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뇌과학 붐과 정신 장애의 상품화?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4. 20. 09:55
-서번트 신드롬과 장애인의 날
최근 출간된 ‘스타는 미쳤다(원제: Celebrities)’는 엘비스 프레슬리에서 마이클 잭슨, 재니스 조플린, 휘트니 휴스턴, 빌리 홀리데이, 로비 윌리엄스, 마릴린 먼로까지 30명의 스타들을 성격장애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독일의 정신병리학자이며 괴팅겐대 의대 교수인 보르빈 반델로 교수는 그들이 예술적 성취를 낳은 것은 성격장애 때문이었다고 본다. 성격 장애 때문에 뛰어난 예술가가 되었다는 것. 장애를 통해 큰 업적을 이룬 사람으로 언급되는 이들은 그외에도 그동안 많았다.

버지니아 울프, 루드비히 반 베토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미켈란젤로, 찰스 디킨즈, 패티 듀크도 정신장애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신경 의학자들은 뉴턴과 아인슈타인은 자폐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에 시달렸다고 본다. 지금까지 예를 든 것은 모두 뇌에 관한 장애에 관련된다.

지난 19일 KBS스페셜은 ´뇌의 선물´ 편을 방송했다. 핵심은 서번트 신드롬(savant syndrome)이었다. 최근 뇌 과학이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각광(?)받고 있는 증상이 서번트 신드롬이다. 사고를 당하거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들 가운데 놀라운 능력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놀라운 암산 능력이나 음악 혹은 미술적 재능을 보이는 이들은 신기하기만 하다. 대개 정신장애인은 보통 사람보다 뒤떨어진다고 여긴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캐슬린 루이스의 아들 렉스처럼 단 한번만 듣고도 연주를 하고 한번 보고도 그대로 그림을 그려내거나 조각을 만들어내는 그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다. 대럴드 트레퍼트 교수(위스콘신 의과대학 임상심리학과)는 이러한 서번트 신드롬을 뇌의 보상효과로 설명했다. 좌우 반구가운데 한쪽의 기능이 망가지면 다른 쪽이 더 발달하게 되며 예상치 못한 능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경이로운 천재들이다.

KBS스페셜이 끝나고 조금 후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자폐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후천적으로 음악가가 되려는 고등학교 1학년 선근이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그는 하루 200번씩 연습하며 자폐를 극복하고 음악 영재로 꼽혔다. 그에게 천재적인 음악 재능 대신 끈기와 열정이 있었다. 자폐아와 지적 장애인은 15만 명, 서번트 신드롬을 보이는 이는 전세계적으로 100명이다.

대부분의 정신장애인은 천재와는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부단한 노력의 산물로 업적을 이룬다. 어쨌든 이러한 컨텐츠들이 주목하는 것은 놀라운 업적이다. 선천적이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서번트 신드롬이나 아스퍼거 증후군이 천재나 경이로운 업적 차원에서만 주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장애는 대부분 후천적으로 일어난다.

한편 매체 컨텐츠에서는 대개 장애인은 보호를 받아야 할 약자적 존재로만 나온다. 얼마전 개봉한 영화 ‘작전명: 발키리’는 좀 달랐다. 슈타우펜베르크 대령(톰 크루즈)은 아프리카 전선에서 한쪽 눈이 실명되고 왼손 그리고 오른손 두 손가락을 잃고 베를린으로 돌아온다. 깨달은 바가 컸던 조국을 위해 히틀러를 암살하기로 결심한다. 팔을 쓸 수가 없고 눈도 불편할 수 있는데 암살에 참여한 것이다.

그는 평소 일상 생활을 하는데 문제가 없다. 혼자 힘으로 옷을 입고, 움직이는데도 부관들의 도움을 받지 않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오히려 작전을 수행하는데 장애인이라는 점을 활용하여 들킬 뻔한 작전을 들키지 않고, 세 개의 손가락밖에 남지 않은 왼손으로 작동하기 편하도록 특별히 제작된 펜치를 사용해 마침내 폭탄을 터트리는데 성공한다.

비록 히틀러 암살에 실패했지만, 그는 종전 후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그가 영웅으로 추앙받는 것은 천재가 아니라 정의가 무엇인지 지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이 장애인이었다는 사실은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주목받지 못한 영화 속 장애인은 그만이 아니었다. 3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영화 ‘워낭소리’에서 주인공 할아버지가 다리 장애인(소아마비)이라는 사실은 잘 회자되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다리가 불편했기 때문에 황소에 더 의존하고 돈독한 사이가 되었음이 잘 드러나지도 않았다. 어쨌든 이 시간에도 장애인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부단하게 노력하며, 의미 있는 삶을 당당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천재이든, 뛰어난 업적을 만들어내는 지에 관계없이.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