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키작으면 유리한 직업과 활동-키 작은 거인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2. 6. 09:17


<김헌식의 문화 꼬기>키 작은 거인의 사례들

김헌식 문화평론가(codessss@hanmail.net) | 등록 : 2014-01-30 10:24


키작은 걸그룹 타이니지 멤버들의 평균 키가 153cm라는데,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전라도 사투리 구사 등으로 인기를 끌었던 도희의 키는 151.8cm에 불과했다. 도희는 오히려 키가 작기 때문에 걸그룹 멤버가 될 수 있었다. 다른 걸그룹의 키와 달리 작은 모습으로 차별적인 콘셉트를 살리려는 기획의도 때문에 도희는 가수가 될 수 있고 응사에서 큰 인기를 끌 수도 있었다.


의외로 인기 걸 그룹은 키가 작은 편이다. 2013년을 기준으로 브라운아이드걸스는 160cm, 카라 162cm, 2NE1 162cm, 시크릿 160cm, 소녀시대 163cm, 원더걸스 163cm, 쥬얼리 163cm, 포미닛 163cm 등으로 초단신 혹은 단신에 속한다. 반면에 애프터 스쿨 168cm, 달샤벳 169cm, 라니아 168cm, 나인뮤지스 171cm 등이다. 이렇게 걸 그룹이 키가 큰 것만 생각할 수 있지만 유명한 걸 그룹은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것은 알 수 있다. 물론 이는 일반 여성들보다는 큰 편일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키 큰 사람만 유리할 수 있지만 키가 작은 사람들이 유리한 영역은 매우 많다. 1961년 4월 12일 오전 9시 7분, 발사된 첫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 1호’가 우주공간에서 108분 동안 항해했다. 첫 우주인인 소련의 유리 가가린은 1m58㎝였다. 선발 조건은 1m 75㎝ 미만이었다. 우주공간에서는 기체의 공간이 제한되기 때문에 키는 제한 조건이다. 당시 미국에서도 1m 80㎝ 이하로 신체적인 조건을 제한하였다. 산드라 블록은 영화 ‘그레비티’에서 여성 우주인 역할을 잘 수행했는데 실제 171cm의 신장도 알맞았다. 스키장에서도 너무 큰 키는 직무 수행에 어려움을 준다.


운동 경기에서 큰 키가 항상 유리할 것 같지만 작은 키는 유리한 점을 분명 제공한다. 2011년 프로 농수 선수 이정석은 “단신이기 때문에 민첩성, 슈팅, 가로채기, 패스, 드리블은 큰 선수들보다 잘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단신 때문에 오히려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그의 키는 183cm이기 때문에 일반인의 관점에서 단신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축구선수 메시는 1970cm가 안 되는 키로 그라운드를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사이언스타임즈’에 메시가 빠른 몸놀림이 가능한 이유는 키가 작고, 체중이 적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키 크고 체중이 많이 나가면 관성이 커 빨리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 단신 선수는 관성이 적어 빠른 회전에 유리하다. 페인팅에서도 이로운 점이 있다. 페인팅을 걸면 키 큰 선수는 균형이 무너지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그 사이 작은 선수는 공을 드라이빙 할 수 있다.


작은 선수는 몸의 균형이 무너져도 금방 따라 올 수 있지만 장신 선수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 그것이 '원심력의 과학'이다. 단신 선수는 무게 중심이 낮아 몸의 균형을 잘 잡는다. 무릎을 굽히고 무게 중심을 낮추면 민첩하게 더 움직이고, 볼 컨트롤을 매우 안정적이게 한다. 무게 중심이 낮아 공과 같은 위치에 있기 쉽다.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는 1m 72cm,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는 1m 65cm이었다. 또한 스페인의 공격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1m70cm, 사비 에르난데스도 1m70cm이었다.

