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가장 낮은 곳에서 꽃을 피는 교육이 되려면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3. 2. 2. 09:41
2006년 10월, 일본 후쿠이 현의 니시카와 잇세이 지사가 고향 기부금에 대한 공제를 주창했다. 이는 출신지역 등 원하는 지방을 지정해 그만큼의 금액을 거주지 자치단체에 내면 그 다음해에 주민세를 공제해주는 것이었다. 사실상 이는 자신이 태어난 고향의 지역발전을 위해 세금을 내자는 고향세와 다름이 아니었다. 고향세는 수도권 주민이 소득세 또는 주민세의 일부를 자신의 고향이나 농어촌에 선택적으로 보내는 제도다. 광역자치단체인 도도부현이나 기초자치단체인 시정촌에 낼 수 있는 고향세 납부액은 1인당 5000엔 그러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약 6만 원 이상이며, 상한은 주민세의 약 10%였다. 일본은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현보다는 시정촌에 기입된 돈이 64배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일본의 고향세 도입을 따라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흐지부지 되었다. 2010년 8월, 조세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고향세가 지역 간 재정격차해소에 기여하지 못하고 재원을 늘리지 못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조세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지역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고향세를 언급하는 이유는 이것이 일본은 물론 한국 교육의 모순과 연결되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타향살이 인구만 약 800만 명으로 전국적으로 따지면 전국민의 대부분이 고향을 등지고 생활을 한다. 한국의 교육열은 모두 고향을 등지고 모두 도시로, 도시로 내몰았다. 우골탑(牛骨塔)은 소를 팔아 마련한 등록금으로 서울에 유학을 보내던 시절의 말이다. 그렇게 고향의 소와 땅을 판 돈으로 입시경쟁을 뚫고 서울에 정착한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수많은 한국인들은 자신의 성공과 명예를 위해 도시로 몰려들었다. 아직도 그런 출세를 위한 교육열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 한국인들의 자녀들은 이제 다시 인골탑(人骨塔)을 만들었다. 사교육비와 비싼 등록금, 유학비용을 대기 위해 부모의 등골이 빠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러기 아빠 현상은 치열한 입시 경쟁을 단적으로 상징한다. 이는 국내만의 경쟁이 아니라 해외의 경쟁을 통해 우월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교육열이 만들어낸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외로 나간 자녀들은 고향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우골탑의 세대와 같다. 오로지 자신의 성공과 출세만을 위해 달려가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톤도교육센터를 졸업한 인재들은 필리핀 최고의 대학을 졸업하고도 다시 톤도로 돌아와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었다. 필리핀 최고의 명문대학이라는 국립 필리핀 대학을 졸업하고 톤도에 돌아와 가르치는 살로나 우바스 등의 8명의 교사는 아이들을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돌아오는 고향은 좋은 곳이기 때문일까? 

세계 3대 빈민 도시 톤도의 파롤라 마을은 거대한 쓰레기 산이 마을 전체를 뒤덮고 있다. 인구의 80%가 빈민인 필리핀에서도 가장 못사는 지역으로 극빈층과 흉악범이 들끓는다. 그들이 이런 지역에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의무감 때문에 돌아오는 것은 아닐까? 자신을 희생하고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것일 뿐이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톤도 교육센터의 근본적인 교육 철학과 방침 때문에 가능했다.  

이곳에서 12년 동안 아이들 교육을 하고 있는 한국인이 김숙향 선교사가 지향하는 교육은 한국과는 다른 것이었다. 한국의 교육이 소수의 학교 시험 성적에서 우월한 사람을 길러내는 지옥의 입시교육에 매달리고 있는 것과는 다른 인간적인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에 톤도 교육센터의 졸업생들이 다시 지옥과 같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가능했다. 

이 톤도 교육센터에서 중요한 것은 꿈과 욕망의 구분이고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를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었다. 이 책은  꿈과 욕망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한국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제대로 살고 싶으면 돈이든 권력이든 잡아야 한다는 믿음을 주고 있다. 그리고 그걸 꿈으로 간직하라고 한다. 하지만 변호사나 의사 대학교수가 되는 것은 절대로 꿈이 아니다. 꿈이 좋은  직업을 갖는 것이라고 말하는 아이의 삶은 얼마나 불행한가." 

욕망은 단순히 자신의 충족을 위한 것이다. 꿈은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을 고민하게 한다. 한국의 교육은 주로 욕망을 위한 교육이 우선한다. 톤도 아이들을 위해, 가난한 고향으로 돌아오는 톤도의 교사들을 보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교육을 했길래, 그들은 가치 있는 삶을 찾아 다시 돌아온 것일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비단 공부를 아주 잘 하는 아이들만 톤도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음과 같은 대화는 톤도 교육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넬손 네 꿈은 뭐야?"
"세계적인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그럼 넬손은 프랑스나 미국 같은 거대한 나라의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싶겠구나?"
"아니에요, 저는 세계적인 요리사가 되어서 여기 톤도의 아이들에게 맛이 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톤도를 변화시키고 싶어요. 그리고 요리사라는 꿈을 통해 제가 그 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아요."

