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미달이의 노출을 강요하는 사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8:58

<김헌식 칼럼>미달이의 노출을 강요하는 사회

 2010.08.30 09:30

 




[김헌식 문화평론가]시사다큐 프로그램을 통해 '미달이'라는 캐릭터는 한국 아역배우의 이면을 보여주어 인권적 감수성을 높였다. 결국 김성은의 성형고백과 화보의 촬영은 사회적인 점만이 아니라 개인적 심리가 어떻게 아역배우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아역배우가 변신에 관한 비근한 예로 문근영을 들수 있다면 대조적인 관점에서 김성은과 문근영의 같고도 다른 향로는 아역배우들의 고뇌와 애환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특히 아역배우들이 섹슈얼리티가 강한 작품으로 다시 되돌아 오는 것을 볼 때 더욱 그러하다. 김성은의 사례는 여기에 더욱 부합하겠다. 하지만 문근영의 사례는 아역배우의 활동 방향이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낳기도 한다. 

대중들은 아역배우가 지닌 시기 작품 속 캐릭터로 남기를 바란다. 그 모습이란 '유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유아는 성장할 수밖에 없고, 이전의 유아적 캐릭터로 되돌릴 수 없다. 배우는 대중적 선호와 지지를 바탕으로 생명력을 지닐 수밖에 없을 때, 곧 아역배우는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아역배우의 틀에서 벗어나면 대중의 관심은 멀어지고, 그렇다고 아역배우의 이미지를 유지할 수도 없다. 현실적으로 아역 배우가 아니라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성인 연기자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해서 대중적 주목을 받아내는 일이 중요해진다. 그 주목은 아역 배우 때의 선호와 지지에 버금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언론도 가만두지 않을 것이겠다. 

쉬운 일은 아니다. 아역 배우들의 딜레마는 너무 이른 나이에 주목을 크게 받는 경우에 더욱 심해진다. 본질적으로 스타의 인기는 다시금 반복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 더구나 아역 배우같이 일시적으로 주목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 성인 연기자로 당장에 인기를 이어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은 이어가는 것이기보다는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기 높은 성인연기자도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남성 아역 배우와 여성 아역 배우는 그 활동조건이 또 다르다. 여성 아역 배우에게 요구하는 것은 섹슈얼리티인 경우가 많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경향도 있지만 아역배우 스스로가 선택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역배우들 가운데는 자신이 대중적 주목을 받게 된 극중의 캐릭터를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 

시트콤 < 순풍산부인과 > 에서 미달이역을 맡았던 김성은이 대표적이다. 극중 미달이는 순수하고 착한 어린이 이미지와는 다름에도 그 능숙하고 자연스러운 점 때문에 많은 인기를 모았다. 그 역을 소화해 낸 아역 배우가 인기는 좋지만, 캐릭터는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아역 배우라는 타이틀이 좁은 연기영역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고, 앞서 약간 언급했듯이, 더 이상 성장하는 육체와 정신의 스펙으로는 아역을 유지 할 수 없다. 

청순한 이미지의 여성 연기자가 갑자기 파격적인 노출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여성에게 분명 중요한 측면을 차지하는 것이 섹슈얼리티라고 할 때 일종의 연기변신을 시도하는 것이다. 간혹 청순한 이미지가 여성적인 매력이 덜하기 때문에 섹슈얼리티가 강한 작품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마찬가지로 아역 배우 출신들이 성적인 노출이 강한 작품이나 콘텐츠를 선택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꼭 같지는 않다. 여성이 유아적이라는 것은 매력이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유아의 타이틀을 한 번에 날릴 수 있는 것은 파격적인 노출을 통해 여성의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것이다. 대중적인 각인을 한순간에 이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낙인찍혔던 유아적이라는 딱지를 뗄 수 있는 기회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근영도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 성적인 매력을 발산시키는 캐릭터를 통해서 아역의 탈출을 시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성공적인 방법은 아니었다. 문근영은 영화 < 사랑 따윈 필요 없어 > 에서는 성인 여성 캐릭터를 선보였지만, 장애인 여성 역할이었다. 드라마 < 바람의 화원 > 에서는 남장 여자의 화원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이런 괘적은 < 신데렐라 언니 > 에서 어머니 트라우마를 극복해가는 여성주의 캐릭터를 소화해가는 데 무리가 없었다. 아역 배우에서 차츰 연기 변신을 다양하게 시도한 결과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아역으로 갑자기 인기를 얻은 후 연기 변신을 위한 점진적이고도 다양한 시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목을 다시금 받을 수 있는 것은 성적인 노출을 강화한 작품이나 콘텐츠에 자신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그것도 잠시 주목을 받을 수 있지만 연기적 궤적이 자리를 잡지 못하면 유지하기가 힘들다. 노출에 대한 강박 심리는 아역 활동이후의 심리적 공황상태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고, 그런맥락에서는 잘못하면 삶의 황폐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달이 사례를 그래서 우려스럽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아역배우에게 모든 책임이나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을 법적 대리한 것은 부모였다. 아역시절 얼마나 자기의 의사결정권을 발휘했는지 의문인 것이 현실이다. 아동기 활동 이후의 장래의 영향관계에 대해서 충분히 숙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한국 대중문화계에서 아역배우를 둘러싼 구조적인 모순이다. 교육권이나 학습권만이 아니라 장래인생에 대한 충분한 상담과 숙지가 이루어지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