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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검 눈빛은 왜 대한민국을 사로잡았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10. 4. 13:25

-박보검의 눈빛이 말하는 문화심리


박보검의 눈빛만 봐도 힐링이 된다. 이는 서사와 플롯의 시대가 아닌 캐릭터의 시대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미 서사와 플롯은 스토리 프로그램이 짜주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장르나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캐릭터가 등장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 캐릭터에 맞는 배우가 등장한다면, 더욱 몰입은 최고조에 이를 것이다.

시청자와 관객은 스스로 보고 싶은 캐릭터에 집중할 뿐이다. 아무리 인기있는 배우라도 원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떠나게 된다. 특히 언제나 옆에서 케어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는 더욱 중요해졌다. 갈수록 일상이나 조직, 사회 생활에서는 온통 경쟁 은 물론 부담과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들만 있으니 말이다.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하더라도 지켜주고 보듬어 주고 지지해줄 듯 싶은 신뢰감과 사랑의 존재를 갈구하고 있다. 그 최고의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는 것이 박보검이다.

배우 박보검은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KBS
배우 박보검은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KBS

박보검의 등장은 생각지 못하게 드라마 응팔의 대본을 바꿔놓기에 이르렀다. 사이드 캐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류준열의 아성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응팔 때만해도 그의 캐릭터는 단순했다. 순수한 바둑 천재 소년, 사랑에도 너무 순수해서 조용히 뒤에서 눈물만 흘리는 소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눈물소년이라고 불러야 맞아 보였다.

눈물 소년이 드라마 '구르미...'에서 왕세자역으로 선택되었을 때, 아무도 그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 그것은 제작진이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응팔의 주인공들이 주연을 꿰차고 있는 상황은 당연해 보였기 때문이다. 2016년 5월 응팔의 류준열은 로코의 공주 황정음과 함께 '운빨 로맨스'의 주연을 맡았던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8월 고경표는 '질투의 화신'에서 조정석과 함께 공효진을 둘러싼 삼각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런데 박보검이 확정한 작품은 사극이었다. 그것도 웹소설이 원작이었다. 대개 원작이 있는 경우, 원작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비난에 직면해야 한다. 더구나 박보검은 사극을 해 본 적이 없으니 더욱 긴장을 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트렌드 드라마에 부합하는 사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배우를 쓰는 것보다는 최소한 화제를 모으기에는 충분했다. 어떤 경우에는 화제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드라마 방영이후 단순 화제를 넘은 박보검의 인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연기력 때문이었다. 그의 연기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버린 것 같았다. 왕세자역이 주효한 면이 있긴 했다. 김수현의 송중기에 이어 박보검은 왕세자 역할에 나섰고 그 캐릭터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왕세자는 경계인이기 때문에 오히려 극적인 긴장감과 공감을 이끌어 내기 쉽다. 자칫 그 입지에 비할 때 왕세자는 비극적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아직 왕이 아니고 주변에 눈치를 살펴야할 위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이 될 희망은 있다. 또한 폐세자가 될 운명이 있을 수 있으니, 긴장은 늦출 수 없다. 아직 풋풋한 청춘이기에 로맨스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왕세자라는 신분에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힘을 써줄 수도 있다. 하지만 완전한 힘이 없으므로 그 사랑하는 여인을 온전히 지켜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니 항상 번민하고 갈등한다. 때로는 그 고통이 울음으로 터지기도 한다. 그런 무력함과 좌절감 속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언제나 훈훈한 눈빛으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천진난만해 하기도 한다. 그 눈빛을 보기만 해도 복잡했던 마음이 풀리고, 불안했던 마음이 안정이 될 법하다.

하지만 무조건 웃고 밝게만 표정을 짓고 있다고 해서 믿음과 신뢰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냥 순수하게만 서 있었던 응팔의 바둑 소년에서 이제는 과감한 용단을 내리는 결기를 보여준다. 어려운 상황을 능히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어린 행동은 믿고 따를 수 있을 듯한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누구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법이다. 그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감정을 끝까지 지켜내주기는 쉽지 않다. 그러한 쉽지 않은 사랑의 감정을 박보검은 눈빛을 통해서 잘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다. 많은 경우, 연기에서 박보검의 눈은 항상 젖어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본인은 평소에 눈물이 많은데, 이는 공감을 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레미 리프킨은 21세기는 공감의 시대라고 말을 했지만 거꾸로 갈수록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은 떨어지고 있다. 누군가의 공감을 사기에 복잡 다단하고 그것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도 점점 더 없어지고 있다. 오로지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데 초점을 맞추기 급급해진다. 어떤 상황이라도 이해해주고 살펴 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행복할 뿐이다.

정말 절대 배반하지 않고, 언제나 나를 바라봐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수호 천사이면서 수호전사이면 더 좋을 것이다. 그가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언제나 분투할 때, 더욱 그 가치는 발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절대적 존재는 분명아니다. 그의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면, 그도 결국 헤어나올 수 없는 데 말이다.

현실에서 그런 존재가 없는 것은 바로 이런 상호성의 인식과 실천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는 어떤 액션을 해주어야 하는 존재로 설정하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상호간에 서로 지지 협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피곤한 나날에 과연 그러한 것이 가능할까.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와 눕기 바쁜 나날에 말이다. 그러니 드라마는 대리 충족의 기능을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