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와 비교문화

[한류 로드가 열린다] 재무제표만 보고 투자땐 낭패… 독창성·대중성 평가해야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2. 2. 18. 14:59

[한류 로드가 열린다] 재무제표만 보고 투자땐 낭패… 독창성·대중성 평가해야


롯데카드가 후원하는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 문화콘텐츠 강국 위한 금융권 과제는

대영제국 시절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위용을 과시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재정적자와 만성적인 노사분규로 '병들고 늙었다'는 조롱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는 문화산업을 육성해 젊고 활기찬 '창조 영국'으로 변화를 꾀했다. 문화산업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인식하고 규제완화와 조세유예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영국의 문화관광부 격인 DCMS는 연간 4억2,000만파운드(한화 약 8,000억원)를 예술지원 펀드로 투입한다. 특히 영국 메세나협의회인 A&B의 중소기업 예술지원 매칭펀드 사업에 연간 600만파운드(한화 약 120억원)를 집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문화콘텐츠산업 지원정책은 이제 막 첫 단추를 끼우는 수준이다. 1999년 정부 주도 아래 문화산업진흥기금을 조성, 영세 콘텐츠 기업을 지원했지만 이마저도 2006년에 폐지됐다. 이후 중소기업청이 영국 A&B의 매칭펀드를 벤치마킹해 모태펀드를 운용해오고 있다.

민간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그나마 정부 기관과 연계해 자본력을 지닌 일부 금융사들이 문화콘텐츠산업 지원에 서서히 나서고 있는 정도이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수출입은행ㆍ기술보증기금ㆍ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은 야심 차게 문화산업완성보증제를 도입했지만 시중은행이 참여한 것은 7년이 지난 지난해였다.

완성보증 규모는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문화콘텐츠산업 전체를 활성화하기에는 턱없이 미흡한 실정이다. 주요 투자자로 나서야 할 금융사가 아직까지 문화콘텐츠 투자에 거부감을 갖고 있어서다.

거부감의 가장 큰 요인은 문화콘텐츠의 사업성을 계량화해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문화산업에 투자하는 정부 운용 모태펀드 역시 전문가의 '감(感)'에 의존해 투자를 결정할 정도다. 시중은행 중 문화콘텐츠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행은 기술보증기금과 2년간의 연구로 융자 평가모형을 개발하기는 했지만 아직은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문화콘텐츠진흥원도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의 문화콘텐츠 평가모형을 몇 차례 들여와 보려고 시도했지만 한국 특성에 맞지 않아 포기했다.

또 전문가들은 문화콘텐츠산업을 재무제표로만 평가해서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2008년 '신한문화콘텐츠대출'을 내놓았다가 2010년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문화콘텐츠 기업들이 까다로운 보증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보증지원 횟수가 연간 10회에도 미치지 못해서다.

현재 시중은행들의 완성보증 형태의 지원마저도 제작사들 사이에서는 대출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불만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연구팀의 백승혁 박사는 "문화콘텐츠산업은 여신 결정 때 재무제표나 담보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아이템의 독창성이나 대중성 등을 주요 지표로 평가해야 한다"며 "콘텐츠 제작사들의 노무투자에 대한 부분을 인정해줘 제작사들도 경쟁력을 쌓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미기자 yium@sed.co.kr

[한류 로드가 열린다] "체계적 금융지원 시스템으로 'K컬처 세계화'의 씨앗 될 것"

문화콘텐츠 육성 나선 조준희 기업은행장

첫 전담부서 신설 등 애정 과시

"5~10년후 핵심 성장동력 자신"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근무하던 조준희(사진) 기업은행장은 당시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지난 2002년 일본에서만 2,4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러한 대작을 완성한 기술자 10명 중 8명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조 행장의 눈길을 끈 것이다.

