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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 흥행이 반갑지 않은 '이유'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4. 24. 16:40



예쁜 여성들에 사족을 못 쓰는 남성들이 지배하는 회사에서 못 생겼다고 규정된 여성이 살아남는 방법은? 답을 찾기 쉽지 않다. 하지만 그녀는 얼굴을 대대적으로 고치고 살을 살인적으로 뺀다.

완전 미인. 그녀 앞에서 남자들은 찍 소리도 못한다. 상급자들은 그녀를 키워주기 바쁘다. 완전한 미모를 통해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는 그녀의 본질은 달라진 것이 없다. 마침내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 그녀는 미련 없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멋지게 복수했다는 듯이.

이 하나의 환타지 같은 내용은 일본 만화의 줄거리다. 단지 외모 때문에 차별받고 박해받는 여성이라면 한 번쯤 꿈꾸어 볼만도 하다. 사랑도 쟁취하고 사회적 성공을 거두는데 외모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만화의 모티브와 같이 지금의 외모가 아니라 더 멋진 외모라면 어떨까? 이러한 궁금증은 여성과 남성을 떠나 보편적이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이러한 기본적인 궁금증에 기초하고 있다. 여기에 S라인 열풍이 어느 때보다 거셌던 병술년, 다이어트와 비만은 2006년을 상징하는 코드로 작용했다. 이 또한 <미녀는 괴로워>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BRI@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살과 외모 때문에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는가 생각할수록 <미녀는 괴로워>에서 강한나(김아중)는 대변신을 통해 복수와 멋진 인생을 펼칠 것 같다. '미녀는 괴로워'라니 미녀에 대한 편견을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었다.

성공해도 미모 때문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고, 영혼보다는 자신의 몸을 원하는 남성들이 많은 바에야 누구를 믿겠는가. 괴로운 일이다. 그래서 차라리 미모를 강력한 무기로 삼아 꿈을 이루는데 사용할 뿐인지 모를 일이다.

강한나는 살기 위해서 전신 성형을 하고, 거짓말같이 대변신에 성공한다. 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니 날아갈 일이었다. 으레 그렇듯이 곧 그렇게 멋진 인생이 펼쳐지지 않는다.

강한나가 아니라 제니라는 새로운 인생을 위해 아버지를 부정하게 되고, 사랑하는 한상준(주진모)은 성형한 자신을 멀리한다. 정작 성형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렇게 부르고 싶었던 노래도 부르지 못한다. 그야말로 "(성형)미인은 괴로워~"가 된다.

영화에서 성형 미녀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 필요하다. 하나는 착한 마음씨다. 다른 하나는 능력이다. 강한나는 노래는 잘 부르지만, 외모 때문에 '아미'의 노래를 묵묵히 불러주는 '얼굴 없는 가수'다.

대신 '아미'는 미모는 뛰어나지만 노래도 못 부르고, 성질머리도 돼먹지 않았다. 강한나에 동일시를 느끼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우리는 바로 능력 있고, 마음은 착하지만 겉모습 때문에 외면 받고 소외받은 사람들이다. 이른바 예쁜 것들과 예쁜 것들을 편애하는 모든 것들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그 상처는 어쩌면 남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 입힌 것인지 모른다. 친구 박정민(김현숙)이 미남 바람둥이 영업사원을 사랑했듯이, 강한나는 한상준이라는 아주 뛰어난 외모의 남자를 사랑했다.

예쁜 것들을 혐오하지만, 그것들을 사랑한다. 우리 안의 이중성이다. 또 영화는 예쁜 여자들은 일반적으로 성질도 더럽고 무능력하다는 편견을 재생산한다. 아미는 결국 편견에 희생당하는 또 다른 우리들이다.

ⓒ 리얼라이즈픽쳐스

무엇보다 영화의 긍정적인 결론은 성형과 다이어트를 무조건 거부하길 피한다. 즉 능력과 착한 마음씨 위에 얼굴을 고치면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솔직히 말하라, 성형했다고 말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열광해줄 것이다.

거꾸로 마음이 착하지도 않고, 능력도 없고, 외모도 안 되는 사람들은 성형해도 절망적이다. 여기에 솔직하지도 못하다면 최악이다. 하지만 이들 기준은 얼마나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며 나르시시즘 적인가. 우리 모두는 자신이 착하고 나름대로 능력이 있지만, 외모 때문에 차별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고운 마음씨에 능력이 있어도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전신 S라인 수술이 5~6천만 원이 든다니 돈을 부지런히 모아야 하겠다. 현실에서 영화와 같이 폰 섹스 테이프를 무기삼아 성형외과 의사를 위협할 수는 없다.

강한나처럼 폰 섹스 알바를 해서라도 벌거나 그 와중에 성형외과 의사의 약점을 잡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사실 위협에 넘어가는 어수룩한 성형외과의도 없겠다. 강한나처럼 지방 흡입으로 47㎏을 감량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전신을 맡길 만큼 성형 의학을 신뢰하기도 힘들다. 잘못하면 돈은 돈대로 날리고, 생사람 잡을 수도 있다. 이런 요인 때문에 하반기 죽을 쑤고 있는 한국영화 판에 모처럼 블루칩으로 떠오른 <미녀는 괴로워>의 흥행이 반갑지만은 않다.


06.12.28 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