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한국 텔레비전의 과거와 미래-흑백 테레비를 추억하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8. 27. 11:43


141117_BookMorningCEO 한국 텔레비전 역사.pdf

역사로 보는 한국미디어의 미래 우리나라에 최초로 TV방송이 전파를 탄 1956년부터 1980년까지는 흑백 TV의 시대였다. 이 시대를 살아본 이라면 누구나 흑백 TV가 주 는 아련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방송 초창기, TV수신기 자체 가 전국에 몇 대 없던 척박한 환경에서 당시 방송계 종사자들은 갖은 어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명감을 가지고 방송을 일구어나갔다. 그 런 노력의 결과물에 시청자들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함께 울고 웃었다. 오늘의 ‘해결책’ <흑백 테레비를 추억하다>를 통해 이 땅에서 명멸한 흑백 TV의 역사를 돌아보고, 그 역사 속에서 한국미디어의 미래를 가 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향은 교수 : 책 제목에서 흑백 TV 또는 흑백 텔레비전이라고 하지 않고 흑백 테레비라고 했습니다. 제목에 서부터 굉장히 향수 어린 감성을 느낄 수 있는데요. 사실 저는 컬러 TV 세대이다 보니까 이 책을 정말 재미 있게 읽었어요. 


김헌식 문화평론가 : 지금은 방송국도 많고 또 컬러 텔레비전에 넘어서서 인터넷으로도 방송을 볼 수 있는 상황이 됐는데요. 방송 초창기는 정말 상황이 열악했었는지 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한편으 로 봤을 때, 새롭게 생긴 미디어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겪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신흥매체가 등장한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과정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겠고요. KORCAD-TV가 처음 출범하던 1956년 당시에는 방송국을 설립할 만한 기자재가 없어서 모두 외국에서 간신 히 수입을 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프로그램이 생방송이었다는 것이 깜짝 놀랄 만한 일이죠. 그러다 보니 생방송 드라마의 경우, 마치 연극을 하듯이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실수를 한 번이라도 하게 되면 모든 연기자가 다시 처음부터 연기해야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구요. NG를 낸 배우는 너무 창피하고 미안한 나머지 도망을 가기도 했다는 후일담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향은 교수 : 불과 수십 년이지만 그 동안 얼마나 시대가 급격하게 변해왔는지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에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각종 영상기기가 발달해 TV가 점점 집에서 없어지는 추세잖아요. 하지만 이 당시에 는 TV가 부의 상징이자 욕망의 아이콘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네요. 2


 김헌식 문화평론가 : 당시에는 문화나 사회 트렌드를 텔레비전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죠. 당대에는 모든 앞서 가는 지식 및 정보가 텔레비전을 통해 나왔고, 주로 부유층이 향유하던 문화였다는 점에서 오늘날과 좀 다르 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이향은 교수 : 트렌드나 문화를 선도하는 매체로서 TBC라는 방송국에서 일본 만화나 미국 드라마를 처음으 로 들여와서 방영을 했다고 합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 예를 들면, <엄마 찾아 삼만리>, <플란다스의 개>, <독수리 오형제>, <그랜다이져>, <원탁 의 기사> 이런 작품들을 많이 방영했었지요. 물론 처음에는 그 작품들이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인줄 모르고 봤 다가 나중에 알고서 실망한 시청자들도 상당히 많이 있었구요. 거기에서 얻은 문화적인 아이디어, 영감 또는 앞서가는 가치관 등을 바로 텔레비전, 특히 TBC라고 하는 방송사가 전달했다는 점을 이 책은 다루고 있습니 다. 


이향은 교수 : TBC가 지금의 종편 채널인 JTBC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 TBC가 통폐합되는 배경에는 이 흑백 TV의 역사인 1956년부터 1980년까지가 놓여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의 정 치적 격동기였잖아요. 


