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세종에게 세상을 어떻게 경영하랴 물으면-세종의 적솔력(迪率力)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8. 11. 22:32

세종에게 세상을 어떻게 경영하랴 물으면-세종의 적솔력(迪率力)

 




세종은 사극 작가들에게는 가장 재미없는 임금으로 통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극적인 스토리가 세종의 인생에서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극적인 스토리가 많다고 훌륭한 위인이거나 되새겨야 가치 있는 인물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특히, 세종은 조직을 운영하고 그 속에서 결과물을 만들면서 실제적인 경영을 해야 하는 현대적인 리더상에 맞다. 이 때문에 세종을 바라볼 때, 주로 경영 관리 리더십 관점에서 접근하는 이유가 된다. 박현모가 지은 <세종의 적솔력>도 이러한 범주와 맥락에 있다. 이 책은 세종의 통치/경영 철학을 네 자의 사자성어로 압축하면서 풀어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실 세종은 비록 궁 안에 있는 날이 많았고, 그 안에서 각종 문서와 자료, 토론을 통해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대부분이었는데, 중요하게 여긴 것은 현장이기도 했다. 이를 잘 담고 있는 말이 문어농부’(問於農夫)일 것이다. 1425(세종 7)20년 이래 극심한 가뭄이 조선을 덮쳤다. 벼농사의 형편을 알아보기 위해 도성 서문 밖에 영서역(은평구)과 홍제역 주변을 살폈다. 실록을 보면 행차에서 세종은 내금위 사금(司禁, 호위군관) 한 명만 거느리고 산(, 윗가리개)과 선(, 큰부채)은 쓰지 않았으면서 벼가 잘 되지 않은 곳에 이르면 반드시 농부에게 물었다. 그 실상과 어려움을 직접 들어본 것이다. 왜냐하면 궁에 들어선 관리들의 말이 서로 다르고 맞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세종은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말을 매우 많이 했다. 그렇기 때문에 백성을 위한 길을 찾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말을 직접 들어야 했다. 이는 오늘날 대통령은 물론이고 최고 리더들이 항상 염두 해야 할 사항이다. 기업의 리더들도 소비자들을 위해서 귀를 기울이고 때에 따라서는 그들에게 직접 물어야 한다. ‘여민가의’(與民可矣)라는 말도 이와 관련된다. 1430(세종 12) 경상도 관찰사가 개간 밭에 면세를 해주라는 정책을 시행하자니 구분이 어려워 일괄해서 세금을 부가하자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세종은 어찌 구분을 할 수 없다는 말인가 일이 의심스럽다면 백성과 같이 하면 된다.”고 했다. 바로 이렇게 백성과 함께 하는 것이 여민가의 정신이다.


세종의 이러한 태도는 불가부진’(不可不盡)의 정신과도 이어진다. 불가부진은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미인데, 저자는 하늘을 탓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라는 뜻으로 확장했다. 1437(세종 19) 122일 실록을 보면 세종은 흉년에 대한 철학을 말하고 있다. 세종은 흉년으로 서로 비방하는 일이 많은데, 하늘이 그렇게 흉년의 때를 맞아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어느날 김포 현령 조안효에게 하늘의 변화는 알지 못하지만 사람이 할 일은 극진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한 이유다. 백성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해야 관리들이 잘 새겨두어야 할 점이다. 난사위지(難事爲之)는 전심전력하는 마음으로 일에 임하라는 말이기 때문에 불가부진과 연결된다.


한편, 세종은 모든 일을 함에서 항상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사이구(臨事而懼)는 두려운 마음으로 일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일에 임할 때 두려운 마음이 있어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핵심은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지모를 발휘해야 한다는 점이다. 1449(세종 31) 몽골족이 요녕성까지 침략하고 명나라 영종이 군대 7만을 끌고 대응하러가는 상황이었다. 조선이 이에 같이 합류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세종의 입장은 너무 두려워해서 소란스럽게 굴 것도 없고 두려워하지 않아서 방비를 잊어서도 안된다.”는 것이었다. 거안위사(居安危思)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가 있다. 편안한 때에 위기를 생각하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철학도 세종이 평소에 많이 강조했던 점이다.


