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구동혁은 훌륭한 형사가 될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4. 25. 03:17

구동혁은 훌륭한 형사가 될까?

[리뷰] <미스터 소크라테스>를 보고

최종 업데이트 05.11.16 10:00


어느 군 수사기관에서 군무이탈자 전담 요원을 선발했다. 한명은 고졸 출신이었고 한 명은 대학을 다니다가 군대에 입대한 사람이었다. 대학 재학중인 자가 학력도 높고 선임이었기 때문에 팀장을 맡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갈수록 실적은 고졸 출신 요원이 월등했다. 결국 팀장 자리는 후임임에도 불구하고 고졸 출신이 맡게 되었다.

왜 그랬을까? 고졸 출신은 집이 가난했다. 그는 일찍부터 빈한하고 불행한 친구들과 함께 생활해보았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거나 군무이탈을 하는 문제 사병들의 심리와 주거, 생활 방식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선임은 공무원 집안으로 부자는 아니었지만, 안정된 집안 출신이었다. 안정된 가정생활과 학교생활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문자 중심에서 과학성, 합리성을 강조하며 문서에 의존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박두만(송강호 분)은 전문대 출신으로 서태윤(김상경 분)은 4년제 대학출신 형사다. 박두만은 육감과 몸으로 하는 수사에 대한 강한 집착이 있고, 서태윤은 과학적, 합리적인 수사를 강조한다. 이는 상징적으로 살아온 환경, 방식, 집안의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드러낸다. 초반에는 서태윤의 수사에 힘을 싣지만, 결국 똑같은 비중으로 다루어진다.

여자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영화 <미스터 소크라테스>에서 구동혁(김래원 분)은 한마디로 밑바닥 인생, 조직 폭력배 끄나풀로 양아치 생활을 한다. 아버지가 도둑인 집안에서 불행한 과정을 겪은 인물이다. 그가 난데없는 초강력 스파르타식 경찰 순경 시험 준비반을 거쳐 강력반 형사가 된다. 조폭이 경찰에 조직을 심는다는 차원에서 영화 <무간도>와 같은 설정이라는 점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질문은 다르게 던질 수도 있다.

과연 그가 훌륭한 경찰, 형사가 될 수 있을까?

2003년 MBC 드라마 <좋은 사람>에서 박준필(신하균 분)은 강태평(조한선 분)과 뒤바뀐 인생으로 경찰 간부가 되어 산다. 대신 강태평(조한선 분)은 3류 건달로 산다. 정의감만은 다른 이들을 따라 갈 사람이 없다. 이 때문인지, 우여곡절 끝에 순경에 형사가 된다. 지난 경험에서 얻은 방식으로 여러 가지 위기를 헤쳐 나간다. 그의 3류 건달생활이 도움이 된 것이다.

어찌되었든 양아치 생활의 경험으로 잡범을 잡아들이는 <미스터 소크라테스>의 구동혁은 개과천선! 마침내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물론 사회를 옥죄이고 있는 조직의 수장들까지 모두 해결하는 솜씨를 보이니 훌륭한 경찰이 아닌가. 그에게 과학적 수사나 합리적 증거에 따른 치밀한 수사는 없다. 오히려 지난 경험과 몸이 앞설 뿐이다.

KBS 드라마 <오필승! 봉순영>, MBC <신입사원>에서도 오필승(안재욱 분)이나 강호(문정혁 분)와 같이 부유층이나 대기업 경영진 출신이 아닌 서민 혹은 사회 밑바닥 출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이들이 훌륭한 경영진이나 기업인으로 성장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경제적 혹은 합리성이 아닌 휴머니즘과 감성적 경영의 중요성을 던질 뿐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모두 자신의 지난 생활의 덕이다.

<미스터 소크라테스>는 감성적이고 휴머니즘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데 목적이 있을까? 양아치 생활을 접고 어느새 준법의 지팡이 형사로 활약하는 구동혁. 그가 어색한 웃음과 무난한 감동으로 “악법도 법”이라는, 어떻게 보면 체제 유지적인 법 논리를 변호하는 식상한 메시지를 던질 뿐이다. 어쩌면 감성적이고 휴머니즘적인 논리는 형사들에게 비현실적인 것인가. 그래서인지 감성과 휴머니즘은 아버지와 동생에게만 닿아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은 경찰은 누가 되어야 하고, 어떤 것을 겪은 사람들이어야 하는가이다. 청년 실업 속에서 경찰 순경 시험경쟁률이 50~60대1에 이르고 4년제 대학 졸업자들까지 선발 인원 대부분을 차지한 지 오래다.

<미스터 소크라테스>에는 경찰 순경 시험 과목들이 비춰지는데, 이런 시험 과목만으로는 훌륭한 순경이 배출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경찰은 길러지는 것이고, 형사는 만들어지는 것일 수 있다. 또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증거 중심주의 수사는 여전히 유효하고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실제 경찰이나 형사의 실제에서는 몸으로 체화된 경험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다만, 경험을 살린 수사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구동혁과 같이 양아치식의 폭력 형사가 바람직한 것은 절대 아니다. 범죄자에게도 인권은 있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양아치 출신 형사의 앞날은 밝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