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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기획사 그래미 어워즈보이콧과 패노메몬(Fanomenon) 시상식 의미 그리고 과제.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6. 10. 26. 09:35

4대 기획사 그래미 어워즈보이콧과 패노메몬(Fanomenon) 시상식 의미 그리고 과제.

-K 팝의 정체성 그리고 글로벌 비전

 

지난 6월 16일(현지시간)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2027년 2월 열리는 제69회 시상식부터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등 5개 부문을 신설한다고 발표했고, 10월 12일 후보 선정을 위한 1차 투표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국의 하이브·SM·JYP·YG 등 4대 기획사 소속 아티스트는 투표 대상에 없었다. 방탄소년단이나 스트레이 키즈만이 아니라 SM과 YG 소속 아티스트들도 출품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의 출품 거부는 하이브 전사적 차원의 결정은 아니고 각 개별 레이브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밝혔다. 이러한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하이브 레이블 전체만이 아니라 다른 기획사들도 동참한 것 것이다. 이러한 점은 방탄소년단의 생각이 맞는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는 점을 말해준다.

 

일각에서는 그래미 어워즈에 대해서 유독 신설 부문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보이콧하는 것을 지적한다. 하지만 이는 그래미에만 민감한 것이 아니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의 전례가 있었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는 2023년 K팝 부문을 신설했는데, 톱 글로벌 K팝 아티스트, 톱 글로벌 K팝 앨범, 톱 글로벌 K팝 노래, 톱 K팝 투어링 아티스트 등 4개 부문이었다. 이후에 케이 팝 아티스트들은 본상을 받은 적이 없고 K팝 부문 수상에만 한정되었다. 2024년 시상식 결과를 보면 세븐틴 (SEVENTEEN)이 2024년 '톱 K-팝 투어링 아티스트',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가 '톱 글로벌 K-팝 아티스트(Top Global K-Pop Artist)', 방탄소년단 정국이 솔로 앨범 ‘GOLDEN’으로 '톱 K-팝 앨범'을 받았을 뿐이다. 빌보드뮤직 어워즈가 이 정도라면 그래미 어워즈는 불 보듯 훤할 수밖에 없다. 그래미는 빌보드 뮤직어워즈보다 케이 팝에 더 인색했기 때문이다. 그 대표 사례가 방탄소년단이었다. 2021년 제 63회 그래미뮤직 어워즈에서 전 세계적인 히트곡 ‘다이너마이트’로 베스트 팝 듀오 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을 못했고 고작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협업곡에 밀렸다. 2022년 제 64회에서도 빌보드 핫 100 1위를 10주간이나 차지한 ‘버터’로 같은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역시 수상하지 못했다. 2023년 제 65회에도 기대가 되었다. 무려 3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후보 부문도 다양했기 때문이다. 'Yet To Come'으로 최우수 뮤직비디오), 콜드플레이와의 협업곡인 'My Universe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나아가 이곡이 수록된 앨범으로 '올해의 앨범상(Album of the Year)' 후보까지 올랐다. 하지만 시상 순서까지 뒤로 배치했음에도 방탄소년단은 수상을 하지 못했고 시청율과 화제성을 위해 방탄소년단을 이용했다는 혹평이 현지에서도 쏟아졌다.

 

이는 방탄소년단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케이 팝 전반에 걸친 장벽과 배제의 분위기가 있었다. 2024년에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솔로 활동 곡만이 아니라 스트레이키즈, 뉴진스, 트와이스, 세븐틴 등 케이 팝 가수들이 빌보드 차트는 물론이고 국제음반산업협회 통계에서도 활약했음에도 단 하나의 후보에도 오르지 못해 거센 비난이 일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2025년 제 67회에서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러다가 2026년 제 68회에서는 변화가 있을 줄 알았다. 9개 부문에 케이 팝 관련 곡들이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케이 팝 데몬 헌터스”의 ‘골든’과 로제의 ‘아파트’는 전 세계적인 히트송이었기 때문에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골든’은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로제의 ‘아파트’는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와 '올해의 레코드(Record of the Year)에 올랐고 이미 2025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MTV VMAs)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상을 받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모두 수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Best Pop Duo/Group Performance)’부문이었다. 이 부문에서 “케이 팝 데몬 헌터스”의 ‘골든’, 로제의 ‘아파트’, 캣츠아이의 ‘가브리앨라’가 후보에 올랐지만 케이 팝은 단 한 팀도 수상을 못했다. 방탄소년단이 여러 차례 후보에 올랐지만 한 차례도 수상을 못한 전철이 반복되었다.

 

이러한 점은 그래미 어워즈가 케이 팝을 평가할 수 있는 의식은 물론이고 정체성이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을 말한다. 더구나 이런 상황에서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을 신설한 것은 그들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따라서 케이 팝이 어느 아티스트라고 해도 2027년 제 69회에서 본상 수상을 할 가능성은 없다. 케이 팝은 아시안 뮤직 틀에 가두려는 것이 보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그래미 출품 거부는 단지 즉흥적이거나 우연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미 오래 전부터 품어 왔던 가치 지향점을 내포한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MTV 뮤직 어워즈에서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베스트그룹’(통산 5번째)을 포함해 3관왕을 차지했는데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미 그것은 예정되어 있던 수순이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군입대전에 자신들의 채널을 통해서 빌보드 순위나 시상식 수상에 너무 연연해하는 것 같아서 자신의 정체성과 그에 따른 길을 찾겠다는 맥락의 소회를 밝힌 적이 있다. 정규 5집 “아리랑”의 수록된 곡들의 경우에도 ‘버터’나 ‘다이너마이트’같이 대중적인 곡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았을 때 당장에 성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이미 드러났다. 빌보드나 그래미에 연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음악 문화는 케이 팝으로 기울었다. 미래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음악의 유통 채널은 이제 대형 음반사나 플랫폼이 아니다. 신생 아티스트의 홍보만이 아니라 음악 공유나 향유도 SNS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코로나 19 엔데믹을 거치면서 음악 산업과 시장은 음원이나 앨범이 아니라 콘서트 투어로 주도권이 넘어갔다. 직접 대면 체험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콘서트만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행사가 주축이다. 이러한 점은 케이 팝만이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있다. 이미 방탄소년단의 경제 효과는 전세계적으로 남미까지 증명이 되고도 남았다. 테일러 스위프트 효과는 이미 넘어선지 오래다.

 

일각에서는 아이브(‘뱅뱅’), 키키(‘404 (뉴 에라)’), 피프티피프티(‘스타스트럭’), 박효신(‘AE’) 등이 그래미에 출품한 것에 대해서 비난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비난을 가할 필요도 없고 그럴만한 가치도 없는 것이다. 이미 주요 아티스트들이 거부한 상이 의미를 가질 이유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그들의 브랜드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래미 어워즈의 수상은 이미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우려도 걱정도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2027년 한국에서 열릴 패노메몬(Fanomenon) 시상식에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주요 케이 팝 아티스트가 등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케이 팝의 정체성이 팬 문화이기 때문에 팬을 시상식의 주인공으로 삼는 것이 그래미 시상식과 구별되는 독자성이다. 더 이상 빌보드 1등과 그래미 수상에 얽매이지 않는 우리가 중심이 된 시상식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이것은 문화 전쟁의 서막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4대 기획사뿐만 아니라 중소기획사나 신생 소속사 아티스트들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연대와 소통, 그리고 네트워크를 다양하게 심화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 산업계 이해관계자 좌우하는 것이 아닌 팬 중심의 케이 팝 정체성과 그에 따른 주체적인 입지의 구축이 어느 때보다 한국에서 중요하게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