갖는다는 것은 지역경제의 활성화와도 맞물려 있다. 우리 기업 삼동이 동남아가 미국에 공장을 세운 사례는 시사점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저력을 볼 수 있는 것은 셰일가스 개발에도 있었다. 첨단 산업이든 제조업이든 아직은 그 에너지원에서 화석에너지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 이에 화석에너지가 경제적인 발목을 잡기도 하는데 이러한 고민을 날려준 것이 바로 미국의 셰일가스 기술이다. 역시 이러한 기술도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셰일가스를 추출하는 기술은 오랫동안의 구축해온 개척자 모험정신과 기업가적 마인드의 쾌거라고 볼 수가 있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내재적인 요인을 가지고 있기에 미국의 선도적 위치를 넘을 수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미국을 마냥 극찬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2008년 이후 금융위기와 중국의 부상으로 빚어진 불안한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경제를 부활시켜내는 원동력을 살피는 것이 중요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 원동력은 오랜 동안 새로운 시도와 모험을 장려하여 그것이 기업문화와 경제 비즈니스를 통해 국가 전체에 혜택이 확산되도록 장려하는 문화와 환경 그리고 제도와 정책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목하고 적용해야할 것은 개별 기술이나 영역이나 아니라 그러한 문화와 환경과, 그리고 제도와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글 김헌식(교보문고 북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