조 행장은 “한국인들이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음악 등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탁월한 DNA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제대로 된 금융지원시스템만 뒷받침 된다면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믿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조 행장에게 불현듯 찾아왔던 문화콘텐츠 육성의 꿈은 10여년이 흘러서야 싹을 틔웠다. 2010년 12월 은행장 자리에 오른 조 행장은 취임사에서 “녹색산업이 금융의 수종사업으로 자리매김 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하면서 “특히 문화컨텐츠산업 등과 같이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바로 이듬해부터 문화콘텐츠 육성 사업을 실행에 옮겼다. 지난해에 ▦문화콘텐츠 보증부대출 ▦완성보증부대출 ▦문화콘텐츠 동반성장협력대출(CJ E&M, 초록뱀 등) ▦문화콘텐츠 금융투자 등으로 총 942건에 1,776억원을 지원했다.

특히 기업은행은 리스크를 완화하고 잠재력 있는 문화콘텐츠 중소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문화콘텐츠 평가모형을 개발, 적용하고 있다. 또 대출이나 투자지원에 나설 때 외부전문가로 구성된’문화콘텐츠 추천위원회’에서 사업성 등을 집중적으로 검증한다.

기업은행이 다른 시중은행보다 발 빠르고 치밀하게 문화콘텐츠 지원사업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조 행장의 또 다른 이력도 작용했다. 조 행장은 6~7년 전부터 중소기업중앙회의 콘텐츠산업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며서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착실히 준비해온 것이다.

그리고 올해에는 기업은행의 유일한 신설조직인 문화콘텐츠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기업은행은 물론이거니와 시중 금융권에서는 최초의 시도였다.

조 행장은 최근 문화콘텐츠 사업부를 방문해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당장은 빛을 보지 못하겠지만 5~10년 뒤에는 문화콘텐츠 사업부가 기업은행을 이끌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설 사업부서에 대한 은행내 기대감도 높다. 부서원 중 2명을 사내 공모 방식으로 선발할 당시에도 모두 63명이 지원해 치열한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또 사업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콘텐츠진흥원와 창업투자회사, 대기업 콘텐츠사업부에서 전문가 3명을 영입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당장은 대출의 90%가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해 이뤄지지만 머지 않아 가능성 있는 문화콘텐츠 사업에 직접 투자할 계획도 갖고 있다. 또 기업은행 대출을 통해 완성된 작품이 해외 진출에 성공했을 경우 수익금을 나누는 방식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다.

조 행장은 “시중 은행 중에서는 그 누구도 가 본적이 없는 길이기에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도 “기업은행의 행보가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의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는 작은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유미기자 yium@sed.co.kr

[한류 로드가 열린다] <2부> ⑤ 의료도 코리아로



"서프라이즈 한국 의술"… 美·中·중동 환자들 방한 줄잇는다

성형수술서 암 등 중증 환자까지… 작년 외국인 11만명 이상 입국

정부, 2018년까지 40만명 유치… 의료·관광수입 1조5,000억 기대

"메디컬비자 발급절차 간소화이어 쇼핑 등 접목 복합시설 확충 시급"


6세부터 소아형 당뇨와 그에 따른 만성 신부전증에 시달린 파티마 알알리(35)씨. 신장이식 수술을 원했지만 자국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는 물론 미국병원에서조차 "잦은 혈액투석과 수혈로 이식 후 거부반응 위험이 높아져 수술이 어렵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그런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바로 한국의 의료진이었다. 

지난달 17일 그는 신장 공여자인 남동생 칼리드 알알리씨(24)와 함께 입국해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치료에 필요한 비용은 15만달러(약 1억7,000만원)였다. 이식 시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한 치료과정을 거쳐 지난 1일 이식수술을 받았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 그의 몸은 이번주 말이면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그는 "한국 의료기술이 매우 만족스럽다"며 "어릴 때부터 앓아온 당뇨병 완치를 목적으로 췌장이식 수술도 할 계획인데 이 수술 역시 한국에서 받겠다"고 말했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를 찾은 중국인 A씨(43ㆍ사업가)는 성형수술 비용으로만 7,000만원을 넘게 지불했다. A씨는 얼굴 각 부위의 주름을 제거하는 수술과 함께 전신 지방흡입, 복부성형술, 눈 수술, 코 수술, 지방이식 등을 동시에 받았다. 

