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B급' 싸이 강남스타일이 한류의 대안이라고?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2. 8. 15. 12:29
'B급' 싸이 강남스타일이 한류의 대안이라고?
<김헌식 칼럼>한국엔 CNN같은 글로벌 미디어가 없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2012.08.11 11: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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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미국에 이어 프랑스 방송에서도 전파를 타며 전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재미있다. 싸이답게 대놓고 재미를 추구한다. 고급 재미는 아니다. 여기에서 재미는 개그 코드이다. 개그 코드는 슬랩스틱 코미디다. 이는 말보다는 몸짓이나 행동으로 움직이는 몸 개그다. 이른바 화장실 개그코드인데 이를 낮춰 B급 코드라고 한다. B급 코드에는 반드시 성적 코드가 있기 마련이다.

음악 측면에서는 마카로니 음악에 반복적 후크송을 결합시키고 있다. 테크토닉 음율까지 결합시켜서 트렌드와 부합하지만 복고적인 코드를 지향하고 있다. 댄스 면에서 볼 때 무엇보다 강점은 혼자 추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수용자들이 집단 군무를 열린 공간에서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다. 이는 젊은이들의 집단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는 강남 스타일의 말춤을 모방하는 동영상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악원과 싸이가 함께 만든 응원가에는 이런 집단 군무를 시도할 댄스가 없다.

노래는 나름대로 사회문화적 맥락을 가지고 있다. 강남스타일은 한국에서 강남의 사회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스타일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 강남스타일과는 관련이 없다. 다만 싸이가 강남토종이며, 자주 강남코드로 자신의 활동토대를 삼았을 뿐이다. 강남코드를 연상할 수 있지만 싸이는 강남코드를 비틀고 있다.

왜냐하면 강남코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강남스타일이라고 허세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강남스타일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본능에 충실한 남성성을 강조할 뿐이다. 강한 수컷 본능을 강조하는 것은 마초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희화화의 대상이 스스로 된다. 강한 수컷 본능의 분출은 말춤과 같은 독특한 안무로 대변된다. 안무와 이미지는 성적인 연상을 강화한다.

강남은 항상 선망의 대상이지만 언제든지 희화화의 대상이 되기 쉽다. 강남스타일을 모든 사람이 다 충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강남스타일을 패러디 하면서 대구, 부산, 인천, 충청 등 다양한 지역이 등장했다. 또한 스타일이 강조되는 점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자신이 어떤 스타일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자아의 표현욕구가 매우 강한 현대인들의 심리를 대변한다. 강남스타일을 강변하는 싸이의 태도는 자신의 스타일에 자신만만하고 싶은 현대인 특히 세계 젊은이들의 개성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사회문화적 맥락이 과연 다른 나라사람들에게 얼마나 전달이 될까? 그런 점에서 문화 할인율의 벽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는 강남스타일에 쏟아지고 있는 시선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를 의미한다.

유수의 언론이 다룬 이유는 노래의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다. 겉으로 드러난 두 가지 측면 때문이다. 단순 반복적인 음과 안무 그리고 뮤직 비디오의 영상 때문이다. 그것들 관통하는 것은 코믹한 성적 코드다. 언론의 주목은 많은 이들이 클릭했고 따라하며 패러디한다는 사실 자체이지 음악성이나 음악이 담고 있는 문화적 맥락은 주목의 대상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류의 모범적인 모델로 평가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이런 콘텐츠는 금방 소모되어 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CNN의 파급력이었다. 해외의 주목 때문에 국내언론들은 이에 대한 평가기사를 내쏟았다. 그 핵심에는 CNN의 신로와 권위가 있었다. 외신은 국내에서 어떤 기준과 가치보다 우월성을 갖는다. 더구나 다른 군소매체도 아니고 CNN에 직접 소개되었다. 그것은 결정적인 윈도 효과였다.

이 대목에서 아무리 인터넷 시대라고 하지만 방송의 위력을 여전히 실감하지 않을 수없다. 특히 글로벌 미디어는 인터넷 보다 단기간 순간적 영향력을 폭발적으로 방출하는 창구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류 전략의 성공은 단순히 콘텐츠를 만드는데 집중하는 데 있지 않다. 앞선 문화코드의 한계와 아울러 글로벌 미디어 차원에서도 <강남스타일>은 전적인 대안은 아니다.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도 요원하다. 한국에는 글로벌 미디어가 없다. 전 세계는 고사하고 아시아지역에 영향력을 미치는데도 한계가 있다.

당장에 인터넷의 동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유통 소비된다. 한류의 전략은 이런 점을 추구해야한다. 싸이의 음악 자체에 올림픽 선수 응원하듯 열정을 쏟을 이유는 없다. 싸이의 주식을 산 경우는 빼고 말이다. 결국 싸이는 국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더 집중하게 될 뿐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