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와 비교문화

[한류 업그레이드] 혁명 넘어 新문화 정착하려면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2. 2. 18. 15:28

[한류 업그레이드] 혁명 넘어 新문화 정착하려면

더 친근하게 더 가깝게 ‘SNS 날개’ 달고 세계속으로

[세계일보]
한류는 트렌드다. 몇년 반짝이고 사그라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세계 문화의 변방에서 개화한 새로운 문화 흐름이다. 미국의 할리우드, 남미의 텔레노벨라(Telenovela: 라틴 드라마), 일본의 ‘쿨 재팬’ 등에 견줄 문화다. 

나라 밖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게 햇수로 벌써 십수년을 헤아린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에서 태동했으니 인생사로 치면 청소년기에 접어들었다. 발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 안팎의 기대가 많다. 더 견고해지고, 더 사랑받고, 더 많은 이들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다. 

2012년 십대 중반의 나이테를 더해가는 한류의 현재와 꿈을 묻는다.

해외 팬들은… 더 애틋하고, 열정적이고

“새해를 신주쿠 한인타운에서 시작한 친구들이 많아요. 자신에게 기쁨을 주기 위함이지요. 장근석 브로마이드 사진을 곁에 두기로 한 사람들도 많을걸요.”(일본 도쿄 한류 팬, 야마모토 미오)

“올가을에는 강원도로 템플 스테이를 다시 떠날 예정입니다. 나중에 한국을 더 알 수 있을 거예요.”(폴란드 바르샤바 한류 팬, 요안나 리핀스카)

우리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세계인들의 반응이 뜨겁다. 세계일보에 연재됐던 ‘아시아 한류 현장을 가다’와 ‘한류,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취재 당시 만났던 한류 팬들에게 연락해 얻은 답변들이다.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 20개 가까운 나라의 팬들의 대답은 대동소이했다. 한류에 대해서 “한국 노래와 드라마 덕분에 행복하다”에서부터 “한류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희망에 이르기까지 한류는 많은 이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류 분야는 초기 드라마와 K-팝에서 스포츠, 한의학까지 넓어지고 있다. 그래도 대세는 케이팝이라는 게 문화계의 대체적인 공감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도 한류의 인기는 실감 난다. 2011년 1년 동안 유튜브의 케이팝 동영상 조회 수는 25억 차례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M·YG·JYP엔터테인먼트 소속 K-팝만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세계 230여개 나라에서 23억 차례가 넘는다. 산술적으로 지난해 세계 인구 2명 중 1명꼴로 한 차례는 조회했다는 이야기다.

한류 스타는… 신비주의에서 벗어나 소통에 나서고

드라마와 K-팝 스타들을 향한 팬들의 사랑은 여전하다. 한류 드라마 촬영지가 인기를 끄는 등 스타를 향한 팬들의 사랑앓이는 계속됐다. 그 여파도 이어졌다. 아시아에 한류 폭풍을 몰고 온 ‘대장금’과 ‘겨울연가’는 남이섬으로 관광객을 불러모았고, 외국인이 자국에서 한국 음식점을 열어 성공한 사례도 흔하다. 국내에서 반응도 여전하다. 겨울연가의 배경이 됐던 남이섬은 동남아 팬들로 붐비고, 서울 종로구 계동의 좁은 골목은 일본인 여성들로 붐볐다.

하지만 해외 팬들로서는 아쉬운 대목이 있다. 스타와의 만남은 힘들었다. 드라마 주인공은 그저 그들이 원할 때 잠시 잠깐 얼굴을 비추는 신비로운 존재였다. 그런데 최근 일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류 팬의 지형을 10대까지 낮춘 스타들이 나서고 있다.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와 ‘매리는 외박중’ 등으로 여심에 파고든 배우 장근석이 대표적이다. 그는 신비주의를 벗어나 있다. 작품 출연도 잦다. 지난해 영화 ‘너는 펫’에 출연했고, 올해는 윤석호 PD의 ‘사랑비’의 주연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다. 한류 붐을 일으켰던 윤석호 PD는 장근석을 가리켜 “신비주의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스타가 아닌 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친근하고 일상적인 스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행복감을 느꼈던 팬들의 요구가 다양하게 이어지는 이유다. 자기 감정과 표현에 솔직한 팬들은 SNS 등을 통해 스타들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퍼나르고, 자국어로 번역한다. 영국의 한류 전문가인 제러미 복은 “배우는 몇 차례 드라마 출연 이후 사업에 치중하고, K-팝 스타는 수익형 콘서트에만 얼굴을 드러낸 채 팬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회피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이런 1세대형 스타들보다는 앞으로는 자신의 소소한 느낌이나 일상을 드러내는 스타들이 더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K·팝 따라하기’인 커버댄스 열풍은 동남아를 넘어 중동·동유럽까지 확산되고 있다.
기획사는… 현지화 나서며 문화격차 줄이고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은 올해 한류의 생산유발 효과가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0년의 4조9824억원에 비해 1조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지화는 한류 공고화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다.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문화상품도 현지화를 거치지 않으면 생명력이 짧다. 현지화 과정을 거칠 때 해외 팬들은 좀 더 편하게 소비한다.

SM의 신인 프로젝트는 현지화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다. SM은 올해 한국에서는 한국인 멤버가 주축인 엑소케이, 중국에서는 중국인 멤버가 주축인 엑소엠의 공식 데뷔를 알린다. 한국과 중국에서 같은 시간에 동일한 곡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두 댄스 그룹이 같은 노래와 춤을 각기 다른 언어로 활동할 예정이다. 해외 현지에서 오디션으로 일부 멤버를 뽑아 댄스그룹을 양성했던 기존의 방식에서 좀 더 진화된 시스템이다.

정부는… 한류 전파의 산파를 자임하고

한류 확산과 전파에는 정부도 적극적이다. 마침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올해 신년 목표로 한류 장관을 표방했다. 한류 콘텐츠 개발과 수출을 장려하는 프로그램들이 늘 전망이다. 한류 전파의 거점이라고 자임하는 해외문화홍보원도 확충된다. 현재 21곳에서 헝가리, 멕시코, 인도, 태국, 벨기에, 브라질, 이집트가 더해지면 올해 말까지 28곳으로 늘어난다. 

한국 알리기 못지않게 한류가 실질적인 생산자에게 그 성과가 돌아갈 수 있도록 분위기 마련도 필요하다. 지식재산권과 저작권 보호 장치를 확고히 해 대중음악 등 문화계 종사자들의 창작 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 방안과 연구 풍토 조성도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통상부, 교육인적자원부 등의 여러 기관이 한류 붐에 편승해 여러 신설 팀과 각종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으나 중복적인 예산 투입만으로 끝날 수 있다. 그만큼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글·사진 박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