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명상록 사이를 누비며 드는 생각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4. 16. 09:34

명상록을 읽는 시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익숙한 책이면서도, 항상 색다르게 읽을 필요가 있다. 1900년 전 아우렐리우스의 현실과 우리 현실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끊임없이 재해석 적용되어야 한다. 현대소비사회가 고성장기를 지나 저성장기로 접어드는 마당에 스토아 철학의 핵심사상을 잘 표현하고 있는 <명상록>이 다시금 재음미될 여지는 많다. 외부 조건이나 평가보다는 스스로의 마음의 안정과 평화에 더 집중하는 점은 저성장사회에서 우리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덕목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명상록을 우리의 지금 현실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눈여겨볼만하다.




순응에 관하여

그가 우선 꼽은 순응은 자신의 삶 자체의 특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우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그대가 갖지 못한 것을 동경하지 말라.”라고 했다. 또한 대신 그대가 갖고 있는 가장 훌륭하고 좋은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런 것들이 그대에게 없었다면 아쉬웠을 지 상상해 보라.”라고 한다. 저자는 내 삶이 거지같은 지라고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솜털만한 것이라도 즐기고 하나씩 찾아보면 지금 삶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 손에 잡을 수 없는 거창한 것을 넣으려고 하니 불행감과 좌절감이 더한다고 본다. “그대에게 주어진 것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이 그대의 힘이 미치지 않는 것에 대해 비굴하게 호소하는 것보다 낫다라고 한 아우렐리우스의 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예컨대, 고성장기의 화려한 성공은 잊고 이제 저성장 사회에 맞는 생활양식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아우렐리우스는왜 이러한 일들이 나에게 일어 나는지라며 불평을 말라.”라고 한 것에 대해 힘겨움이 없기를 바라지만, 삶에 힘겨움이 없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면 더 좋다라고 말한다. 아우렐리우스는 인간의 고통이 인간이 마땅히 해야 할 일과 관련된 노력에 따른 것이라면 당연한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목수의 작업장에 있는 톱밥처럼 삶은 대패질이며 고통은 톱밥이라고 한다. 고통과 어려움이 당연히 있는 것에 순응할 때 그것은 더 이상 순응이 아니게 된다.


선택에 관하여

선택도 우리 자신에 있는 것을 생각할 때 명확해진다. 아우렐리우스는 걱정은 부질없는 것이다.”라고 했다. 저자의 말대로 사람은 살아 있는 한 고민을 벗어날 수 없다. 고민은 죽어야 끝난다. 내가 살아 있다는 증명이 바로 고민이다. 물론 고민이 과잉되는 것은 오히려 해로울 수밖에 없다. 해결이 그것을 줄이고 조율한다. 고민은 삶의 좋은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려고 노력하는가에 있다. 삶은 고민하고 살아내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우렐리우스는 옷을 벗고 그대의 늙고, 병들고 지친 몸을 바라보라.”라고 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아무것도 지니지 못한 상태의 평가가 더 정확하다며 모든 이해관계를 떠나 이뤄지는 평가가 진정하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자신에 대한 본질적인 진단이 자신을 더 가치 있게 만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지위나 입지 때문에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면 똥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지고 있는 것들을 버리고 정면으로 자신을 응시해야 나중에 그 조건들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피하는 똥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평온에 관하여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평온함을 가져다준다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다른 사람을 조롱하거나 화를 내거나 해롭게 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했다. 스토아 철학은 아파테이아(Apatheia)를 이상으로 삼았다. 외부의 영향에 흔들림이 없는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사소한 일에 너무 많은 감정을 소비하고 감정을 낭비하면 삶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평온한 일상을 사는 기술은 감정에 둔감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우렐리우스는 만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여라 그러면 삶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라고 하거나 그대에게 주어진 삶과 운명에 엮어 들어오는 모든 것을 더없이 소중하게 여겨라 그대에게 그보다 더 적절한 것이 무엇이겠는가.”라고 했다. 이에 대해 고위공직자에 오르고 싶다는 저자의 친구 말이 인상적이다. 바로 수연낙명(隨緣落命)” 이 말은 닥쳐 온 일들은 인연이 있어서 그런 것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여라.’이다. 이는 아우렐리우스의 다음 말과 연결된다. “뭔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라. 만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여라. 그러면 삶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숱하게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에 연연해하지 않고 그대로 열심히 노력하면 그뿐인 것이다. 제의를 지낼 때 아우렐리우스는 신들에게 무조건 질병을 퇴치해달라고 기원하지 않았다. 퇴치를 할 테니 그에 맞추어 물리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게르만족의 침입도 막을 테니 도와달라고 했다. 현실로 돌아와 보자. 기획서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반드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에 깊은 좌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나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것이 있음을 인정하여야 다음에도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한다.

