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지만, 정약전은 흑산도에 유배 가서 동생 정약용처럼 책을 쓰지는 않는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책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약용이 쓰는 책들과는 다른 책을 준비하고 있었다. 즉 흑산도 앞바다에서 사는 물고기에 대해서 연구하고 이를 책으로 남기려고 한다. 자신이 직접 하나하나 물고기와 바다생물을 보거나 묻고 자료를 찾아서 정리하는 작업은 그렇게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강진에 유배됐던 정약용은 형처럼 자연의 바다에 눈길이 가 있지 않았다. 수많은 책들의 숲, 아니 고문헌들의 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있었다. 비록 그는 서울에서 멀리 바닷가에 유배는 떠나 있었지만, 인간 세상에 여전히 눈과 붓이 가 있었다. 그것을 말하자면, ‘관계’에 대한 주목이었다. 임금과 백성의 관계, 관리와 백성의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