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인문학은 본래 실천적 경험의 산물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9. 9. 15:54

인문학은 본래 실천적 경험의 산물

-지성과 실천력을 길러주는 인문학 이야기

 

지성과 실천력을 길러주는 인문학 이야기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한 번쯤 관심은 가져야 하는데 고민일 수 있고 식상하기도 했다. 인문학 열풍이 이어지면서 수많은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 책들은 모두 나름대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름의 접근법을 강조한다. 다양한 이유와 동기에 따라 인문학을 말하고 있는 것은 인문학의 다양한 영역과 닮았다. 하지만 인문학 열풍이 불게 된 배경에 충실한 책들은 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직장인들이나 기업 차원에서 인문학을 인류의 그간 행보와 연관 지어 미래를 살필 수 있기도 쉽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접근하고 있는 책이 '지성과 실천력을 일러주는 인문학 이야기'. 이 책은 인문학적 관점을 통해 인류가 어떻게 문명을 발전시키며 오늘의 현재를 만들어 왔는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가로지르며 통시적으로 다뤄낸다.


우선 저자는 인문학은 쉼 없는 에너지를 제공해주는데, 단기가 아니라 장기 레이스를 달리는 기초 체력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인문학 지식을 대할 때 배울 학()보다는 깨달을 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배울 학()보다 깨달을 각()을 강조하는 이유는 깨달을 각 자 안에 볼 견자가 있기 때문이다. 단지 따라하는 배울 학자보다는 스스로 볼 줄 알아야 하는 깨달을 각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서 스스로 볼 줄 아는 것이 인문학을 접근하고, 인문학적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태도일까. 저자는 새삼 일어난 인문학 열풍의 이유는 스티브 잡스 때문이라고 말한다. 20113아이패드 2’ 발표 시연장에서 그는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애플의 DNA는 기술을 자유 교양 및 인문학에 결합시키는데 있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미 선진국에서는 인문학 열풍이 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스티브잡스의 영향 때문에 인문학 열풍이 불었다. 그 열풍의 주역에는 기업과 CEO들이 있었다. 경영자들에게는 역사, 문학, 철학 등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기존에 인문학의 고상함을 통해 자신을 품격 있는 존재로 구별짓기 하던 인문학 트렌드와는 다른 셈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름 자체에서 강조하고 있듯이 실천을 말하고 있다. 단순히 관념적이거나 교양 함양만을 목표로 하는 인문학과 거리를 둔다. 당연히 지성을 같이 병행하여야 하기에 지성과 실천력을 길러주는 인문학을 말하고 있다. 실천이라는 것은 생각이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실천이라는 것은 어떤 목표나 의지, 각오를 행동으로 옮겨 무엇인가를 이뤄내는 것을 말한다. 이뤄낸다는 것은 어떤 것을 만들거나 성취해내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다. 여기에서 북 스마트와 스트리트 스마트를 생각할 수 있다. 북 스마트는 책을 통해 지식을 얻어 현명하지만 그것은 젊었을 때이며, 나이가 들수록 사회 경험이 많고 현실에서 성취를 많이 하는 스트리트 스마트가 더 중요해진다.


저자는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듯이 실용성을 강조한다. 실용성이라는 말은 실제의 쓰임을 말하는 것이다. 실천과 연관 되는 개념이지만, 좀 더 실체적인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실천은 했지만 실용성이 없는 퇴행적인 행동을 하고 성취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의 예를 보면, 그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의 실체 있는 기기를 만들었고, 전세계에 걸쳐 많은 이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어냈다. , 그 실체 있는 힛트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 인문학이 매우 중요하게 기여했다는 그의 언급은 인문학에 대한 주목을 낳았다. 수많은 기업과 경영자 그리고 상품과 서비스 개발자들이 바라마지 않는 실체적 사례를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 냈기 때문에 인문학 열풍이 분 셈이다. 사실 스티브 잡스만이 아니라 일본의 경연자들도 역사서를 즐겨 읽었고, 많은 미국 경영자들이 문학과 역사 전공자들이라는 점은 익히 잘 알려져 있었다.


