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소유-정기고 때문? 요즘 젊은이들은 왜 썸탄다는 말을 쓸까요. 그 심리는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3. 22. 10:03

소유와 정기고의 노래 '썸'이 음원 발표 이후 40일동안 각 걸그룹의 공세 속에서도 각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KBS '뮤직뱅크'에서는 다시 1위를 차지 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노래가 이토록 인기를 끄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 노래는 단지 음악만이 아니라 그 안에 정서적인 점에서 젊은 청춘들의 마음을 잘 건드리고 있다. 더구나 남녀의 심리를 잘 담아내어 더욱 몰입을 증가시키고 있다. 그 정서적인 터치는 무엇일까. 비로 썸이라는 말에 응축되어 있다. 

영어를 줄인 말들이 신조어의 대세인 모양이다. ‘썸’은 썸남썸남을 줄인 말이다. 케미가 케미스트리의 약자이듯이, 썸은 썸씽의 약자이기도 하다. 남녀간의 화학작용 즉 사랑이 케미이듯 뭔가 감정이 생긴 상황을 썸이라고 한다. 이전에도 남녀 사이에서 썸씽이라는 말이 사용되어 왔다. 

낫씽이나 애니씽, 에브리씽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전혀 관계가 없는 사이이거나 뭔가 알고 있는 사이도 아니고 조금은 남녀간의 감정이 있을 때 썸씽이라고 한다. 하지만 약간의 이성적인 감정이 있지만, 그렇다고 본격적인 연인의 감정은 아닐 듯 할 때 썸이라는 단어를 쓴다. 썸의 관계에 있을 때 두 남녀를 썸남썸녀라고 한다. 이성적인 호감이 약간 생긴 남녀를 말하고, 그것이 더 많아지는 연인 단계를 전제할 때 썸을 탄다고 한다. 

"이제는 걱정하지마 한때 나도 너만큼 두려워한 적도 많았으니 조금씩 너를 보여줘 숨기려 하지 말고 내가 가까이 설 수 있도록 불안한 듯 넌 물었지 사랑이 짙어지면 슬픔이 되는 걸 아느냐고 하지만 넌 모른거야."

1994넌 이원진의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라는 가사의 일부이다. 설득하듯 남자의 심리만 반영되어 있는 이런 유형의 노래가사는 다른 노래에서도 많을 수 있는데 지금의 썸남썸녀는 좀 더 적극적이고, 개인의 심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알듯말듯한 감정의 묘사를 통해 로맨스와 사랑의 기대감을 한층 높이는 차원이다. 

개콘의 '두근두근'은 연인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양한 아이템과 소재를 통해 다뤄왔다. 막 연인관계로 진전되기 직전의 설레임을 다루고 있다. ‘두근두근’ 코너에서는 남녀 간의 미묘한 감정기류가 흐를 때 ‘뚜 뚜루뚜~’의 음악이 흐르고 방청객들이 환호한다. 요즘 ‘썸타는’ 노래의 대세는 정기고-소유의 "썸"이다. 앨범이 발매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단순히 사랑의 감정을 노래하는 곡들보다 남녀의 연인 감정을 디테일하게 잡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니꺼인 듯 니꺼 아닌 니꺼 같은 나’ ‘연인인 듯 연인 아닌 연인 같은 너. 나만 볼 듯 애매하게 날 대하는 너. 때로는 친구 같다는 말이 괜히 요즘 난 듣기 싫어졌어’ 

이 노래는 ‘썸남썸녀’의 러브스토리를 담은 노래인데, 구체적으로는 썸타는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친구 같은 관계에서 연인의 관계로 이동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상태를 묘사하고 있다. 썸을 탔다는 것은 밀당을 하는 상황일 수도 있고, 서로에 대한 마음이 자신감이 부족할 때 생기는 것이기도 하다. 

친구관계에서 본격적인 애정 관계의 연인으로 발전하려는 순간에는 설레임과 달달함이 공존한다. 일방적으로 짝사랑을 하거나 열정적인 마음을 표현하는 일방 통행의 노래와 다르고 헤어짐의 아픔만을 다룬 곡들과도 거리를 둔다. 고통이나 번민의 괴로움 보다는 쾌락적인 측면에 더 기운다. 연애와 결혼도 소비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파생 현상일 수도 있다. 

사회적인 요인을 대입하기도 한다, 이제 남녀관계가 많아진 현대 사회에서 이제 애매모호하지만, 그것은 새로운 가능성들로 즐거운 고민들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아짐을 의미하기도 한다. 썸의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충만해진 것 같다. 하지만 고민의 폭도 넓어졌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갈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언제든지 찾아오는 것이다. 한편으로 썸은 방어적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한 방어막을 위해 썸을 타는 것이다. 자신이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외상을 입지 않을까 염려하는 면이 있다. 

연애나 결혼을 기피하거나 포기해야 하는 사회경제적 요인이 썸남썸녀에 투영되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연인으로 본격화 하기에는 실제적으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썸의 상태에만 머물고 마는 심리적 상황이 빈번히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영원히 썸의 지점에만 머무르고 싶은 욕망이 들어 있기도 하다. 연인으로 발전하는 순간 연인에 대한 성취와 소유가 이뤄지지만, 책임과 의무감이 뒤따르게 된다. 알듯말듯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기대감을 증폭하는 것이 썸인 것이다. 썸을 타는 순간에 가장 강력한 도파민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기의 목적대로 성취가 이루어질 지 아닐지 걸정되는 순간에 가장 몰입과 집중이 증가하고 쾌락을 느낀다. 하지만 자신의 소유가 되고, 성취가 기정 사실화 되면, 이러한 쾌락에서 멀어지는 감이 있다. 썸을 타는 순간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쾌락을 선사하는 셈인데 우리는 이 순간의 감정을 설레임이나 달달함이라 칭한다. 

초식남의 경우에는 이러한 썸을 그대로 놔두기를 바란다. 연인과 친구가 아닌 그 중간계 상태를 즐긴다. 뭔가 서로에게 애정이 있지만, 책임과 부담감에서 자유롭고 싶은 욕망이 투영되어 있다. 달달함의 쾌락에 중독되어 있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이는 싱글 남녀가 증가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썸을 타기만 하는 나날은 항상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적 인식을 통해 즐거움을 줄 수도 있지만, 한 사람에 대한 온전한 사랑을 만들지 못하고 만다. 사랑은 썸의 순간이 아니라 썸에서 그제서야 비롯할 뿐이다. 대중문화 콘텐츠는 썸마저 탈 수 없는 이들을 위해 그 상황을 대리충적 시키면서 도파민을 분출시키고 있다. 그것은 끊임없이 썸에 대한 쾌락을 제공할 것이고 현실의 썸을 타는데 장애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썸은 케미이고 씨앗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