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 TV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중국에서 소위 '대박'일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3. 22. 10:00

한국 TV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중국에서 소위 '대박'을 치고 있다는 것은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 사진은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별에서 온 그대' '쓰리데이즈' '아빠 어디가' '나가수' ⓒSBS/MBC

중국에 진출한 방송 프로그램들이 긍정의 효과를 낳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를 본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중국을 포함한 세계의 방송 포맷과 콘텐츠의 구도가 이제 경제 비즈니스로 그영역이 완전히 이동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가능성이기도 하지만 위기이기도 하며, 그렇기 때문에 우쭐거리는 것은 독이 된다. 

긍정적인 사례들은 기분을 좋게 했던 것도 사실이다. 중국에서는 채널이 40여개나 되어 그만큼 시청자들의 주의력이 분산되기에 시청률이 1%만 넘어도 성공이라고 한다. 그런데 MBC '일밤-아빠 어디가' 중국판은 시청률이 4%대가 나왔으니 놀라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또 극장 개봉으로 1000억 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아빠 어디가'는 베이징에서 열린 제7회 종예(綜藝) 시상식에서 올해의 프로그램, 올해의 제작자 부문의 상을 받았다. '나가수'를 방영한 후난TV는 27주만에 3000억 원을 벌었다. 포맷수출로 플라잉 제작진이 생겼고 이는 추가 수익모델을 발생시킨다고 한다.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3Days)'의 판매가는 회당 5360만원이었다. 다른 한국 드라마 가격보다 5배나 되었다고 한다. 16부작 전편이 8억 5000만원에 팔린 셈이다. EBS는 '모여라 딩동댕'을 중국 국영 교육방송(CETV)에 수출했다. 한국 작가들이 중국에 진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피디와 작가의 분업체계가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좋은 시장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러한 소식들은 현재는 물론 장밋빛 청사진을 제공해준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님을 알 수가 있다.

‘나가수’의 경우 3000억원 이상을 벌었지만 한국이 가져온 돈은 30억원에 그쳤다. 포맷 수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동개발과 공동제작을 통해 10-20%의 수익 공유를 주장하지만 모험적인 사업은 그렇게 포맷보다 안정적인 판매를 보이기 힘들다. 예능 프로그램은 편당 제작비에서 5~7% 정도의 수익을 붙여 포맷을 판매하고 있을 뿐이다. 만약 대박이 터졌을 경우, 이와 연동하여 수익 분배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국의 규제는 인터넷으로 우회하게 했는데 이는 화제가 많이 되는 것과는 달리 수익 보전에 애로점을 내포하고 있다.

‘쓰리데이즈’는 중국의 동영상 사이트 유쿠(youku)에 판매했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에 진출한 것이 아니다. 이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도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쓰리데이즈’가 100억 원대의 제작비에 비하면 판매가격은 너무 저렴하다. 편당 5억 원 제작비의 드라마를 1000만원에서 2000만원에 팔고 있다. 인터넷이기 때문에 단가가 떨어지는 것이다. 저렴하면서 나름 양질의 콘텐츠였기 때문에 중국에게는 이득이다. ‘별에서 온 그대’가 화제가 된 것은 텔레비전이 아니라 인터넷이었다. 많은 중국인들은 ‘별그대’가 어떤 드라마인지 잘 모른다. 중국 정부의 통제로 인터넷에 우회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이는 콘텐츠 자체의 출혈경쟁을 유발하며, 콘텐츠 이외의 수익 활로를 모색이 필요하게 한다. 

한국에서 포화인 작가시장이 중국진출로 물꼬가 트일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포맷까지도 중국정부에서 규제를 하기 때문에 기획서 구성 형태의 참여를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이 기획서 혹은 셋팅 작업에 대해서 그렇게 높은 대가와 수익을 받지 못한다. 더구나 언어와 문화의 차이에서 고충이 예상되기 때문에 테크닉 차원의 노하우가 전수되는 선에서 머물 가능성이 많다.

중국은 문화적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시스템은 물론 방송미디어는 이를 충분히 채워주고 있지 못하다. 여기에 폭발하고 있는 인터넷 디지털 환경에서도 수요자들의 욕구가 분출하고 있다. 이를 충족시킬 콘텐츠가 필요 해졌다. 중국은 한국의 작품들이나 포맷만 사가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어떠한 내용들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그것이 중요하다.

공산자본주의 혹은 국가자본주의 동거상태에서 미디어 콘텐츠와 시스템에서 여전히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 방식이다. 중국에서 많은 수익을 예상하고 한국방송인들이 진출한다는 것은 거꾸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중국은 미디어 허브로 성장하고 있다. 당연히 미디어 허브가 수익을 더 많이 가져갈 수밖에 없다. 방송 포맷이나 방송콘텐츠가 창조경제의 대표적이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으며 많은 경우에는 상당한 출혈이 예상될 수 있다. 중국이 거대한 잠재력을 지닌 시장, 노다지로 보이지만 그것은 지나친 장밋빛 청사진이다. 문화는 아우라와 후광 그리고 언어의 경제 법칙을 따른다. 한국 방송의 미래는 우리 스스로에게 있다. 경제성장은 물론 내수시장의 확충과 민족 동포 네트워크의 지속적인 문화적 확장이 현실적인 답이 될 수 있다. 우리 스스로 허브가 되어야 하며 재주 넘은 곰은 언제 노력은 많이 하지만 항상 배가 고프다. 조금 떼어주는 밥알에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중국이 한국에게서 필요한 것은 약간 앞서간 몇몇 사례일 뿐이다. 더구나 우리는 우리 방송 현실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물론 우리는 이제 방송콘텐츠나 포맷의 수입 국가만이 아니라 수출국가이다. 뿌듯한 일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방송미디어에서도 수출만 하는 나라도 수입만 하는 나라도 없다. 이제 무한경쟁의 방송 시장에서 수익이 될 수 있는 것은 받아들이고 그것을 재창조하여 수출하는 콘텐츠/포맷 무역 경쟁에 나서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방송 포맷이나 콘텐츠가 수출된다고 해도 그것은 이제 시작된 세계화 시대의 무역 현상으로도 봐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첫 걸음마를 떼었을 뿐이다. 물론 아이가 첫걸음마를 떼었을때 엄청난 환호성이 터지기는 한다.

글/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