넬손은 자신을 빈민으로 태어나게 만든 톤도를 변화시키겠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좋지 않은 환경에서 태어나 살고 있다면 정말 혐오하거나 미워할 수 있겠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이를 부득부득 갈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넬손을 비롯해 아이들은 자기 동네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좋은 직업이나 지위, 돈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고향과 지역을 위해 무엇인가 기여를 하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품고 있는 톤도의 아이들은 톤도의 교육이 만들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때 다른 사람의 행복은 물론 자신의 행복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말했듯 중요한 건 영어와 수학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들을 배워서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톤도의 교육센터에서는 성적이 좋건 나쁘건 이른바 '꿈 교육'을 한다. 이는 필리핀 사람들에게 더욱 필요한 것이었는데 필리핀이 무려 350년을 식민지로 있어서 필리핀 사람들이 희망을 박탈당해왔기 때문이다. 아직도 권력을 가진 이들은 국민들이 꿈을 갖지 못하도록 한다. 꿈을 잃어버렸고 철저하게 생물학적인 이기주의만 판을 치게 되었다. 꿈 교육은 이기적인 꿈이 아니라 나와 너 그리고 사회와 나라의 꿈과 연결되게 한다. 

그럼 무엇을 중점적으로 강조하는 교육일까. 톤도 교육센터에서는 여섯 가지 꿈의 철학이 교육적으로 전달된다. 지역과 사회와 나라를 사랑해야 하고, 나만을 위해 사는 것은 굉장히 불행한 일이며, 공부 잘해서 좋은 회사에 가는 게 최선의 삶은 아니라고 가르친다. 우리나라처럼 대기업에 들어가고 변호사 의사가 되는 것만이 최고는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무엇인가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인가 되어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각자의 재능의 발견과 강화다. 그곳에서는 지속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내게 주어진 재능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도록 만든다. 이를 위해 좋아하는 것과 재능을 발견해서 그것을 즐겨내는 법도 매우 중요하게 교육한다. 

한국에서는 각자의 재능은 생각하지 않고 이미 괜찮고 선망하는 직업에 아이들을 끼워 맞춘다. 억지로 하는 공부이기 때문에 그 공보가 끝나면 다시는 공부를 하지 않거나 그 공부로 인해 얻은 직업에 대해서도 애정과 만족감을 얻지 못한다. 그런 직업들은 그냥 단순한 수단에 불과할 뿐 자신의 삶과 행복을 구현하는 본질적인 것은 못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 직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은 관심사가 별로 되지 못한다.

예컨대 톤도 남자아이들이 원하는 꿈은 배를 타는 것이다. 이유는 돈을 많이 버는 수단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세계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머무는 곳마다 여성을 사귈 수 있다. 결국 여자와 돈 때문에 톤도의 아이들이 갖는 꿈은 배를 타는 것이었다. 그것은 꿈이라기보다는 헛된 욕망이었다. 톤도교육센터에서는 남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욕망은 꿈이 아니라고 한다. 

의사가 되면 돈도 벌고 예쁜 여자와 사귀거나 결혼을 할 수 있다는 논리와 같다. 의술은 아픈 만인의 것이 되어야 하고 의사는 그것에 따를 때 한없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법조인이 되는 게 많은 돈과 사회적 우러름을 받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한다면 그에게 법은 권력과 지위를 위한 것에 불과하다. 약자들을 위해 법률 서비스는 억울한 사법 피해자들을 막고, 법이 공정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만든다. 공무원이 되는 것은 안정된 직장과 연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활은 한없이 무료해질 것이다. 공무원은 많은 공공의 이익을 주는 대국민 서비스를 수행하는 성스러운 직업이기 때문이다. 

꿈의 교육을 받은 톤도의 아이들은 배타는 꿈에서 요리사가 되는 방향으로 진로를 틀었다. 요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그것이 진정 보람되고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고 교육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도움이 필요한 톤도를 외면하지 않는다. 만약 그럴듯한 성공한 지위와 권력을 위한 경쟁 교육을 받았다면 톤도로 돌아올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톤도는 성공과는 거리가 먼 곳이기 때문이다. 톤도에 있다는 것은 실패자,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을 의미할 뿐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지역에 남아 있으면 루저라는 인식이 많다. 서울에서 지역으로 가면 지옥에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직 하향화되어 있은 경쟁 구조 속에서 교육은 1등과 꼴등을 서열화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한국 국내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 남아 있으면 실패자, 열등한 사람으로 규정된다. 그래서 끊임없이 미국 유학행에 오르는 동기가 된다. 결국 자신을 키워준 고향을 혐오하듯이 자신을 성장시킨 한국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는다. 가장 많이 배우고 가장 능력이 있다는 이들이 결국 자신 고향과 나라를 버리는 것은 철저하게 개인들의 성공을 위해서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는 지역과 공동체를 생각하지 않고 개인의 성적이나 학력을 통한 성공 지상주의는 수많은 열패자를 만들어내고 자신에게도 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낳는다. 자신의 위치와 토대는 스스로 자신에게만 의존할 때 유지할 수 있다는 강박심리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정말 우려스러운 것은 그러한 방식을 습득한 부모들의 행태는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아이들은 유례없는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톤도의 교육에 의거해 볼 때  욕망 즉, 이기적인 자기중심적 소유욕은 누구에게도 꿈도 아닐뿐더러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면 자신이 태어나 자란 곳을 혐오하지 않으며 오히려 사랑하게 될 것이고 낙후되어있다면 더욱 잘 살고 행복한 곳으로 만들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을 인재들이 미워하며 떠나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글의 처음에 고향세를 언급한 것이다. 비록 고향세로 지역의 발전을 이끌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문화적 인식의 변화이다. 출세지향적인 교육에서 한발 짝 벗어날 때 지역의 균형발전은 이루어질 수 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이 행복하고 그것이 꿈이라고 생각할수록 각 개인은 물론 한국 전체가 골고루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교보문고 북모닝 CEO에도 보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