평온함을 방해하는 것은 필요 없는 감정의 과잉일 것이다. 아우렐리우스는 그대를 괴롭히는 것은 그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그대의 생각이며 그대는 그 생각을 언제라도 그만둘 것이다.”라고 했다. 어떤 생각에 연연해하는 것은 많은 경우 감정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내가 안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우렐리우스가 오늘, 나는 근심에서 벗어났다. 아니 근심을 내 안에서 몰아냈다. 그 근심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안에 있었다. 내 생각에 달려 있었다.”라고 한 대목과 그 맥락이 닿는다. 저자는 감정은 외부에서 오지 않으며 스스로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힘들 정도의 감정이 생긴다면 다른 일에 몰두해 자신에게 뿌옇게 가득 찬 연기를 빼내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평온하지 못한 것은 불확실한 미래에 너무 걱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우렐리우스는 현재를 강조했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현재 뿐이다.” “오래 살거나 짧게 살거나 현재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다 같은 시간이고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현재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말에 대해 저자는 아우렐리우스가 로마황제로 제국의 미래를 위해 전쟁터에서 살았지만, 개인의 삶은 철저하게 현재였다고 말한다. 이는 일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일상을 이어 놓은 것이 하루이고, 하루를 이은 것이 평생이고, 순간을 이어 것이 세월이라는 것. 가까이 보이는 삶을 사랑해야 하는데 평생보다 하루를 조금이라도 더 기쁘게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기 발밑에 있는 훌륭한 것은 보지 못한 채 헛된 것을 쫓다가 언제나 손닿는 곳에 있는 행복을 놓쳤던 사람들을 생각해보라.” 그는 황제였지만 소유가 아니라 삶의 본질적인 의미와 기쁨을 찾으려 했지만 그의 아들 콤모두스는 그렇지 않았다. 저자는 빠르고 쉽게 기쁨을 취할 수 있는 것은 주변의 것들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아주 먼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기쁨도 구하지 못한다. 그에게 커튼 사이의 희미한 새벽빛,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 거리의 화분에 있는 라일락 향기 등 기쁨이다. “그대는 여기저기 찾아 헤맸지만, 행복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스토아 철학은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태도를 더 중요시 했다. 아우렐리우스는 명성을 원하는 사람들의 행복은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는 삶이라고 한다. 스스로에게 선택 권한이 하나도 없고 밖에서 주어지는 행복은 사람을 노예로 만든다고 본 것이다. 돈이 많아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돈 때문에 생계에 대한 부담이 가벼워졌기 때문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친구들을 만나서 좋은 것은 일상을 짓누르는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상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것에 행복감이 있다. “언제라도 원하면 그대 자신 안에서 완벽한 휴양지를 발견할 수 있다.”라고 한 아우렐리우스는 전쟁터에서 글을 썼는데 그 짧은 시간과 장소가 쉼터로 살육의 전쟁을 잊게 했다. 전쟁 같은 조직생활과 아파트 밀림에서 작은 동산도 정말 짧지만 긴 휴식을 제공해준다.





관계에 대하여

아우렐리우스는 진정한 애정을 갖고 말하라. 훈계하지 말라.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주지도 말라. 슬그머니 귀뜸 해 주어라.”라고 했다. 황제이며 철학자인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이 더 많이 안다고 우월감을 내세운 적이 없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라는 말만큼 상대를 무력하게 만드는 말도 없는데 젊은 세대에게는 더욱 그렇다. 젊은 시절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는 좌충우돌의 시기다.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 되는데 그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오류다. 더구나 이제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전문가인 시대가 되었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이 있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훈계는 역효과만 난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 때문에 자꾸 남에게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그것을 적용시키려 한다. 남에게 말을 하는 것은 대개 잘못의 지적이다. 아우렐리우스는 이를 경계했다. “누군가를 비난하는 마음이 들 때 마다 이 사람이 저지른 것과 잘못을 나도 하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라” “그대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의 도덕성과 행동거지를 보라 그들 중에서 제일 낫다고 여겨지는 자도 참아주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대도 그들보다 나은 것이 없다.” 아우렐리우스는 황제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시장에 있는 사람과 같은 위치에 놓고 통찰을 했다. 저런 모습으로 나이 들지 않겠다던 다짐은 사라지고 그 선배들과 다름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말은 눈길을 끈다. 남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또한 비판 이전에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 자신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아우렐리우스는 어디를 가나 그런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염두해 두면 지낼만하다는 말을 했다. “누군가의 뻔뻔스러운 행동 때문에 화가 날 때마다 즉시 스스로에게 질문하라. 파렴치한 사람들이 없는 세상이 어디 있겠는가하고. 그런 세상은 없고 불가능한 일을 기대하지 말라.”불가능한 일을 기대하느니 스스로 인정하고 그것에 맞게 내적 평정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기대를 바라는 것은 어떨까. 아우렐리우스는 말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깊이를 재보는 것보다 한심한 일은 없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라서 불행해지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이 하는 일을 모르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말에 저자는 우리는 나 때문이 아니라 남 때문에 신경을 참 많이 쓰고 산다는 것이다. 남의 염병이 자신의 고뿔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사실 사람들은 자신 외에는 다른 일에 관심이 없을 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저자는 남 보기가 아니라 자신이 보기에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에 관하여

변화에 대해서는 남이 아니라 자신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아우렐리우스의 생각이다. 그는 훌륭한 사람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하지 말고 그런 사람이 되어라라고 했다. 저자는 한 사람 한사람이 사람책이고 대단치 않아도 무엇인가 읽을 게 있는 사람 책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삶을 소박하지만 충실하게 하는 나만의 기술이 되기 때문이다. “한 인간의 가치는 그가 관심을 갖는 대상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말에 대해서 저자는 나에게 부여된 가치를 바꾸려면 몸을 바꾸고 삶으로 보여주어야 한다고 한다. 어떻게 살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 최선의 기술이고,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도 높이는 것도 내 자신이며 그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변화를 긍정의 방향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아우렐리우스가 만일 그대가 갈 길을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고 그 선택에 적합하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면 언제라도 발전가능성이 있다.”라고 했고 이 책의 저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남들이 언급하는 그런 성공방식은 자기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우렐리우스의 말 뿐만 아니라 스토아학파의 다양한 학자들의 말을 등장시키며 현대한국인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성찰적 화두를 던져준다. 그러한 재해석과 적용의 작업은 비단 다른 누군가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이다. 그러한 필요에 하나의 지침기준이 될 것이다. 교보문고 북멘토/김헌식(문화평론가,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초빙교수, P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