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K POP 댄스(dance)의 생존투쟁기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2. 7. 6. 08:14

-더 댄스-한국 댄스 뮤직 100년사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 보면 희극이라고 했다. 댄스음악은 가까이 보면 희극이지만, 멀리 보면 비극이다. 즉 가까이 보면 우습지만, 멀리 보면 우습지 않다. 멀리 전체를 살펴보면 나름의 역사와 배경이 있고 매우 치열한 경쟁과 복잡다단한 계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강원래·박성건의 ·더 댄스-한국 댄스 뮤직 100년사는 그동안 가볍게 익숙하지만, 정리조차 되지 않은 댄스음악을 전체적인 시각으로 조망하고 있다, 이제야 이런 책이 나온 것은 어쩌면 그간의 현실을 되새겨 본다면 이해못할 일도 아니다.

 

이 글을 쓰는 오늘 댄스 음악 그룹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뮤직어워즈 4관왕에 올랐고, 블랙핑크의 안무 영상이 7억뷰를 돌파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뿐만 아니라 세계에 걸쳐 일어난 케이 팝의 인기는 댄스음악의 수난사에 빚지고 있다. 댄스음악은 항상 비난과 혹평에 시달렸지만, 댄스음악에 대한 대중적 선호는 꾸준했다. 왜 이런 이중성이 있던 것일까.

 

앞서 음악에 대한 편견 몇 가지가 있다. 음악은 감상이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다. 하지만 음악은 감상이 아니라 직접 연주하고 부르는 것이다. 또한, 노래보다는 악기 연주가 더 우월하다는 생각들이 있다. 특히 클래식 연주가 더 우월하다는 인식은 여기에서 비롯한다. 더군다나 목청보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평가절하한다. 또한 노래라면 가창력을 우선하기 때문에 춤 즉 댄스 가수들은 덜 평가받는다. 특히 인기에 비해 아이돌그룹은 가창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일찍부터 몸을 움직이는 댄스음악에 열광했다. 생각해보면,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노래만 부르는 것보다 힘든 고단위도이다. 여기에 여러 명이 군무에 호흡을 맞추는 퍼포먼스는 상상 이상이다. 노래 실력은 나이가 들어감에 갈수록 노련해져도 댄스 음악은 혈기 왕성한 청춘기에만 시도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제 아이돌 음악 나아가 댄스 가수들이 가창력이 낮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흔히 댄스음악의 부상이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의 시대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만큼 영상 매체의 발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을 전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보는 음악을 넘어 느끼는 음악으로 바뀌었다. 고전 시대에는 주로 뇌와 정신을 즐겁게 만드는 음악이 우선되어 잘 짜인 구조의 음악이나 관념적인 질서의 음악이 선호되었다. 더구나 이를 평가 향유 전파하는 이들은 소수의 지식이나 지배계급이었기 때문이다. 지식권력을 중시할수록 몸을 통한 행위 예술에 대해서는 간과하기 쉽다. 정치 계급에서 사회적 계층의 시대로 이동하면서 약간은 유연한 음악적 취향이 있었지만, 조선의 정악(正樂)처럼 당대의 지배 사상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서경덕(徐敬德)의 기()철학적 세계관이 지배 사상이었다면, 그렇게까지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경직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계급/계층적 질서가 붕괴되고, 대중음악 시장이 진전되면서 이제는 사람들이 갈수록 오감으로 느끼는 음악이 우선이 되었고, 이점은 댄스음악의 확산을 불러일으켰다. 아울러 지식 권력은 디지털 모바일은 허물어지고, 스스로 권위를 이용자와 팬들이 만들어가는 시대로 문화권력의 지형도가 바뀌었다.

 

특히,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90년대 댄스음악의 공헌은 더이상 댄스음악이 10대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30-40대에게도 소구력을 갖는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에 트롯 열풍에서 얼마나 트롯 장르가 댄스로 버라이어티해졌는지 알 수가 있게 한다.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댄스를 즐기는 시대로 진입한 것이고, 이를 방송국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1920-40년대 서양음악의 등장과 초기 댄스 뮤직에서 시작하여 해방 후 탱고, 맘보 열풍과 최초의 댄스 가수의 등장을 거쳐 전문 백업 댄서와 보는 댄스음악으로 진전되어 가는 과정은 대중민주주의 역사와 비슷한 맥락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지나칠까.

 

이 책은 무엇보다 당대에 현장에서 직접 댄스 가수로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모를 수밖에 없는 미시적인 내용들이 풍부하게 담겨있다. 이에 겉으로 드러난 사실보다 드러나지 않은 사실 특히 계보를 살피는데 적격이다. 이를 보자면 시시때때로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 같다. 때문에 이 책은 적어도 전문 연구자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2차 문헌적 연구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음반사나 기획사에 댄스음악과 별개인 투자/경영자들이 많았던 것과 달리 댄스 가수 출신들의 경영자들이 많아져서 스스로 케이 팝이 일정한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한국가요사에 대한 책들도 대개 전문 연구자들이 많았고, 대체적으로 문학 연구하듯이 접근한 경우가 많았고 악보가 아니라 가사 연구나 사회적 의미론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이런 연구는 실제 음악 창작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고 교양서에 불과해지는 경우가 상당했다. 결국, 재창작에 단절이 생겼다.

 

이 책에서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점은 댄스음악 가수들이 어느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혜성처럼 나타났다고 평가를 하는 이들은 전혀 그들의 세계를 모르는 이들이나 하는 소리였던 셈이다. 사람들이 인식되기 전에 얼마나 치열하게 활동을 했으며 그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창작 활동을 해나갔는지를 알 수가 있다.

 

물론 이 책에서 다루는 사례들은 대개 성공한 사례들을 중심에 두기에 치열하게 노력을 했어도 사라진 이들이 더 많았다는 점을 놓칠 수는 있다. 비록 현재 존재감이 없어도 현재의 케이 팝의 진화에 기여했음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분명 이 책은 댄스를 중심으로 시대에 맞게 개별 사례와 인물, 특정 사건들을 총정리하고 있기에 가요사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한층 확대시켜 준다. 다만, 행태와 현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댄스의 원리와 메커니즘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후속으로 통해서 시도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케이 팝의 현재는 단순히 기존 댄스에 덧붙이고 파생시키는 안무 연출 방식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글/ 김헌식(평론가,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정책학 박사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