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구멍가게에서 전설의 기업이 된 슈퍼 마켓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7. 1. 30. 21:12

기업이란 무엇인가, 감동을 넘어선 그 무엇.

-마켓바스켓 이야기

 

기업의 리더가 쫓겨났을 때 직원들이 복귀를 위한 시위에 나서는 일은 흔하지 않다. 고객들은 물론이고, 지역전체 그리고 그 기업에 납품을 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나서서 반대하고, 장기간 시위에 참여한다는 것은 볼 수도 없으며,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해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비판을 받을 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픽션보다도 사실적이다. 바로 마켓바스켓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마켓 바스켓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미국의 슈퍼마켓 마켓바스켓의 실제 사례를 다룬 이 책은 바람직한 기업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의 눈을 확 떠지게 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2014년 여름, 마켓바스켓운동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아끼는 기업을 지키기 위해 직원, 고객, 납품업자, 주민들이 시위에 나섰다. 그 시위는 6주간이나 계속되었다. 이는 처음에 노동자 파업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고, 노동자에 보통 속하지 않는 경영자들과 중간관리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더구나 고객과 납품공급업체 사람들도 계속 연이어 합류했으니 희한한 시위운동에 연밀 언론매체들은 대서특필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디물러스 가문의 마켓바스켓은 비록 개인들의 소유였지만, 결코 개인의 소유에만 머물 수 없는 공동체적인 가치와 효역할을 해왔고 그에 관한 오랜 기업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이익보다는 사람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지니고 있었다. 구멍가게로 시작해 매출액만 5조원이고 직접 고용중인 주민수만 25천명인 마켓바스켓은 지역과 이익을 공유하면서 성장하는 철학이 있었다. 우선 고품질의 제품을 철저하게 제공받고, 대신 고객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선택하도록 한다. 때문에 많은 고객들이 이러한 고품질 저가의 공급때문에 몰리므로 업체의 공급단가는 낮아지게 되었다. 또한 신규 브랜드 중에 고품질인 제품을 우선 배정한 것도 주효했다. 점포의 위치는 주로 저소득층이 있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점포당 직원수를 줄이지 않고, 재고 수준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덜 피곤한 직원들이 골라주는 좋은 물건을 고객들은 언제든 친절하게 제공받았다. 저가에 공급받아 무조건 이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적은 인원으로 재빨리 공급하려는 데만 신경쓰는 다른 마켓들과는 반대였던 것이다. 그들은 지역에 대한 서비스와 기여 의식만이 아니라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권한위임을 통해 각 개인들이 자기 몫을 하고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가하면 전체적인 경영은 남을 따라하기보다는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지키는 독창적인 방식을 구가하려 했다. 직원들의 경우, 스스로 자신이 마켓바스켓의 직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그것은 개인적으로 성취감을 줄뿐만 아니라 지역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사회적 가치 실현의 일원이라는 충족 심리 때문에 가능했다. 권한위임은 단순히 책임에 대한 권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의 역할을 찾아내는 것이라는 점은 인상적이다. 고객들은 포인트 점수나 구매액수에 관계없이 모두 평등하게 대하며, 심지어 홈페이지조차 없는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 지역주민들에게 이 슈퍼마켓은 공공기관과 다름이 없었다. 특히 노인들에게 그것은 매우 중요한 생필품 공급공간이었다. 이 정도까지 보면, 무조건 느슨한 기업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이민자들의 근면성실과 몸으로 체득한 혜안에 기본을 둔 내부경쟁이 어느 곳보다 치열한 마켓바스켓다.