이 책의 저자도 역사적인 사실을 통해서 인문학적인 관점을 도출하고 있다. 저자는 인문학을 실학이라고 말한다. 실학은 실천적 실용적인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실천적이고 실용적인 인문학이 되기 위해서는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경험이 진리이고 지식보다 더 중요한 시대라고 한다. 수많은 지식이 쏟아지는 시대에 이를 필터링하고, 갈무리할 수 있는 것이 경험이기 때문이라는 본다. 경험에 비추어서 지식과 관점을 판단하고 분석함을 강조한다. 하지만 자신만의 경험을 중시하면, 편협해지기 때문에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경험을 통해 갈무리를 해야하는 것이다.


이 와중에 필요한 것은 유연성과 개방성이라고 강조한다. 인문적 소양은 기존 것에 집착하지 말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꺼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방성은 다른 이들의 지적이나 비판에 대해서 수용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만이 옳다는 태도에서 벗어나 오류를 수정해 나가는 것이다. 이럴 때 창조적인 작업이 나올 수가 있는 것이다. 기존 것은 고수만 하고 새롭게 거듭날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시대에 맞는 실체적인 결과물이 나올 리 없다. 예컨대, 조지 소로스는 투자자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는데 그 핵심적인 철학은 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 기반하고 있다. 그 핵심적인 개념은 바로 오류성과 재귀성이다. 우선 이 세상을 우리는 완벽하게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항상 우리는 오류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시장이라는 것도 이러한 오류를 끊임없이 인식하고 수정하는 장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수정에 필요한 것이 재귀성이다. 다른 말로 한다면, 피드백이다. 특히 경제학은 다른 영역보다 예측하기 힘든데 그 이유는 사람들의 각 개별적인 행동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의 전망이나 예측을 빗나가게 만들고 더욱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확실한 것이 있다고 여기는 것은 치명적인 부정적 결과를 낳게 된다고 본다. 따라서 오류성과 불확실성을 인정 하고,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상호 반영, 수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의 관점만이 절대적으로 존립할 수 없으며, 그것은 궤적의 추이에 따라 상황과 때,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없는 면이 있다. 따라서, 인문학은 하나만 있을 수 없으며 다양한 인문학이 존재해야 한다. 그래서 각 사람마다 하나씩 인문학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인문학은 고정되고 변화가 없는 교체가 아니라 변화의 액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이런 개방성과 유연성은 단지 개인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스티브 잡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인문학에 대한 개인적인 차원의 관심을 넘어서서 독특한 사람도 용인하고 개방성을 중시하는 미국의 실용적인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와 문화에서 인간은 자신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도구를 만들고 농사를 지었으며 집단과 개인의 상호 관계를 통해 공동체와 사회 국가를 만들었다. 좀 더 바람직한 상태를 이루기 위해 신화와 종교를 통해 내외적인 통합과 단결로 위기와 고통을 극복하기도 했다. 정치 체제는 계급과 통치 체제를 이루고 전제 군주제를 넘어서 민주정치로 진화했다. 경제는 교환과 분업을 통해 시장을 형성하고, 경쟁을 통해 혁신과 성장을 이뤄왔다. 이렇게 인류가 만들어낸 제도와 체제는 바로 인문학적 지식에 대한 탐구와 실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오류와 잘못이 있었지만, 끊임없이 그것을 수동 극복하고 나아갔고, 그 핵심 에너지에 인문학적 가치와 태도가 있었다.


물론 저자는 인문학을 만병통치약처럼 대하는 태도도 경계한다. 인문학 혼자 존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의 주장은 인문학이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이므로,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사회과학, 자연의 본질을 연구하는 자연과학과 융합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타 다른 분야와 융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공학과 결합하여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낼 때도 그 원리와 메커니즘에 대한 겸허한 적응의 태도가 필요하다. 인문학은 결국 인간의 결핍을 인정하고 그것을 겸양의 태도로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가운데 성과를 돌려주기 때문이다.  


글 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