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꿀벅지보다 철벅지가 오래산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0. 2. 23. 12:15

꿀벅지보다 철벅지가 오래산다?

김헌식

 

최근 대중문화 트렌드에서 갑자기 허벅지가 금벅지가 되었다. 대개 무릎 위의 넓적다리를 허벅지라고 하고 전문 용어로 대퇴(大腿, thigh)부라고 한다. 보통 허벅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매우 중요한 기능과 의미를 담고 있다. 잘 드러나지 않는 허벅지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바지를 허벅지까지 걷어 올렸다'라는 문장은 뭔가 보통이 아닌 상황을 맞아 이에 대응하는 사람의 모습을 표현한다. 허벅지가 '허벅다리 안쪽의 살이 깊은 곳'이라는 의미로 쓰일 때는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허벅지를 드러내다'라면 평소에 보기 드문 살을 드러내는 것이고, 성적인 의미까지도 포함하기도 한다.

 

'허벅지의 살을 베어낸다'는 말은 허벅지가 그만큼 많은 살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를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 허벅지가 금벅지가 된 연원에는 이러한 특성들이 반영되어 있다.

 

최근 허벅지가 화제에 오르고 있다. 하나는 꿀벅지로 다른 하나는 철벅지이다. 하나는 잘 빠져서 이고 다른 하나는 잘 빠지지 않아서 칭송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개 치마가 부각시키려는 신체 부위는 종아리다. 그래서 종아리가 예쁘지 않으면 치마를 입을 수가 없다고 한다.

 

�은 반바지나 치마에 긴 양말이나 부츠의 착용을 통해 강조하는 것은 허벅지다. 허벅지는 보통 숨겨져 있지만, 하체를 길어보이게 할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몸매의 라인을 규정해준다. 최근 여성 스타들은 허벅지에서 컨셉을 잡고 있다.

 

정규 2집 타이틀곡 '오(Oh!)'로 돌아온 소녀시대의 컨셉은 허벅지 드러내기다. 다양한 형형색색의 스키니진과 밀리터리룩을 선보인 이전의 모습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애프터 스쿨의 유이는 예쁜 허벅지로 더 알려졌다. 소녀시대와 마찬가지로 주로 핫팬츠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브아걸의 '시건방춤'도 허벅지가 부각시킨다. 군살이 없고 매끈한 허벅지다. 이른바 꿀벅지다. 하지만 이 꿀벅지는 여성의 몸을 성적으로 상품화 하는 속된 표현이다.

 

다른 한쪽에는 철벅지가 유행이다. 강철같은 허벅지를 말한다. 이런 단어는 날씬한 몸매를 선호하는 상품화의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상징으로 읽히기도 한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빙속 금메달을 차지한 이상화 선수의 허벅지 때문이다. 배드민턴이나 역도, 야구와 같이 굵은 허벅지가 좋은 운동 경기 결과를 낳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어깨와 팔 등을 많이 쓰는 투수에게도 중요하다. 박찬호 선수도 전성기에는 굵기가 26인치에 이르렀다. 골프도 허벅지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혹독한 훈련이 필요한 '철벅지'다. 이상화 선수의 22-23인치에 이르는 철벅지는 웬만한 여성 연예인의 허리에 버금간다. 단순히 굵은 것이 아니라 근육으로 뭉쳐있다.

 

구분은 있다. 영상의 공간에서는 꿀벅지가 각광을 받겠지만, 경기의 장에서 철벅지가 각광을 받는다. 꿀벅지는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에서는 쓸모가 없다. 영상의 장(場)에서 철벅지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많은 연예인들이 허벅지의 근육을 빼다 못해 컴퓨터 그래픽 효과를 통해 얇게 만들기도 한다. 경기장에서 철벅지를 대체할 컴퓨터 그래픽은 없다.

 

경기에서 허벅지는 리얼리티이고 실존 그 자체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기 결과를 들어 여성의 굵은 허벅지를 무조건 찬양할 수는 없다. 찬양할 이유는 금메달 때문에 아니다. 무엇보다 허벅지는 우리 건강과 장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허벅지가 장수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의학적인 연구 결과가 있다. 장수하는 사람의 특징은 다리 근육이 왕성한데, 특히 허벅지는 인체의 노폐물을 태우는 쓰레기 소각장 역할을 한다. 허벅지가 굵으면 혈관이 맑고, 건강하며 또한 정력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허벅지가 굵어야 복부의 지방을 태울 수 있다. 허벅지가 얇은 꿀벅지 여성은 복부 지방이 잘 안빠질 수 있겠다. 무엇보다 암과 달리 유언하나 남기지 않고 갑자기 사망하게 하는 심혈관계 질병을 막는데 굵은 허벅지가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허벅지가 가진 이러한 건강과 장수의 측면은 잘 부각되지 않는다.

 

2009년 10월 SBS < 놀라운 대회 스타킹 > 의 '허벅킹을 찾아라'가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명분은 허벅지 건강이었지만,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면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나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허벅지의 현실은 영상 이미지에 물리적 건강 효과가 취압 당하고 있다. 대중매체 속에서 얇은 허벅지가 굵은 허벅지를 몰아내기 일쑤이다.

 

하지만 실제 많은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철벅지다. 허벅지가 가지고 있는 문화 사회적 의미는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허벅지는 보여지는 것,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며, 영상 이미지에만 각광받는 허벅지는 우리의 일상을 소외시키기에 충분하다.

 

소녀시대의 허벅지는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타자의 시선을 위한 것일뿐 존재의 가치와 연장을 위한 매개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화 선수의 철벅지가 한 순간 그냥 스쳐 지나가면 안되는 일일 것이다. 자신의 생명을 더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굵은 근육의 철벅지가 더 낫다.

 

더구나 허벅지는 리더의 유형을 떠올리게 한다.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몸의 건강과 무게 중심, 몸의 라인을 결정하는 허벅지의 기능과 역할은 이 시대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비록 매끈하지 않은 못생기고 뭉친 모습으로 존재해도 장기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그 역할을 창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