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호프집 왜 뻥튀기를 공짜로 막 퍼줄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9:53

<김헌식 칼럼>호프집 왜 뻥튀기를 공짜로 막 퍼줄까

 2011.01.08 11:39

 




[김헌식 문화평론가]호프집에 들어가면 안주 주문 여부에 관계없이 종종 마른 과자인 뻥튀기를 무료서비스로 내놓는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는 경우에 호프 한 잔에 안주 없이 뻥튀기를 안주 삼기도 한다. 하지만 곧 호프 한잔을 다 비우게 되고, 다시 한잔을 시키게 된다. 

술잔이 늘어나니 안주를 시키게 되고 애초의 예산범위를 넘어가게 되어 사용을 절제하려던 카드를 꺼내들게 된다. 여기에서 뻥튀기는 미끼안주가 된다. 어떻게 보면 '늪 안주'라고도 할 수 있다. 무심코 발을 들여놓았다가 차츰 빠져드는 늪 같은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무심코 하나 집어먹었는데 자꾸만 먹게 되고 그것이 술 소비량을 늘리게 되고 나중에는 더 많은 술과 안주를 시키게 하니 말이다. '한 발부터 먼저 들여놓기 기술´ (A Foot in the door technigue)기법보다 더 심하다. 

술을 배울 때 우리는 뻥튀기가 목이 마르게 하는 특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도 모르면서 맥주를 마셨다. 심지어 삼겹살집에서는 뻥튀기를 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삼겹살집에서 목이 마르다고 소주를 벌컥벌컥 마시지는 않는다. 

술이 잘 들어가게 하는 것은 뻥튀기만이 아니다. 사실 뻥튀기는 생리적이므로 당연하다. 뻥튀기가 몸의 물기를 흡수해가니 목이 마르고 맥주를 마시게 하니 말이다. 호프집에서는 보통 음악이 시끄럽다. 소비와 밀접한 이유가 있다. 프랑스 브르타뉴-쉬드대학교 행동과학과의 니콜라스 게강 교수는 18~25세 사이 40명의 술 마시는 행동을 분석했다. 

술집 주인의 허락에 따라 보통크기인 72데시벨에서 시끄러운 소리크기인 88데시벨까지 바꾸어 관찰했다. 사람들은 소리가 클수록 더 많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실험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왔다. 주크박스에서 음악이 나오는 상황에서는 평균 3.77병의 맥주를 주문한 반면, 음악이 나오지 않을 때는 2.44병을 주문했다. 머무는 시간도 차이가 났다. 음악이 없었을 때는 30.26분이었지만, 음악이 있을 때는 89.03분이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소리가 크면 사람들이 열 받게 되고 이를 식히려고 맥주를 들이켜게 되는 것일까. 일부분은 맞지만 전부 맞는 것은 아니다. 일단 음악소리가 크고 빠르면 사람들은 대화하기가 힘들어져 그 사이에 술을 더 먹기도 한다. 즉 대화가 끊기는 사이에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술을 먹거나 다른 사람에게 술을 더 권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술 소비는 더 늘어난다. 한편, 시끄러울수록 사람들은 크게 말을 하게 된다. 크게 말을 할수록 몸에서 열이 나고, 목도 컬컬하게 된다. 따라서 맥주를 들이켜게 된다. 빠른 음악을 틀면 그만큼 흥분과 각성의 정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술도 빨리 먹는다. 빠르고 소리가 큰 음악이 제격이 된다. 

흔히 손님이 하나도 없는 맥주집에서는 술맛이 안 난다. 술이 취하는 속도가 빠르고 그것이 계속 유지될수록 사람들은 흥겨운 술맛을 느낀다. 그 조건 가운데 하나가 주변의 시끄러움, 즉 소음인 것인데, 맥주집은 넓게 사람들이 들어차고 소리가 울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면에 독주를 파는 공간은 이와 관계가 없다. 너무 쉽게 취하면 곤란하기 때문에 오래 앉아서 많은 독주를 조금씩 먹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음악은 잔잔하고 느리다. 

음악이 시끄러운 곳은 롯데리아나 맥도날드같은 패스트후드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공간의 의자는 맥주집과는 달리 불편하다. 이는 신나는 음악으로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려는 것이다. 패스트후드점을 이용하는 이들은 대부분 지갑이 두둑한 이들이 아닌데다가 그들이 먹을 수 있는 한계효용상 음식의 양은 한정되어 있다. 

저녁시간대에 대형유통점에서 신나는 음악을 들려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때는 낮과는 달리 빠른 음악을 튼다. 패스트후드점은 오랫동안 앉을 수 없도록 자리를 불편하게 만들어놓았다. 대형유통점에 편안하게 앉을 공간은 없이 빨리 카터를 끌다가 나가야 한다. 국내의 한 조사에 따르면 매장에서 음악이 나오면 물건을 빨리 고르고 계산대로 가게 된다고 답한 비율이 51.9%였고, 그렇지 않다는 답이 26.3%에 불과했다. 다른 실험에서 음악이 나오지 않을 때 고객이 매장에 머무른 시간은 119.86초였고 느린 음악이 나올 때는 127.53초 빠른 음악이 아닐 때는 108.93초였다. 

음악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영향력을 행사한다. 영국과 호주의 연구팀에 따르면 음악을 듣고 있는 이가 자전거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가 하면 농구선수에게 음악을 들려주면 프리스로 성공률이 높다는 연구논문도 발표된 바가 있다. 영국의 슈퍼마켓에서 사람들이 프랑스 음악이 나올 때는 프랑스 와인을 선택한 비율이 48.7%, 독일 와인을 선택한 비율이 9.75%였다. 독일 음악이 나올 때 독일 와인을 선택한 비율은 26.83%였고, 프랑스 와인을 선택한 비율은 14.63%였다. 그런데 음악이 자신의 선택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답한 사람은 7%에 불과했다. 즉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음악이 선택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자신들은 합리적으로 와인을 구매했다고 여길 것이다. 

술집의 음악이 시끄러우면 맥주가 잘 들어간다고는 하지만, 무조건 시끄러운 음악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아니다. 즐겁게 시끄러운 음악이겠다. 또한 음악의 종류에 따라 소비하는 술이 다르다. 고전적인 음악이 나올 때 사람들은 와인을 더 많이 먹거나 소비했다. 오히려 팝음악이 나오면 와인을 소비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음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앞선 인지심리학적 실험결과와는 달리 문화콘텐츠 차원의 선별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요즘 커피전문점에서는 이미 본점에서 엄선한 곡만 각 매장에 들려줄 정도로 치밀한 계획 하에 움직인다. 한국의 대형유통매장에서는 일반매장에서 가요를 많이 틀고, 세련된 브랜드를 지향하는 공간에서는 팝송을 튼다. 전자제품 매장에서는 텔레비전 광고음악을 통해 소비를 촉진하려 한다. 이러한 점은 한국의 문화적 특수성을 반영한 음악콘텐츠를 일선에서 사용한 결과 얻어진 것이다. 

문화가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행동을 하도록 한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항상 영화 < 올드보이 > 의 오대수(최민식)다. 또한 그를 무의식으로 지배하는 이우진(유지태)가 되기도 한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