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와 비교문화

한류의 뒷모습 '구멍가게식 엔터산업' 손본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2. 1. 8. 18:41

한류의 뒷모습 '구멍가게식 엔터산업' 손본다



■ 공정위, 시스템 대대적 개선 나서

매니지먼트사 우월적 지위 불공정 행위·횡포 만연

등록제 유도해 난립 방지… 권리 보호 가이드라인 추진

한류 바람을 타고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으로까지 떠오른 엔터테인먼트산업(이하 엔터산업). 적지 않은 부모들이 어린 자녀들에게 연예인 되기를 장려할 만큼 선망 직종이 됐지만, 산업 관점에서의 업계 시스템은 여전히 구멍가게 수준이다. 극소수의 스타 뒤에선 수많은 연예인 지망생들이 '노예계약' 등 기획사의 횡포에 신음하고 있다. 정부가 이 같은 엔터산업의 불공정 관행을 개선코자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제도 개편에 나섰다.

엔터산업의 구조적 문제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경쟁법학회에 의뢰해 5일 제출 받은 '연예매니지먼트산업 실태와 경쟁정책적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엔터산업은 간판만 화려한 구멍가게에 가깝다. 1990년대 들어 방송사의 외주제작이 늘어나면서 활성화한 연예매니지먼트산업은 90년대 후반 대형화와 함께 연예인 발굴ㆍ육성, 매니지먼트, 콘텐츠 제작, 캐릭터 등 부가산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영역을 확장했고 최근엔 활동 범위도 글로벌화하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악취가 진동한다. 무엇보다 스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시스템이 갖가지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스타 한 명을 키우기 위해 들어가는 막대한 교육비(보컬트레이닝, 연기지도, 숙식 등)가 초기에는 전적으로 연예매니지먼트사의 부담이다 보니, 각종 편법을 사용해 이를 연습생, 비(非)인기 연예인, 심지어 제작사에게까지 전가하고 있다.

연예 학원은 연기ㆍ가수 지망생에게 과도한 교육비와 성접대 등을 공공연히 요구한다. 연예매니지먼트사는 비인기 연예인에게 '재계약'을 빌미로 임금 포기, 야간ㆍ휴일근로 등을 빈번히 강요하지만 약자 처지인 비인기 연예인과 연습생들은 저항할 수단이 마땅찮다.

최근엔 대형화 바람을 타고 연예매니지먼트사가 제작사까지 합병, 수직 계열화를 이루면서 연예인을 보호할 의무(매니저)와 최대한 이용해야 할 유혹(제작사)을 동시에 갖는 모순도 생겨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연예인에 대한 우월적 지위는 갈수록 더 커져 대형사 간 출연료 담합, 중소형 제작사 배제 등의 불공정 거래도 횡행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중앙대 조성국 교수는 "계약보다 인정을 앞세우거나 돈이라면 과거 인연은 쉽게 버리는 윤리의식 부재, 왜곡된 남성중심의 성문화 등이 엔터산업을 크게 해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피해 막을 제도는

공정위는 보고서가 제안한 엔터산업 제도개선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우선 무능력하고 비윤리적인 연예매니지먼트사 난립을 막을 진입 규제. 현재는 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아무 제한 없이 연예기획 사업을 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최소한의 자본, 관련 시설 등을 갖춰 '등록제'로 유도하는 방안이다. 결격사유를 법으로 정해 주기적으로 검사하는 안도 제안됐다. 아울러 매니저들에 대한 자격시험 제도를 도입해 질을 높이자는 의견도 나왔다.

노예계약을 막기 위해서는 공정위의 기존 표준약관을 대폭 보강하고, 업계가 지킬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정해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발표곡의 권리도 기획사에 귀속되거나 계약 종료 후 채권ㆍ채무를 연예인에게 떠안기는 등 부당 사례를 금지조항으로 담자는 것이다. 여성 연예인에게는 별도의 보호장치를 둬 성접대 강요나 사생활 침해를 적극 보호하는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

이밖에 미국의 영화배우조합(SAG)처럼 연예인들의 단체 협상력을 높일 조직을 신설하고 연예매니지먼트사의 수직 계열화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제시됐다. 또 현재 연예 학원에는 학원법, 모델에이전시는 직업안정법, 전속계약서는 약관법의 적용을 받는 등 제 각각인 법률도 통합해 연예산업 전반을 규율할 새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우선 연예계의 불공정약관이나 거래상 지위남용 등 공정거래법의 관련 부분을 보완하고, 이 법을 벗어나는 부분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허정헌기자 xscop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