이러한 경영방식을 경영학 전문용어로는 이해관계자 이론’(Stakeholder theory)라고 한다. 이는 기업을 주주 등의 이익만이 아니라 기업 내외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가치 창출 시스템으로 본다. 고객, 지역주민, 직원, 납품업자 등등이 이러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다. 이러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기업이 존재했기 때문에 그러한 기업의 정체성을 훼손하려는 이들이 이전 리더들을 쫓아내고 마켓바스켓을 맡게 되자, 모두들 집단적으로 반발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새로운 CEO들이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1963년부터 실시하던 이익공유제를 반대했고, 주주들에게 돌아간 이익을 위해 회사를 매각하려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새경영진이 일시적 위기감이 들자, 시간제 근무자의 노동시간을 줄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직원들은 직접 파업과 시위에 참여하는가하면, 납품업체들은 상품을 공급하지 않았고 고객들은 불매운동을 벌였다. 심지어 물건을 사도 재고가 빨리 비게 만들었다. 지역경제는 휘청거렸고, 정치권 조차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위기감에 중재를 나섰고, 이를 도외시한 주지사같은 정치인들은 불신을 받았다. 겉으로는 아서 T라고 하는 이전 경영자의 복직이 목표였지만, 실제로는 수천명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수백만명에게 값싼 식료품을 공급하는 마켓마스켓의 기업 문화를 지키려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의 투쟁은 힘겨웠지만, 마침내 성공을 하기에 이른다. 쫓겨났던 아서 T와 임원들이 복귀하고, 직원과 납품업체관계자들의 정상화 노동은 감동적이었다. 이런 감동적 결말은 책이 출간될 수 있었던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책의 결론이 이런 결과에만 그쳤다면, 별다를 것이 없었을 지 모른다. 왜냐하면 이런 기업들에게는 현실적인 고민들이나 과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익공유제의 유지는 천명했지만, 상환해야할 부채가 매일 15만달러며 전체액수는 10억달러에 달했다. 6주간의 파업으로 손실이 있음에도 4,600만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앞으로 보너스의 증가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내부 승진의 원칙도 도전과제였다. 그러려면 끊임없이 조직이 확장이 되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다. 직원 내부를 볼 때 파업으로 돈독해진 사이도 있고, 그렇지 않고 갈등의 골이 깊어진 예도 과제였다. 근본적으로 마켓바스켓은 여성이나 소수인종에 대한 배려가 적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백인 남성들이 주요임원을 맡고 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정체성과 변화의 딜레마를 극복해야할 과제도 있었다. 식품사업을 통해 지역에 봉사 서비스하고 직원은 가족터럼 돌보며 정당한 평가와 고품질의 상품 공급과 구매의 문화를 정체성으로 갖고 있지만, 환경에 적응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 언젠가 추구해야할 변화에 대해서 직원과 고객이 어떻게 반응할지 여전히 과제인 것이다.


이 책의 가치는 실제 사례를 통해 기업의 정체성에 대한 진실을 다룬 점이다. 1930년대 컬럼비아대학의 아돌프 벌(Adolf Berle) 하버드 대학의 메릭 도드(Merrick Dodd)는 각각 기업은 주주를 위해서 혹은 사회적 서비스를 갖추어야 한다고 논쟁을 벌였는데, 1970년대 시카고 학파의 유진 파머(Eugene Fama)가 주주이익의 최대화의 기여자인 CEO를 위한 스톡옵션을 주장하면서 기업은 주주와 CEO를 위한 도구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유행담론은 이제 비판에 직면했고, GE의 잭 웰치조차 주주가치 극대화는 가장 멍청한 생각이다. 주주가치 극대화는 결과지 전략이 아니다. 경영자가 신경을 써야할 주요 유권자는 직원, 고객, 제품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 직원, 고객, 공급업자, 주민등의 소유여야한다. 저자는 마켓 바스켓이 공정성과 인간존중이라는 중요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을 위해 사람들이 어디까지 행동하는지 보여준다고 말한다. 제임스 포스트 교수의 말대로 선순환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은 가족처럼 직원을 대하고 이익을 나누고, 직원은 자기의 성장과 기업의 성장을 동일시하면서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낀다. 납품업체들은 지역, 고객에게 큰 혜택을 주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는다. 또한 고객들은 자신들의 소비가 지역의 일자리 유지와 창출하고 기여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이런 점은 결코 기업을 적대적으로 보거나 소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서 멀다. 이 책에서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것은 마켓 바스켓 사례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의 강조다. 각자의 개성과 정체성을 통해 각 기업과 조직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통해 제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