경마의 기수는 몸무게가 49㎏ 이상 키는 168㎝ 미만이어야 한다. 168㎝를 넘으면 루저 기수가 된다. 그들의 평균 연봉은 1억에 가깝다. 공기소총의 경우 키가 작으면 오히려 표적 높이와 눈높이가 비슷해 유리한 점이 있다. 자동차경주대회에서 활약하는 F1 드라이버 상당수는 키가 170cm대로 스포츠 선수로서는 작다. 머신과 드라이버의 몸무게를 합쳐 600kg을 넘기 때문에 드라이버의 몸무게가 가벼우면 유리하다. 수많은 조작 버튼이 있고 조종석(콕핏)이 매우 좁다. 핸들링을 민첩하게 하려면 이에 맞게 작은 체형이 낫다.


지난 100년간 역대 올림픽 마라톤대회의 우승자는 평균 키가 171cm 몸무게가 61kg 전후였다. 키가 크면 무게 중심의 상하 이동이 많아 에너지 소모가 많다. 장거리 경주에는 키가 크면 불리하다. 역도 선수도 키가 작아야 한다. 팔의 길이나 무릎 아래 뼈인 경골의 길이가 짧을수록 좋다. 경골의 길이는 일어날 때 지렛대의 역할을 하므로 짧을수록 작은 힘으로 무거운 바벨을 들 게 한다.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은 체구가 작은 선수들에게 좋다. 무게중심이 낮고 민첩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170∼180cm이하의 키를 가진 선수들이 더 장점을 갖는다. 코너링에서 체중이 많이 나가면 무게중심이 밖으로 쏠려 밀리게 된다. 1000분의 1초 가 승부를 가리는 단거리 경기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승패 좌우 요인이 된다.


체조 선수는 작은 키, 짧은 팔다리, 적은 체중, 넓은 어깨, 좁은 힙일수록 평행봉에서 좋은 경기를 낼 수 있다. 평행봉의 경우 팔 길이가 길면 손끝 작용점에서 중심축까지의 거리가 늘어나 많은 힘이 들어가 연기도 불안정해진다. 키가 작으면 발이 닿아 감점당할 염려가 적고 봉과 봉 사이를 통과할 때도 걸릴 확률이 더 낮다. 도마 경기의 경우 키가 작을수록 회전 관성이 작아져 힘을 적게 들이고 높은 난이도의 기술을 잘 쓸 수 있다. 다이빙 같이 회전 연기가 중요한 기술이 되는 종목들도 키가 작을수록 장점이 된다.


유타 주립대의 데이비드 캐리어 교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작은 키와 낮은 체질량 덕분에 신체 회전 관성이 작아 플립과 스핀 동작이 필요한 체조와 다이빙에서 매우 강점을 갖는다고 했다. 한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남성의 키가 약 135㎝, 여성의 키가 약 113㎝로 상체에 비해 다리가 특히 짧다. 데이비드 캐리어 교수는 이유에 대해 비밀이 짝짓기 있다고 밝혔다. 작은 키는 무게 중심이 땅에 가까워 짝짓기 상대를 놓고 몸싸움을 벌일 때 잘 넘어지지 않고 상대를 이기는데 유리한 조건이 되었다.


네덜란드 연구팀이 남녀 키 차이는 성별에 따른 진화경쟁으로 결정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통계적으로 서양에서 여성은 평균 키보다 작을 때, 남성은 평균 키 정도일 때 더 많은 후손을 남겼다. 1957년부터 50여 년간 위스콘신 고등학교 졸업생 1만 명의 자료 가운데 형제·자매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키 작은 여성이 더 많은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이에 따라 전체 인구의 키는 작아져야 하지만, 남성은 평균 키인 쪽이 자손이 많아 균형을 유지했다.