세종이 모든 일을 하면서 강조했던 것 가운데 하나는 인재의 등용과 배치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도 상당히 많은 내용이 인재에 관련한 내용이다. 평소에 일단 사자지익(師資之益)이라하여 돌아보면 스승이 아닌 사람이 없으며, 이는 천하에 버릴 사람은 없다는 무기인야(無棄人也)와 닿는다. 세종은 득인위최(得人爲最)라하여 사람을 얻는 것이 최고로 중하다고 자주 말했다. 그래서 불차탁용(不次擢用)도 강조하여 뛰어난 인재는 언제든 등용하라고 강조했다. 세종에게 온마음을 기울여 인재를 찾으라는 유심간택(留心揀擇)은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인재에게 지시명령만을 하는 것을 세종은 반대했다. 위임책성(委任責成)이라 하여 인재에게 일을 맡겨 성취하게 만들고자 했는데 그 이전에 해야 할 것이 있었다. 임현사능(任賢使能)이었다. 즉 위임할 인재와 부릴 인재를 구분하는 것이다. 또한 리더가 인재에게 하지 말아야할 점도 있다. 불가기교(不可其巧)라는 말에는 아랫사람을 교묘하게 속이는 짓을 하지 말라는 세종의 뜻을 담고 있다. 인재를 부릴 때 그 업적을 가로채거나 편취하지 말고 인정해 줄 때 그들은 더 분발하는 것은 자명하다. 이에 해당하는 말이 비여난악(非汝難樂)이다. 박연을 대하고 세종은 네가 아니었다면 음악을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다라고 했다. 약비차인(若非此人)만약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저자는 업적을 기록하고 인정해주는 뜻으로 확장했다. 세종 173, 세종은 어떤 사람에게 잘한 점이 있으면 그 아름다움을 길이 자손에 미치게 하고 악한 사실이 있으면 그 미워함은 그 자신에게 그치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사람에 대해서 장점은 길게 단점은 짧게 평가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말중요한 것은 인재를 알아보는 리더나 책임자의 눈 즉 혜안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하대무인(何代無人)어느 시대인들 사람이 없었으냐라는 말이다. 세종은 다만 알아보고 쓰지 못할 따름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재도 잘 묶고 그들이 능력을 발휘하게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세종 32222일에 언급된 제도명비(制度明備)’는 제도를 밝게 비추어 놓는다는 뜻이다. 이는 단지 사람에 따라 경영하는 것을 넘어서서 시스템 경영을 일컫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 책의 5장에서는 마지막으로 마지막까지 놓쳐서는 안되는 것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태평하게 만드는 것도 큰일이지만 집안을 꾸려가는 일이 제일 어렵다고 했으니 그도 가장이었으며 그 점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정신이 있었다. 이런 점에서 평소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에서부터 잘 닦으려고 한 점이 중요했다. 과미심괴(誇美甚愧)는 아름다움을 과장하는 것을 매우 부끄럽게 여긴다는 말이다. 이러한 점은 세종실록에서 자주 등장한다. 특히 신하들이 상서스러운 현상을 들고와서는 임금의 성은 때문이라고 말할 때마다 자신에게 돌리지 않고 남에게 돌리거나 별 것 아닌 것으로 겸양하는 태도를 보였다. 정백허심(精白虛心)은 정밀하고 명백하고 마음을 공평하게 하라는 뜻인데 저자는 마음을 비워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은 법이나 규칙을 집행 적용해야할 사람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 된다. 마음을 비워야 보이는 것은 경영관리의 요체이기도 하다. 조존사망(操存捨亡)이라는 말도 눈여겨볼만하다. 이는 사람이 자기마음을 지키면 그대로고 방심하면 순식간에 좋은 취지가 사라진다는 말이다. 저자가 성심적솔’(誠心迪率)이라는 말에서 강조하고 있듯이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이 세종의 핵심적인 특징이며, 이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있어야 하는 점이다.


성리학의 철학이 그러하듯이 세종은 자신의 몸을 잘 닦아 하늘의 도를 지상에 백성을 위한 태평치세로 실현시키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중요했던 것은 조선 전체에 감돌고 있던 잘해보자는 힘찬 분위기였다. 그러한 도전과 용기의 분위기가 사회적 국가적으로 흥성할 때 세종과 같은 뛰어난 인문학 리더의 철학과 정신 그리고 리더십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극적인 스토리가 가진 정서적 감동을 넘어서 실체적인 감동이상의 결과를 말하는 것이겠다

글/ 김헌식 교보문고 복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