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천하대 특별반에 쏠리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0. 1. 12. 15:00

드라마 <공부의 신>은 현실의 외피를 쓰고 있는 판타지 코믹물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교육에 대한 한국인들의 대중심리가 투영되어 있다. 그러한 심리는 공교육에 대한 위기와 불신을 의미한다.

흔히 한국인의 교육열이 높다고 한다. 그것을 우리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고는 한다. 하지만 적어도 근현대에서 그 교육열은 성공을 지향한 것이었다. 성공 자체가 부정적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교양교육이나 인성교육의 성공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사회적 지위나 명예를 얻으려는 욕망이 교육열의 원동력이었다.

그러한 욕망을 무조건 비판만 할 수도 없는 것이겠다. 근현대화 과정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교육은 낮은 신분, 계급적 상승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교육 기회는 능력 있는 누구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회적 꿈을 의미했다. 이러한 사회적 꿈은 사회 안정과 통합에 기여했다.

여기에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공교육이다. 공교육은 제도 교육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하면 사회적 성공은 물론 개인적인 꿈도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징했다. 그것이 지식인들이 바라는 교육관과는 달리 공교육에 투영된 대중의 심리이기도 했다.

그 정점에는 대학이 있었고, 그러한 면에서 ‘우골탑’이라는 말도 회자되었다. 아버지는 날품을 팔더라도 자식을 대학에 보내려 한 것은 가난하고 힘 없는 집안을 일으키는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인성교육과 참교육을 바란다면, 차라리 동양사상교육을 시키는 게 더 나을 것이었다.

교육을 수단화시켰다는 비판도 있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교육을 둘러싼 대중의 교육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교육정책 입안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는 학부모가 반드시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학교에 보내기 보다는 다른 수단을 찾게 되었다. 학교가 이제는 성공을 보장하는 장(場)이 되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사교육은 매우 팽창했다.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감에 기인한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감은 인성교육이나 품성, 교양 교육이 아니라 출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없는데 있다.

그러한 면에서 공교육이 붕괴되었다. 요컨대 공교육의 붕괴는 학교에서 누구라도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 사회적 성공을 이룰 수 없게 되었다는 점에 있었다. 공교육 불신은 사교육 시장을 팽창하게 했고, 사교육 시장을 통해야 사회적 성공을 이루고 개인의 꿈까지 이룰 수 있다는 대중심리가 형성되었다.

사교육의 팽창은 부모의 부유함이 교육을 통해 세습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었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일반 학교가 아니라 특수 목적고에 들어가야 그러한 기회를 더 잡을 수 있지만, 그러한 학교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교육에 일찍부터 의존해야 한다.

이러한 와중에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이 드라마는 일본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교육에 대한 사회적 배경이 같은 일본 사회와 한국사회의 공통분모가 녹아있다. 무엇보다 한국적 현실과 감수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 드라마에 담긴 대중의 심리는 무엇인가. 일단 <공부의 신>은 학부모나 교사, 교육당국이 아니라 학생들이 중심이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교사들은 학생들의 장래나 꿈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안위와 평안함을 더 우선한다. 황백현(유승호 분)을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무기력에 빠져들어 있다.

패배감과 좌절감은 삼류 고등학교라는 병문고가 함축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변호사 강석호(김수로)는 병문고 학생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주며, ‘천하대 특별반’을 구성한다. 학생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고 묻혀 있는 재능을 인정해주고 독려한다. 그것은 바로 너도 할 수 있으며, 인생은 충분히 장밋빛으로 바꿀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교사 혹은 공교육을 의미했다.

공교육은 학생들에게 희망과 용기 비전을 주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고 말하면 지나칠까. 어쨌든 현실의 공교육을 신뢰하지 않는 점을 거꾸로 꼬집고 있는 셈이다. 사교육이 창궐하는 시점에서 학교내 천하대 특별반만 오면 사회적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메시지는 분명 한번쯤 생각해 화두를 전해주는 지 모른다.

학교에서 열심히만 하면 꿈을 이룰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학생들과 학부모는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공부의 신>의 강석호는 학생들에게 정말 행복한 삶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천하대에 합격해도 그곳에서 무슨 공부를 하고, 어떤 삶을 살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 삶은 행복한 삶을 이루어줄 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은 무조건 사회적 지위와 부를 차지하는 것만이 삶의 본질이 아니라는 점을 여전히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