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할머니들을 기다리는 이유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4. 24. 16:29

할머니들을 기다리는 이유

2001.07.11 19:36

대형 할인 마트가 이제는 우리 일상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조그만 구멍 가게들도 이제는 대부분 자취를 감추고 대형화된 슈퍼들이 곳곳에서 자본의 새로운 움직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렇게 구멍가게가 자취를 감추고 있어서 소수, 덩치 작은 장사치는 대형 자본을 전진 배치한 장사치에 밀려 자취를 감추는 모양새다.

그러나 우리 할머니들은 오늘도 아파트 입구나 도로 변에서 어김없이 자리를 지키고 계신다. 요즘에는 집에서 직접 기른 참외며 오이 가지를 가지고 나오신다. 좋은 시설에서 곱게 키운 것이 아니라서 모양은 예쁘지 않고 때깔도 곱지 못하다.

참외는 대부분 울퉁불퉁 못 생겼다. 못생기면 무조건 상품성이 떨어진다. 대형매장에는 택도 없다. 결코 들어가지 못한다. 못생기면서 크기만 또 천하 제일이면 그야말로 제일 하위 상품이다. 오이는 작달만하고 곧게 뻗은 것이 아니라 할머니 허리처럼 잔뜩 꼬부라져 있다. 이도 최하품이다.

대형 할인매장의 것은 모양과 색깔은 예쁘다. 그리고 요즘에는 예쁘게 포장까지 되어 있다. 그러나 대형매장의 것들은 미리 따거나 마구잡이로 운송하기 때문에 맛과 상태는 엉망인 경우가 많다.

반면에 할머니들이 가지고 나오시는 과일과 채소는 볼품은 적지만 그 맛은 최고다. 잘 익거나 먹을 만한 것을 적기에 따오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의 인정이 느껴진다. 언제나 아주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참외 한 쪽씩 갈라먹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한 마디씩 나눈다. 대형 할인 매장에서는 맛볼 수 없는 정경이고 사람 사는 맛이다.

노점은 불법이므로 언제나 쫓겨가는 할머니들을 바라보면서 언제나 할머니들을 기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형매장이 아무리 자본의 힘으로 득세를 한다고는 하지만 이 할머니들을 대신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