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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 뉴스에 판타지 콘텐츠가 넘치는 심리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11. 27. 14:26

지난 미국 대선에서 가짜 뉴스들이 심대하게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가짜 뉴스 제작자는 자신 덕분에 트럼프가 당선이 되었다고 말했다. 가짜 뉴스 제작자 폴 호너는 트럼프 반대자들의 시위가 돈을 아르바이트생들이 벌인 일이라는 가짜 뉴스로 트럼프를 조롱했는데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를 사실로 게시하고 널리 퍼트렸다.ⓒ게티이미지뱅크
옥스퍼드 사전편찬위원회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포스트-트루스(‘post-truth’)는 탈진실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사실의 진실에는 관심이 없는 대중적 현상을 가리킨다. 대표적인 예로 영국의 브렉시트 탈퇴와 미 대선의 트럼프를 들고 있다. 특히, 최근 인터넷에서는 가짜 뉴스들이 사실에 바탕을 둔 뉴스들을 밀어내고 중심 자리를 차지해서 논란을 일으켰다. 페북이나 구글에 올라오는 가짜 뉴스들이 진짜 뉴스인 것처럼 급속하게 회자되는 일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는 이런 가짜 뉴스들이 심대하게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가짜 뉴스 제작자는 자신 덕분에 트럼프가 당선이 되었다고 말했다. 가짜 뉴스 제작자 폴 호너는 트럼프 반대자들의 시위가 돈을 아르바이트생들이 벌인 일이라는 가짜 뉴스로 트럼프를 조롱했는데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를 사실로 게시하고 널리 퍼트렸다. 그는 무엇보다도 트럼프의 말이 사실이 아닌 곳은 신경을 쓰지 않고 그대로 믿어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는데 이는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심각성을 느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가짜 뉴스들이 민주주의를 훼손한다고 말한 바도 있다. 문제가 커지자 SNS기업들은 가짜 뉴스 대응책을 부랴부랴 내놓기도 했다. 

이렇게 자신이 보고 싶은 뉴스만을 보는 인지 심리 현상을 선택적 주의 현상 또는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 이라고 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지각하고 받아들인다. 칵테일 파티 효과(Cocktail PartyEffect)도 이에 해당한다. 파티장에서 많은 소음이 있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필요한 소리나 아는 사람의 목소리는 잘 듣는다. 사회적으로는 자신이 관심있거나 필요한 정보에만 집중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증폭 시킨다. 이러한 증폭은 이제 스마트 모바일 환경 때문에 더욱 급속하게 진전되었다. 

언론보도에 관한 연구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맞아 떨어지는 뉴스만 선택하고 다른 성향이나 정당에 관한 뉴스는 배제하거나 왜곡된 형태로 받아들였다. 즉 보는 것만 보고 보고 싶은 것만 취하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본래 취하지 않으려 했던 곳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상황이 오면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럴 때도 사람들은 합리화의 명분이나 구실을 찾게 마련이다. 매스컴 시대가 저물고 디지털 모바일 시대가 되면 다중화 현상이 일어나서 진실의 왜곡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오히려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결국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있는 것이다.

최근 대중문화는 판타지 콘텐츠의 범람속에 있다. 팀버튼의 판타지 영화 '미스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270만 이상의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마블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법을 등장시키며 500만 이상의 관객 동원에 성공했으며, 최근에 개봉한 영화 '신비한 동물 사전'도 마법을 통해서 관객 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특히 마블사까지 판타지를 영웅과 결합시켜내기에 이르렀다. 출판가에서는 '신비한 동물 사전'을 비롯해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가 베스트설러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이나 '도깨비'는 우리의 고전이나 민담에서 익숙한 인어나 도깨비를 등장시키며 판타지 드라마 세계를 구축한다. 물론 그것은 중화권 시장을 염두한 것이었다. 그곳이 그것을 금기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금기는 잠재된 시장의 수요를 축적 시키는 법이다.

이를 객관적으로 본다면 말도 안되는 스토리와 구성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러한 내용을 진실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이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만약 아무리 판타지라고 해도 자신이 보고 싶고 원하지 않는 맥락이니 메시지가 있다면 외면할 것이다. 모든 것이 너무 명확하더라도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는 현상, 그것이 비록 가짜나 거짓말이라고 해도 그렇게 용인하는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영화나 드라마같은 허구의 현실로 도피해 버리는 것일까. 

확실해질 수록 확실하지 않은 것에 기대여는 존재가 사람이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과학이 못할 것 같은 힘이나 존재에 의존하고자 한다. 또한 어쩌면 정보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피곤해지고 있다. 이는 마치 세상이 복잡해지고, 교류가 세계적으로 일어날수록 더욱 심화되는 현상일 지 모른다. 인간의 뇌는 사바다 시대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데 그들이 접하고 처리해야할 정보나 판단과 선택 사항은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보나 지식을 많이 범람시킬수록 사람들 사이에서 진실을 왜곡하기는 쉬워지는 셈이다. 사회모순이나 범죄를 바라보는 인식도 이에서 자유롭지 않다. 자신들이 보고 싶은 관점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특정목적에 따라 활용될 때, 쏠림 현상이 본질을 흐리고 잘못된 해법이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정치가 갈수록 판타지가 되어가는 일은 이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판타지의 운명은 정치에서 명확할 수 있다. 정치의 판타지가 깨어지는 것은 유권자가 보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판타지 같은 정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경우에는 필연적인 운명을 맞게된다. 그것이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사례로는 최순실 파국의 분노의 격정여론일 것이다. 그 깨어짐으로 환상의 이미지로 정치하는 세력은 교체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처음부터 뭘 기대했던가, 진실을 알고 있던 이들에게는 놀라운 일도 분노할 일도 아닌 법이다. 미국에서도 트럼프가 백인 유권자들에게 보여준 것은 그들이 보고 싶은 것, 판타지들이다. 이 때문에 당선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깨어질 것은 분명한 운명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제 큐레이션 콘텐츠나 미디어만이 아니라 큐레이션 정치, 큐레이터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