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

액션 배우 같다는 김예지, 신드롬 왜?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4. 8. 6. 10:48

-문화적 가치가 변화한 것일까

 

글/김헌식(중원대학교 특임교수, 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는 김예지 선수는 일약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해외 유저들도 김예지 선수의 동영상을 열광하거나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마저 크게 찬사를 보내고 CNN, BBC 같은 유수의 세계 언론 매체도 극찬 퍼레이드 대열에 동참했다. 그런데 이른바 김예지 신드롬에는 이전과는 다른 문화적 변화가 느껴진다.

 

우선 김예지 선수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점이 눈에 띈다. 주목도와 화제성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금메달리스트를 생각할 수 있지만, 김예지 선수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사격 10M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물론 중요한 것은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던 점이다. 예전에도 한국 신기록을 낸 선수들이 많았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기록이나 메달 색깔이 아니라 이제는 이미지로 선수를 평가하거나 소비하는 시대가 된 점이다.

 

일론 머스크조차 김예지 선수를 액션 영화에 출연시켜야 할 정도도 멋지다고 언급했다. CNN은 공상 과학 영화에 나올 법한 모습이라고 최고의 극찬을 보내기도 했다. 사이버펑크 픽션까지도 언급되었다. 아울러 영국의 BBC도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멋진 선수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과거 영상까지 재소환되면서 더 신드롬을 일으킨 것도 특이한 점이다. 마치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처럼 알려진 영상은 지난해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ISSF 권총 사격 월드컵의 25경기 당시 모습이다.

 

뒤늦게 이 대회에서 세계기록을 세우고 우승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사실, 이때부터 김예지 스타일이 있었다. 미처 알려지지 않았고 이번 은메달 경기를 통해 널리 회자한 것이다. 음악 차트로 치면 역주행을 한 셈이다.

 

아무리 지나간 결과나 업적이라고 해도 현재의 어떤 특정한 가치를 바람직하게 평가받는다면 다시 재소환되는 사례가 되었다. 여기에는 인터넷 콘텐츠의 축적성이 한몫한다.

 

김예지 선수의 이미지는 옷과 안경만이 아니다. 김예지 선수가 강력한 인상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사격할 때 집중하는 표정이 매우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여러 인지 심리학 실험에서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낄 때는 이렇게 자신이 임하는 일에 고도의 집중력을 보이는 경우다. 더구나 그 결과나 성과까지 좋다면 금상첨화다. 그런데 더욱 매력적인 것은 김예지 선수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사격을 연상한다면 대개 남성을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성에게 거리가 멀 것 같은 편견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더 바람직하다. 그렇기에 김예지 선수가 액션 영화에 나온다면 멋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 김예지 선수의 출연이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여성 서사와 캐릭터가 대세인 대중문화 트렌드에도 부합할 수 있다.

 

더구나 김예지 선수의 반전 매력이 더욱 눈길을 쏠리도록 만들었다. 김예지 선수는 6살 아이의 엄마였다. 왼쪽 허리춤에 걸고 있는 코끼리 인형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었다.

 

김예지 선수에게는 귀여운 코끼리 인형을 좋아하는 여전사라는 별칭이 붙었지만, 알고 보니 그 인형은 6살 난 딸의 인형이었다.

 

무엇보다 심각하고 진지하던 모습도 아이만 보면 반전 웃음이 얼굴 가득 흘렀다. 철인 병기 킬러 같았던 이미지는 오히려 매우 인간적이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 반전 매력이 더욱 많은 사람을 열광케 했다.

 

아직도 사회적으로 자기 꿈을 위해 일을 온전히 할 수 있는 여성들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스포츠 경기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이 주목받곤 한다.

 

그런데 대개 결혼과 육아를 포기해야 자기 일에 매진할 수 있는 것처럼 프레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김예지 선수의 모습은, 힘들었을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의 캐릭터를 잘 보여준다. 그렇기에 더욱 찬사를 받는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세계적인 신드롬이 김예지 선수의 경기에 악영향이 있지는 않을지 우려가 된다. 남은 경기가 자기 주 종목인 25m라 더욱 기대하는 마당에 선수가 경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으려면 지나친 들뜬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선수는 오로지 경기에만 임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그래도 기대하는 점이 있다.

 

, 앞의 이러한 맥락에서 봤을 때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혹시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김예지 선수의 신드롬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점에서 진정으로 스포츠 선수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이 문화적으로 달라졌는지 계속 지켜볼 필요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