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왜 조폭은 사투리를 사용하는가
2010.02.13 16:59
[김헌식 문화평론가]최근 전라남도 공보관실은 한국방송작가협회에 공문을 보내 드라마 < 추노 > 나 < 천사의 유혹 > 을 예로 들며 전라도 사투리가 전라도 사람들을 비하하는 웃음거리 수단으로 자주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폭력배와 사기꾼 등 삐뚤어지고 그릇된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묘사는 전라도 사투리로 도벽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때문에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이는 지역 이미지 형성에도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전라도 사투리를 통해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진 배우 박철민이 CBS < 김현정쇼 > 를 통해 반박했다. 즉 드라마에 사용되는 전라도 사투리는 부정적이지 않고, 오히려 지역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즉 일부 악역이 쓰는 전라도 사투리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다른 지역 사투리도 마찬가지인데, 경상도 사투리 쓰는 악인도 있다고 했다.
이러한 지적은 전라도 사투리의 가치를 옹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좀 아쉬운 점이 있기도 하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대중적으로 각인되는 수용자의 인지 문제를 간과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는 문화적 콘텐츠 때문에 생긴 논란이다. 즉 드라마와 영화 등의 캐릭터에서 사용되는 사투리의 용법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만약 이러한 문제제기라면 그것을 모두 일률적으로 적용했을 경우, 사투리를 쓰는 악인은 등장할 수 없고, 모두 표준말을 사용하는 악인만 등장해야 할 지 모른다.
최근에는 사투리에 대한 인식이 나아졌지만, 그간 사투리는 촌스럽고 무식하고 교양이 없는 사람이 사용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조폭이나 우스꽝스러운 인물들이 많이 사용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주연급 배우들은 무조건 사투리를 쓰지 않았다.
예컨대 < 거북이 달린다 > 에서는 조연들이 모두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해도 주연 김윤석은 사용하지 않았고, < 화려한 휴가 > 에서도 다른 조연과는 달리 주연 배우인 김상경과 이요원은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았다. 대개 < 목포는 항구 > 와 < 친구 > 와 같이 조폭들이 주인공인 경우에는 사투리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변화의 기류도 있었다. 영화 < 짝패 > 의 주연인 류승완과 정두홍이 충청도사투리를 사용했고 영화 < 사랑 > 에서 주연을 맡았던 주진모 등은 부산 사투리를 사용했다. 2009년 최고의 흥행 영화 < 해운대 > 의 주연 조연을 비롯한 모든 인물들이 부산 사투리를 사용했다. 또한 < 애자 > 에서는 주연 배우인 최강희와 김영애가 부산 사투리를 사용했다.
사실 경상도 사투리는 무뚝함, 강원도는 순박함, 전라도는 건달 같음이라는 코드가 존재한다. 왜 이러한 정체성이 형성되었을까. 다른 원인들이 있겠지만, 일단 문화 콘텐츠 차원에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 심리에서는 '계기적 정체성' 형성이 중요하다. 일반 사람들에게 보통 때는 관심을 끌지 못했던 대상이 어떤 특정한 문화적 사건이나 계기를 통해서 새삼 재인식되면서 확산되는 심리를 말한다.
예컨대, 영화 < 웰컴투 동막골 > 때문에 강원도 사투리가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강원도 사투리가 상스러움이나 무식이 아니라 약간은 코믹한 느낌으로 주목받았다. 이 때문에 드라마, 영화,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강원도 사투리는 이러한 코드로 범람했다.
영화 < 친구 > 가 크게 흥행했을 때는 영화의 대사 가운데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식의 사투리 코드가 유행했다. 이른바 경상도식 무뚝뚝함의 임팩트한 압축이었다. 경상도 사투리보다 전라도 사투리가 조폭이나 건달 캐릭터에 많이 사용된 것도 이러한 문화콘텐츠의 계기적 확산을 통해 형성된 문화적 정체성 탓이다.
사실 전라도 사투리에 대한 문화적 맥락은 < 팔도사나이(1969) > 시리즈의 용팔이(박노식)가 만든 계기적 정체성에서 연원한다. 용팔이의 전라도 사투리가 크게 히트했고, 1970년대 박노식은 주로 어깨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서 전라도 사투리에 대한 오늘날의 부정적인 정체성을 형성시켰다. 이후에 수많은 배우와 작품들은 박노식을 모델로 삼았다.
어느순간 그것이 박노식 전라도 사투리라는 것도 잊혀졌다. 같은 시기 배우 신성일이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은 어문 정책 차원에서 상상할 수도 없었다. 특히 오늘날 사투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들은 과거 사투리에 대한 편견과 무시가 횡행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문화콘텐츠가 대중에게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 맥락에서 비롯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어문 정책의 방향을 어떻게 세우는가와 흥행한 작품에 대한 무분별한 따라 하기다. 이런 맥락에서 박철민의 지적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전라도 사투리가 지역 홍보에 크게 기여하려면, 주연들이 전라도 사투리를 긍정적으로 쓰면서 대중적으로 히트를 해야 한다.
조연은 사투리를 쓰고, 주연은 표준말을 쓰는 방식은 아무리 그 영화가 히트를 해도 온전히 사투리의 가치를 자리 매김 시키지는 못한다. 이러한 사례는 영화 < 해운대 > 에서 확인된 바 있다. 어쨌든 사투리에 대한 문화적, 인권적 가치의 재인식이 강해지면서 옛날과 같은 방식의 사투리 편견적 확장은 사라질 것이고, 사라져야 한다.