의료 분야에서도 한류(韓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중국ㆍ일본인들의 성형ㆍ미용에 대한 관심에서 촉발됐던 의료한류는 최근 미국ㆍ중동 등 세계 각지에서 암ㆍ뇌혈관 수술 등을 필요로 하는 중증 질환 환자들까지 아우르고 있다. 

◇외국인 환자유치 연간 10만명 돌파=8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를 찾은 외국인 환자 수는 11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환자 수는 지난 2008년 2만7,480명에서 2009년 6만201명, 2010년 8만1,789명으로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가 사용한 비용 역시 껑충 뛰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이 치료 목적으로 국내를 방문해 사용한 돈은 1억1,560만달러(약 1,302억원)에 이른다. 

성형과 피부미용에만 집중돼 있던 진료과목도 암과 뇌질환, 심장질환, 고도 중증질환 환자 위주로 다양화되고 있다. 2010년 중증질환 환자 비율은 전체 환자의 12%에 달하는 9,993명에 이르렀고 이들의 의료비 지출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 550억원에 달했다. 

복지부는 올해 외국인 환자 유치 목표를 15만명으로 잡았고 큰 무리 없이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동우 보건산업진흥청 국제의료정책팀장은 "아부다비보건청과 환자송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노력으로 UAE에서만 연간 3,000명 이상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들 대부분은 선진의료를 찾는 중증질환 환자로 진료비 수익만 연간 2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병원ㆍ정부 의료관광 올인, 의료한류 이어질까=의료한류를 이끄는 힘은 한국 의료진의 뛰어난 의료기술과 서비스에서 나온다. 

의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의료진의 성형ㆍ위암ㆍ간이식ㆍ뇌종양 등의 수술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수술효과는 좋으면서도 비용은 미국의 3분의1 수준이라 해외 환자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은 수술 전 대기시간이 긴 데 반해 우리나라는 치료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몇 시간 만에 끝나는 원스톱 종합검진 시스템 등에 매력을 느껴 최근 미국 등지에서 단체로 방문해 종합검진을 받고 가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공항에서부터 병원까지 환자를 데려오는 픽업 서비스나 호텔 예약 서비스 등은 기본적인 사항이다. 심지어 외국인 환자를 위한 전용 게스트 하우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외국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병원들의 움직임도 숨가쁘다. 강북삼성병원은 오는 16일 국제클리닉을 주한 외국인과 관광객의 접근이 용이한 태평로 삼성본관 지하 1층에 개설하며 고대안암병원은 지난해 국제진료센터를 병원 내에서도 가장 접근성이 좋은 병원 로비 입구에 배치했다. 

양ㆍ한방 협진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경희의료원은 전담 간호사 2명이 상주해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1대1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해외환자 상담은 24시간 가능하다. 최근 늘어난 러시아 환자들을 위해 러시아어 통역직원도 2명이 상주해 있다. 

홍성범 BK성형외과 원장은 "최근 늘어나는 중앙ㆍ동남아시아권 환자를 위해 기존 중국어ㆍ영어ㆍ일본어 담당 코디네이터와 상담실장 이외에도 몽골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에서 오는 환자를 전담할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라며 "외국인을 위한 다국어 홈페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으로 진료를 원하는 외국인을 위해 초청장ㆍ수술예약증명서를 발급해 신속하고 원활한 비자 발급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ㆍ병원 대외신뢰도 더 높여야=복지부는 오는 2018년까지 외국인 환자 40만명 유치를 목표로 세웠다. 보건산업진흥원 측은 외국인 환자 수가 40만 명까지 늘어나면 의료비와 관광수입은 1조5,090억원에 이르고 1만6,000여명 이상의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한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뛰어난 의료기술을 대외적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나갈 필요가 있다. 

