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비타민 음료회사가 수지를 내세워 연이어 시리즈 광고를 만들고 있는데,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버스카드’편을 보면, 청소년이 버스카드를 사용하는데, ‘학생입니까, 학생 맞아’ 즉 진짜 학생이냐는 표정과 말이 이어진다. 버스 안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쳐다보고 심지어 사진도 찍는다. 수지의 입을 통해 몇살로 살고 있느냐는 말이 이어진다.
더구나 마치 광고는 이 음료를 마시면, 외모가 나아질 수 있다는 듯 싶다. 실제 현실에서 볼 때, 버스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를 지적하면서, 진짜 학생이냐고 묻는다면 그 청소년은 얼마나 무안할까. 오히려 학생인데, 그것을 몰라 본 운전기사가 미안해 해야 하지 않을까. 예능인데 다큐로 반응하냐고 할 수 있을까.
이 광고는 외모 때문에 고생이 많은 학생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미디어 매체 속에서는 주로 동안외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주목을 받는다. 이 광고는 이와 다르게 동안과 반대 지점에 있는 이른바 노안 얼굴이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었다. 10대 나이에 비해 더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말을 듣는 청소년들이 의외로 많아 그들의 고민이 깊다.
청소년은 예민한 시기에 있다. 그런 점을 생각하지 않는 학생 노안 소재가 방송광고에 나온다는 것은 전율이 들기도 한다. 더구나 그런 외모와 비타민과 무슨 연관이 있는 지 알 수가 없다. 한국 사회 전체가 외모지상주의가 강해진 상황이다. 광고에서 청소년을 그러한 관점으로 다룬 것은 잘못이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다른 시리즈를 제작했는데 동창회편으로 여기에는 '대머리'가 등장한다. 물론 이 대머리도 속된 표현이라 탈모증이 있는 동창이 등장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같은 나이의 동창이라 하더라도 나이가 들어 보이는 모습을 부각시킨다. 대머리이기 때문에 동창이라고 할 수 없어 하게 만드는 상황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비타민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탈모증은 의과적인 영역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또한 외모적인 격하의 대상이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머리숱이 많아야 나이답게 살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머리 숱이 많은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 머리 숱이 많은 사람들은 흔하지 않다. 그러한 점은 미디어가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볼수 있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모발을 매우 비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여성들에게도 탈모증은 많은데 미디어에는 항상 환상적인 머리카락들만이 등장한다. 중요한 것은 이제 탈모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국가의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남여성이나 나이와 관계없이 탈모증이 엄청나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유독 이런 탈모증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그것은 바로 누구나 머리숱이 많다는 편견 때문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은 개인의 취향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미팅이나 소개팅은 물론이고 맞선에서도 탈모증은 배제의 대상이 되기 쉽다. 심지어 면접이나 고용에서도 탈모증은 기피되고 대인관계에서도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나이가 들어보이고 개인의 단순 문제가 아니라 인권 침해 차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탈모증 환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이들을 상처를 건드리는 것은 오히려 상품의 판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탈모증이 있는 사람들이 과연 비타민 음료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될 지 의문인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어느새 외모에 대해서 지적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졌다. 나이가 들어보이는 것은 죄가 된 듯 싶다. 그러나 그것은 죄도 아니고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수치심을 줄만한 명분이 되지도 않는다. 외모로 판단하는 이들이 오히려 부끄러움을 느껴야하는 사회가 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노안이나 탈모증에 대해서 외모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주로 그것을 개인의 탓에 원인을 둔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그것은 개인의지로 어쩔수 없어 탓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각종 경쟁을 통해서 노안과 탈모가 급증하는 사회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그러니 더욱 비타민 믐료를 마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이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