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돈의 진정한 주인을 찾습니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3. 2. 2. 09:47

어느새 이자를 많이 주는 은행 예금, 적은 노력을 들이고도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펀드를 찾아다니는 것이 미덕이자 의무가 되었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돈을 낳는 것이 아니라 돈이 돈을 낳는 금융 경제 구조에서 재화와 서비스의 총량보다 10배가 더 많은 돈이 돌아다니는 가운데 우리는 우리가 그 '돈'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가 돈의 주인이라면 그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가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가 그 돈의 흐름을 잘 알지 못한다면 아무리 많은 돈을 저축하고, 많은 수익을 주는 펀드상품을 가지고 있어도 그 돈의 주인이 아니다.

 

돈은 선한 측면도 있고 악한 측면도 있다. 자신의 돈이 어디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소중하게 모은 돈들이 선한 돈이 아니라 악한 돈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가슴 아프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우리 자신이 아픈 그들이다. 이러한 점을 많은 사례를 중심으로 정리한 책이 <굿머니, 착한 돈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이다.

 


평범한 우리가 전쟁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선한 돈이 군수산업에 투자되고, 전쟁수행에 투여되고 있다. 책에서는 몇 가지 예를 들고 있다. 일본의 경우 30만엔을 저금하면 1000엔이 미국의 군사예산으로 흘러들어간다. 메가벵크3사(미쓰비시 도쿄 UFJ 은행, 미쓰이 스미토모 은행, 미즈호 은행)는 각각 100억엔 단위의 돈을 클러스터 폭탄제조 관련기업에 융자하고 있는데, 그 폭탄의 피해자는 98%가 비전투원이고 이중 27%가 어린이다. 소중하게 번 돈이 결국 무고한 어린이들 살상에 사용되지만, 수익에만 골몰하다보면 이런 흐름을 생각하지 않게 된다. 만약 그러한 악한 돈의 흐름을 투명하게 보여준다면 이자와 배당액을 찾아다니는 행동이 자연스러울 수는 없을 것이고, 무조건적인 재테크 열풍은 제고의 대상이 될 것이다.

 

전쟁은 폭탄이 날라 다녀야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제전쟁에서 돈은 폭탄이 된다. 금융위기에서 선한 돈들은 폭탄이 되어 한 나라의 경제를 초토화시킨다. 물론 그 가운데는 국제적 투기 세력이 있으며 그들이 사용하는 돈은 선한 돈으로 예금과 펀드에 가입한 이들의 것이다. 무엇보다 많은 돈들이 분별없는 투자로 환경파괴를 일으킨다든지 치명적인 에너지원 개발 등에 사용된다. 결국 시민은 물론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데 선한 돈들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돈은 예금이나 펀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공공예산은 시민의 돈으로 이루어진다. 이 예산은 많은 공공사업에 쓰인다. 도로, 댐, 항만, 방조제 등의 공사에 많은 돈이 투입된다. 하지만 이러한 돈은 헛되게 낭비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정치가와 건설업계의 유착과 비리가 얽혀진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도 재벌건설과 정권의 유착으로 당초 5-6조의 예산이면 가능하다고 했던 경부고속철도사업비는 20조원을 훨씬 넘고 있다. 더구나 불충분한 환경영향평가라든지 주민의 참여 배제로 환경을 파괴하는 공사에 피 같은 돈이 사용된다. 선한 돈이 공공사업이라는 명분 속에서 악한 돈이 되는 것이다. 예컨대, 야마카타 현의 주민들은 무분별한 댐 공사로 물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비싼 수도요금만 더 치러야 했다.

 

정부가 사용하는 돈에는 세금과 국채만이 아니라 재정투융자 자금이 있는데, 우편예금,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이 있는데, 이는 제2의 예산으로 불린다. 물론 이 예산안을 사용해서 벌인 공공사업이 채산성이 맞지 않아 빚을 잔뜩 져도 그 빚을 진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자는 책임을 지지 않으며 그 빚은 시민의 돈으로 메운다. 물론 이러한 공공예산에 우리의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것이 바로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돈이 올바르게 쓰이는지 지켜보려는 가운데 정치에 대해서 주목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주목을 하고 있는 점은 지역의 돈은 지역에서 지역의 발전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지역주민들이 예금한 돈은 지역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중앙으로 이동하여 지역과 중앙의 격차를 더 벌이는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지역의 발전을 원하는 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투자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금융기관에서는 이렇게 지역민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의 착한 돈이 악한 돈으로 바뀌지 않게 하는 법은 무엇일까?