한 팀장은 "중증 환자가 자신이 치료 받을 의료 서비스 제공 기관을 고르는 것은 생명과도 직결된 엄청난 문제"라며 "내 목숨을 이 병원에 맡길 수 있느냐를 판단할 때 해당 국가와 병원의 신뢰도는 매우 중요한 척도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인프라 부족도 문제다. 외국인들이 치료만을 목적으로 국내를 방문하는 경우는 드물기에 관광ㆍ쇼핑 등이 접목된 복합시설이 필요하다는 것. 의료통역사 등의 전문인력 확충, 외국인 환자 배상 시스템 정착, 해외 환자 고유 문화에 대한 이해력 증진 등도 점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복지부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와 국내 의료기관과의 직불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메디컬 비자 발급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송대웅 의학전문기자 sdw@sed.co.kr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한류 로드가 열린다] <2부> ③ '글로벌 안방' 파고든다



유통도 'K파워'… 홈쇼핑·대형마트 등 亞 영토확장 잰걸음

지난달 21일 태국의 한 24시간 홈쇼핑 방송.

한국의 주방 브랜드인 ‘셰프라인’의 프라이팬을 소개하는 방송에서 쇼호스트가 프라이팬의 기능을 시연하는 모습을 지켜본 현지 방청객들이 탄성과 박수를 보냈다. 태국 홈쇼핑에서 방청객이 등장한 것은 처음이었다. 

방청객 아이디어를 낸 것은 국내 홈쇼핑업체인 GS샵이다. GS샵은 자사 태국 방송인 ‘트루GS’에 한국의 쇼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방청객을 접목시켜 현지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한국 유통업체들이 한국적인 특성과 K팝 등 한류 문화에 대한 선호도를 앞세워 아시아권 시장을 중심으로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해외시장의 유통망을 장악하면서 한국 상품의 대표 무역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국내 유통업체들이 현지에 자리잡게 되면 중소 협력업체들의 해외시장 판로를 뚫어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유통 한류 바람의 선봉에는 TV홈쇼핑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동남아 시장이 주요 무대다.

최근 트루GS의 하루 평균 매출은 4,000만원까지 증가했다. 개국한 지 3개월 남짓밖에 되지 않았고 한국 초기 홈쇼핑 판매 수준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게 GS 측의 설명이다.

GS샵은 최초 24시간 홈쇼핑 채널인 ‘홈샵18(HomeShop18)’을 통해 인도에서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기준 취급액이 1,000억원을 넘어섰으며 매년 무려 70%씩 성장하고 있다. GS샵은 앞으로 중국을 비롯 아시아 신흥국가로 꾸준히 진출할 계획이다.

CJ오쇼핑도 해외사업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ㆍ인도ㆍ베트남 등 4개국에 진출했다. 특히 지난해 초에는 유통 선진국인 일본에까지 발을 디뎠고 중국에서만 현재 상하이 등 3개 지역에서 홈쇼핑을 운영하고 있다. CJ오쇼핑은 오는 2013년에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 마트들도 홈쇼핑 못지않게 영토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 대형 마트들은 창고형 점포를 선보인 경쟁업체들과 달리 백화점급 서비스와 매장 구성으로 현지인에게 고급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대형 마트 중에서 해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롯데마트. 롯데마트는 해외 진출 4년여 만에 해외 점포 수가 국내 점포 수(95개)를 넘어섰다. 해외에서는 중국(95개)ㆍ인도네시아(28개)ㆍ베트남(2개) 등 해외에 125개 점포를 열었다. 롯데마트가 특히 강세를 보이는 곳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미 까르푸ㆍ월마트ㆍ데어리팜 등과 함께 대형 마트 빅4로 성장했다. 

1997년 중국 상하이에 점포를 열며 해외 진출에 나선 이마트는 중국에서 18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중국 내 6개 점포를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해외 진출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말까지 하노이 1호점을 오픈해 베트남에 진출할 계획을 짜놓고 있다. 

백화점도 질세라 롯데백화점이 글로벌화 전략에 적극적이다. 

롯데백화점은 중국(베이징점ㆍ톈진점)과 러시아(모스크바점)에 해외 점포를 운영 중인데 이어 연내에 중국 톈진 문화중심점, 웨이하이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점을 새로 오픈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중국 심양점, 청두점, 베트남 하노이점을 차례로 출점할 계획이다. 