더구나 '폭력배와 사기꾼 등 삐뚤어지고 그릇된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묘사는 전라도 사투리로 도벽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때문에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이는 지역 이미지 형성에도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전라도 사투리를 통해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진 배우 박철민이 CBS < 김현정쇼 > 를 통해 반박했다. 즉 드라마에 사용되는 전라도 사투리는 부정적이지 않고, 오히려 지역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즉 일부 악역이 쓰는 전라도 사투리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다른 지역 사투리도 마찬가지인데, 경상도 사투리 쓰는 악인도 있다고 했다.
이러한 지적은 전라도 사투리의 가치를 옹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좀 아쉬운 점이 있기도 하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대중적으로 각인되는 수용자의 인지 문제를 간과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는 문화적 콘텐츠 때문에 생긴 논란이다. 즉 드라마와 영화 등의 캐릭터에서 사용되는 사투리의 용법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만약 이러한 문제제기라면 그것을 모두 일률적으로 적용했을 경우, 사투리를 쓰는 악인은 등장할 수 없고, 모두 표준말을 사용하는 악인만 등장해야 할 지 모른다.
최근에는 사투리에 대한 인식이 나아졌지만, 그간 사투리는 촌스럽고 무식하고 교양이 없는 사람이 사용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조폭이나 우스꽝스러운 인물들이 많이 사용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주연급 배우들은 무조건 사투리를 쓰지 않았다.
예컨대 < 거북이 달린다 > 에서는 조연들이 모두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해도 주연 김윤석은 사용하지 않았고, < 화려한 휴가 > 에서도 다른 조연과는 달리 주연 배우인 김상경과 이요원은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았다. 대개 < 목포는 항구 > 와 < 친구 > 와 같이 조폭들이 주인공인 경우에는 사투리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변화의 기류도 있었다. 영화 < 짝패 > 의 주연인 류승완과 정두홍이 충청도사투리를 사용했고 영화 < 사랑 > 에서 주연을 맡았던 주진모 등은 부산 사투리를 사용했다. 2009년 최고의 흥행 영화 < 해운대 > 의 주연 조연을 비롯한 모든 인물들이 부산 사투리를 사용했다. 또한 < 애자 > 에서는 주연 배우인 최강희와 김영애가 부산 사투리를 사용했다.
사실 경상도 사투리는 무뚝함, 강원도는 순박함, 전라도는 건달 같음이라는 코드가 존재한다. 왜 이러한 정체성이 형성되었을까. 다른 원인들이 있겠지만, 일단 문화 콘텐츠 차원에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 심리에서는 '계기적 정체성' 형성이 중요하다. 일반 사람들에게 보통 때는 관심을 끌지 못했던 대상이 어떤 특정한 문화적 사건이나 계기를 통해서 새삼 재인식되면서 확산되는 심리를 말한다.
예컨대, 영화 < 웰컴투 동막골 > 때문에 강원도 사투리가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강원도 사투리가 상스러움이나 무식이 아니라 약간은 코믹한 느낌으로 주목받았다. 이 때문에 드라마, 영화,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강원도 사투리는 이러한 코드로 범람했다.
영화 < 친구 > 가 크게 흥행했을 때는 영화의 대사 가운데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식의 사투리 코드가 유행했다. 이른바 경상도식 무뚝뚝함의 임팩트한 압축이었다. 경상도 사투리보다 전라도 사투리가 조폭이나 건달 캐릭터에 많이 사용된 것도 이러한 문화콘텐츠의 계기적 확산을 통해 형성된 문화적 정체성 탓이다.
사실 전라도 사투리에 대한 문화적 맥락은 < 팔도사나이(1969) > 시리즈의 용팔이(박노식)가 만든 계기적 정체성에서 연원한다. 용팔이의 전라도 사투리가 크게 히트했고, 1970년대 박노식은 주로 어깨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서 전라도 사투리에 대한 오늘날의 부정적인 정체성을 형성시켰다. 이후에 수많은 배우와 작품들은 박노식을 모델로 삼았다.
어느순간 그것이 박노식 전라도 사투리라는 것도 잊혀졌다. 같은 시기 배우 신성일이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은 어문 정책 차원에서 상상할 수도 없었다. 특히 오늘날 사투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들은 과거 사투리에 대한 편견과 무시가 횡행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문화콘텐츠가 대중에게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 맥락에서 비롯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어문 정책의 방향을 어떻게 세우는가와 흥행한 작품에 대한 무분별한 따라 하기다. 이런 맥락에서 박철민의 지적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전라도 사투리가 지역 홍보에 크게 기여하려면, 주연들이 전라도 사투리를 긍정적으로 쓰면서 대중적으로 히트를 해야 한다.
조연은 사투리를 쓰고, 주연은 표준말을 쓰는 방식은 아무리 그 영화가 히트를 해도 온전히 사투리의 가치를 자리 매김 시키지는 못한다. 이러한 사례는 영화 < 해운대 > 에서 확인된 바 있다. 어쨌든 사투리에 대한 문화적, 인권적 가치의 재인식이 강해지면서 옛날과 같은 방식의 사투리 편견적 확장은 사라질 것이고,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