키가 작을수록 오래산다는 연구도 있다. ‘사이언스 다이제스트’에 따르면 173㎝ 이하인 미 대통령의 평균 수명은 80.2세였고 183㎝ 이상인 대통령의 수명은 66.6세였다. 야구선수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키가 174㎝ 이하인 선수의 평균수명이 76.9세, 185㎝ 이상인 선수(66.5세)보다 10년 이상 길었다. 키 큰 사람의 뼈가 빨리 노화되기 때문에 단명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저명한 인사들 가운데 키가 작은 이들은 많다.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162.5㎝, 프랑스의 철학자가 볼테르 160㎝이었다.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152.4㎝, 중국의 덩샤오핑이 152.4㎝이었는데 이와 같이 권력자들 가운데에는 키가 작은 사람들이 많다. 루스벨트, 마오쩌둥, 무솔리니, 레닌, 처칠, 스탈린, 푸틴 등의 외국지도자와 박정희, 전두환, 김영삼, 노무현 등 한국의 대통령은 키가 170㎝ 밑이었다.

이제 부터는 키가 큰 사람의 부정적인 점을 좀 언급해야 한다. 사실 키가 큰 사람이 더 유리하다는 연구는 너무나 많다. 키가 큰 사람은 강자로 다루어져 불리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반대로 키가 작은 사람은 우호적인 배려의 대상이 된다. 이는 스포츠 경기 사례에서 짐작할 수 있다.


로테르담 경영대학교의 한 연구팀 10만 개의 파울 상황을 분석했더니 심판들은 키가 작은 선수에게 더 우호적인 판정을 내렸다. 에라스무스대 경영학과 닐스 반 콰퀘벡 박사팀이 ‘스포츠 및 운동심리학지’(Journal of Sports and Exercise Psychology) 에 실은 논문에 다르면 7년간 열린 유럽챔피언스리그(UEFA컵), 독일프로리그(분데스리가)와 3번의 월드컵에서 나온 파울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선수는 심판의 눈에 ‘반칙의 희생양’으로 여겨져 오히려 유리판 판정을 얻었다.


사고에서 키가 큰 사람이 위험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2002년 7월 25일,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관광버스 안으로 길이 1.5m, 지름 5㎝의 쇠파이프가 앞 유리를 깨고 직진해 들어왔다. 쇠파이프는 운전사의 머리 위 10cm에 있던 공구함에 박혔다. 경찰은 운전사의 키가 좀 더 컸더라면 큰일 날 뻔 했다고 밝혔다.

큰 나무를 보통 선호하지만 그 해도 있다. 큰 나무는 사람이 출입하는 데 지장을 준다. 벼락이 떨어져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 시원한 그늘도 좋지만 낙엽이 떨어져 집 안팎을 어지럽게 한다. 음습할 수 있고 벌레들이 득시글하게 한다. 정원의 큰 나무는 광합성 작용을 위해 땅속의 수분을 빨아들여 나무가 있는 마당은 메마른다. 나무로 수분이 부족해지면 호흡기 계통의 질병이 강해진다. 담 옆의 나무는 도둑의 침입 통로가 된다.

사람의 경우도 모두에게 불편을 줄 수도 있음을 경고한 사람도 있다. 토머스 사마라스는 ‘당신 키의 진실’에서 키 큰 사람은 식량을 더 많이 소비하는데다 체중이 증가할 가능성이 많다. 그들은 많은 음식물을 먹고 자원을 소비한다. 더구나 건강은 더 안 좋고 덜 오래 산다. 키가 작은 사람이 균형 감각이 뛰어나고 지능이 높으며 병에 덜 걸리고 오래 산다고 했다. 현대인은 불필요하게 키가 커졌으며 이는 생존비용의 증가와 함께 환경오염과 위기를 낳았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도 생태학적으로 친환경적이지 못 한 게 키 큰 사람들이다.


키가 작은 사람은 키와 큰 사람과 커플이 되는 것도 가능하다. 키가 작은 자신은 키가 큰 사람들에게 늘 얼짱 각도를 보여줄 수 있어 좋고 키가 큰 사람은 상대적으로 우러러보는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키 큰 사람 작은 사람 각자의 영역과 그에 따른 할 일이 중요할 때 상생할 수 있을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