한국 유통업체의 해외 진출 열풍은 국내 중소기업 제품의 세계화로 이어지는 시너지효과를 낳고 있다. 

베트남 SCJ TV에서는 락앤락, 도깨비방망이, 해피콜 양면팬 등 한국에서 명성을 쌓은 중소기업 제품을 소개해 인기를 모았다. 전통 화덕을 이용하는 인도인에게는 한국 홈쇼핑에서 소개한 키친아트 직화오븐이 신선한 반응을 얻었다. 국내 중소기업 ㈜홈파워의 실내 빨래건조대는 인도에서 월 평균 판매량 5,000개를 기록하고 있다.

강희태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은 “협력업체들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서로 동반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성진기자 talk@sed.co.kr

[한류 로드가 열린다] 패션·뷰티 등 고부가 토종 소비재 산업 글로벌 시장 새 주역으로 뜬다


뉴욕 버그도프굿맨 백화점의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매장에서 현지 고객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구호·준지·아모레퍼시픽 등

美·유럽 종주국서 매출 쑥쑥

국내 패션ㆍ화장품기업들도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고부가가치 소비재산업의 새로운 글로벌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패션ㆍ뷰티산업 종주국에서 새 역사를 쓰고 있다. 

패션ㆍ뷰티산업의 세계화는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럽과 미국 등 종주국으로 이미 턴어라운드한 상태다. 중국 시장의 내수화는 목표 달성에 거의 근접해 있다. 국내 1위 패션기업 이랜드는 중국 시장 점유율 2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데 이어 올해 중국 패션 매출이 국내 패션 매출을 추월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패션 대기업들은 국내 디자이너와 공동으로 출시한 브랜드를 잇달아 구미권 패션 종주국에 선보이며 '패션 한류'의 주역이자 후원자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현지 유명 브랜드의 인수합병(M&A)에 잇달아 성공하며 달라진 국가 브랜드를 입증하고 있다. 제일모직의 여성복 브랜드 '구호'는 지난 2010년 미국 뉴욕에서 첫 패션쇼를 연 후 총 4번의 컬렉션을 통해 '디자이너 브랜드'의 이름값을 높여가고 있다. 디자이너 정욱준과 선보인 '준지'는 최근 '파리 컬렉션'에 열 번째로 참가, 호평을 받으며 프랑스ㆍ이탈리아ㆍ미국 등 해외 15개국에서 매년 30% 이상의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오롱FnC의 잡화 브랜드 '쿠론'은 올 3월 프랑스ㆍ이탈리아 등의 세계적 유통업체들이 비공개로 진행하는 '벵돔 럭셔리 트레이드쇼'에 초대되며 수출에 청신호를 켰다. 남성 캐주얼 브랜드 '시리즈'는 최근 국내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남성복 전시회인 이탈리아 '피티'에 정식 참가, 해외 매출 확대의 토대를 닦기도 했다. 또 제일모직과 이랜드는 지난해 각각 이탈리아의 유명 잡화 브랜드인 콜롬보와 만다리나덕의 새 주인이 되면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최대 화장품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은 중국ㆍ미국ㆍ프랑스를 3대 해외사업 축으로 삼아 오는 2015년까지 해외 매출을 29%로 확대할 계획이다. 2003년 '아모레퍼시픽'과 2010년 '설화수'를 뉴욕 버그도프굿맨백화점에 입점시키는 등 미국 최고급 백화점에서 2개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향수 브랜드 '아닉구탈'을 인수, 10여년 전 인수한 '롤리타 렘피카'와 함께 글로벌 향수기업의 토대도 마련했다. 

1990대 말 베트남 등지에서 국내 드라마 수출을 중개하는 마케팅을 전개하며 초창기 한류의 발판을 닦았던 LG생활건강도 최근 일본 1위 통신판매 화장품업체인 '간지 스테파니'를 인수하는 등 한국 뷰티 브랜드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