김헌식 문화평론가 : 우리가 TBC하면 ‘동양방송사’를 떠올리는데요. 당시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 입주해 있었 어요. TBC의 특징은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의 지배자였다고 볼 수가 있는 것이죠. 예를 들면 <쇼쇼쇼>와 같은 프로그램은 당대 최고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었구요. 이 프로그램에 출연만 하면 전국적으로 뜨기 때문에 모든 연예인들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려고 줄을 섰다고 합니다. 특히 1970년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일일 드라마 <아씨>가 등장하게 되면서 소위 말해서 일일 연속극이라는, 눈을 뗄 수가 없는 연속극의 시대를 열게 되었습니다. 이 때부터 드라마의 인기에 따라서 광고시장이 요동치는 현상이 생겼고요. 그 뒤에 신군부가 들어서게 되면서 비판적 입장을 보였던 중앙일보의 논조 때문에 1980년대 들어 언론통폐합 조치를 당하고야 말았습니다. 정치와 방송이 어떤 역할을 서로 해야 하는지 혹은 어떤 영향 관계에 놓여있는 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향은 교수 : 잠시 말씀하셨는데, 드라마 <아씨>와 광고 이야기를 보면 여기에서 굉장히 중요한 함의점이 나 오는 것 같아요. <아씨>를 방영하는 시간에는 부부싸움이 그치고, 집에 좀도둑이 들어도 모를 정도라는 말이 나올 만큼 <아씨>는 굉장히 영향력이 컸던 드라마잖아요. 


김헌식 문화평론가 : 당시에는 텔레비전이 없는 가구들이 상당히 많았어요. 텔레비전이 있는 집에 같이 모여 서 텔레비전을 보다 보니까 빈집에 도둑이 창궐하게 되고, 또 경찰이 출동하게 되는 일들이 많았다는 것이죠. 결국 흑백TV 시대에 드라마가 얼마나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 니다. 


이향은 교수 : 이전에는 신문이 그 역할을 거의 다 하고 있었잖아요. 그런데 TV라는 신흥 매체가 출현하면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렇게 <아씨>에 열광을 하는데, 당연히 거기에 광고가 붙을 수밖에 없잖아요. 신흥 매체 가 등장함으로써 광고 시장이 양분화 되는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을까요? 


김헌식 문화평론가 :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는데요. 원래 ‘막장 드라마’라는 용어는 방송에서는 절대 쓰 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막장 드라마는 바로 광고 시장을 두고 방송사를 견제하기 위해서 신문이 만들어낸 용어이기 때문이죠. 방송 콘텐츠가 형편없고 저질스럽고 소위 말해서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보지 말아야 된다, 혹은 문제점이 많기 대문에 결과적으로 가치 있는 매체가 아니다라는 것을 부각하 기 위해서 신문에서는 줄곧 방송프로그램들을 비판해왔던 것이죠. 1970년대 이전까지는 아무래도 신문이 더 많이 광고 시장을 장악했는데, 1970년대 들어서면서 <아씨>를 비롯 한 TV드라마들이 굉장히 인기를 끌게 되면서 광고 시장의 중심축은 방송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향은 교수 : 요즘에 여의도에 있던 방송국들이 상암동으로 이주하고 있는데, 방송사에서는 중요한 터닝 포 인트가 되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 KORCAD-TV라고 하는 한국 최초의 방송국은 서울 종로에 있었구요. 또 동양 방송국은 신세계 백화점 본점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MBC는 원래 중구 정동에 있었죠. 1970년대 이후 여의도 모래 섬에 자리를 잡으면서 수십 년 동안 한국방송의 전성시대를 꽃피웠고 이제는 상암동 시대로 이동하고 있는데, 기성세대는 주로 여의도 방송가를 기억하겠지만 미래의 세대는 아마 상암동을 한국방송의 상징으로 여기게 될 것입니다. 공간을 끊임없이 새롭게 개척하고 입지를 다졌던 것이 한국 방송의 역사입니다.


 이향은 교수 : 이 흑백 텔레비전의 역사는 한국 산업 성장의 역사와 일치하죠.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경제개발과 독재가 겹쳐있고, 화려와 빈곤이 그리고 성장과 소외가 그리고 웃음과 울음이 중첩되어 있었던 시대였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이 시대를 한번 돌이켜보면서 앞으로의 방송사가 어떻게 펼쳐질지, 그리고 신흥 매체의 출현이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해서 예측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