 

그 하나가 우선 사회적 은행을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기존의 은행은 용처가 불분명했고, 그것에 대해서 예금자가 관여할 수가 없었다. 어디에 쓰이든 이자만 바라보아야 하는 꼴이었다. 하지만 사회적 은행은 예금자가 자신의 예금이 투자되는 용처를 정할 수 있다. 예컨대, 노인과 장애인 복지사업, 의료, 생태, 교육 등의 항목을 지정할 수 있다. 한 사례로 에코 저금 실천은 십시일반 모은 돈을 친환경적인 곳에만 투자할 수 있다. 이러한 은행이 많아진다면, 돈이 착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일본의 NPO 은행의 경우 예금은 다루지 않지만, 시민이 돈을 내고, 대출처정보를 공유하고 돈의 흐름을 투명하게 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투자도 중요하다. 이는 주식을 투자할 때 일정한 사회 환경 기준에 부합하는 우량 기업을 선정해서 투자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우선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올바른 기업을 성장시키고, 그것에 얻는 수익을 함께 공유하는데 있다. 물론 여기에는 일정한 법적 통제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또한 소액 신용대출의 그라민 은행 같은 마이크로크레디트 제도는 선한 돈을 매우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 적은 돈은 별로 의미가 없다. 가치가 없는 돈이 될 수도 있다. 탐욕으로만 돈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그 돈은 약간의 이익만을 줄 뿐이다. 하지만 가난한 이들에게 적은 돈은 매우 소중하고, 선한 돈이 된다. 심지어 생명과 삶과 같다. 이는 전쟁 수행과 환경 파괴에 투자되는 막대한 돈과는 매우 대조되는 것이다. 사회적 은행과 같이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중요한 심리는 인간애와 신뢰이다. 이는 거꾸로 기존의 금융통화에는 없는 점을 말한다. 이는 소중한 돈이 선한 돈으로 존재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지역의 착한 돈이 지역민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 사용되는데 작용하는 것이 지역통화이다. 지역에서만 쓸 수 있고, 지역의 상품만을 사용할 수 있으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통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지역통화는 인플레이션이 심한 국가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돈과 현물가치가 변화하지 않는 것이 지역통화이기 때문이다.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자유 화폐 제도는 이와 관련하여 돈이 한 곳에 뭉쳐 있으면서 지역으로 돈이 돌지 않는 현상을 타개하려고 고안되었다. 게젤의 '베르글'통화가 대표적이다. 사회적 은행과 결합된다면 지역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잘 번영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믿을만한 곳을 선정하며 책임을 진다. 단순히 이자불리기가 목적이 아니라 정말 신용(信用)의 본래 정신을 회복 하려 한다.

 

세금이 무분별한 공공사업에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생태적인 세계개혁을 이루어야 한다. 이 제도는 탄소세 등 환경세를 물려서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줄이고, 이를 통해 늘어난 세금을 사회보장으로 돌려 복지서비스를 확충하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2003년 환경세의 세수 가운데 90%에 해당하는 86억 유로를 사회보장비에 충당해 25만 명의 고용창출을 이루었다. 또한 2005년에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2-3% 줄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자신 스스로가 돈을 모아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는 것도 중요한 방편이다. 주부들이 중심이 되어 공공보육의 미비점을 극복하려는 이용자 중심의 보육시설 사업이 대표적이다. 또한 100년 가는 좋은 집을 스스로 만들기 위해 공동체를 만들 수도 있다. 한국에서도 철거민들이 만든 친환경건설회사인 달팽이 건설을 꼽을 수 있다.  공유지를 보전하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도 이에 해당한다. 이는 꼭 지켜야할 공유지를 시민들이 돈을 보야 매입하고 관리 보전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일찍부터 이루어지는 금융교육이다. 금융교육은 단순히 개인이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다. 소중한 돈을 착하게 살아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돈이 인간과 생명을 위해 복무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책이 우리가 용처와 흐름을 알지 못하면서 돈의 주인은 우리라고 착각할 때 수많은 돈이 우리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악한 기능을 하게 되는 현실을 지적하는 것은 바로 다음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진정한 돈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 돈을 선하게 사용 하면 그것이 결국 우리를 위한 것이다.


김헌식 교보문고 북멘토

덧붙이는 글 | 교보문고 북모닝 CEO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