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와 비교문화

한류에 빠진 외국인, 한국기업 취업행렬 신드롬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2. 2. 18. 15:20

한류에 빠진 외국인, 한국기업 취업행렬 신드롬

LG, 작년 50명 뽑는데 2000명 지원 
삼성도 외국인직원 2년새 20% 늘어

◆ K-POP을 넘어 한류 3.0 <2부> ② ◆

지난해 8월 LG전자 CS해외운영팀에 입사한 엘리아스 캉고고 씨(24)는 아프리카 케냐 출신이다. 고등학교 시절 한국 드라마 '황진이'를 본 후 한국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졸업 후엔 한국으로 유학왔다. 캉고고 씨는 "전공인 IT 분야에서 좀 더 배우기 위해 대학 졸업 후 한국에 머물기로 결정했다"며 "케냐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며 한국 문화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한국 생활이 익숙하다"고 말했다. 한류에 빠진 외국인들이 한국 기업들로 몰려들고 있다.

예전엔 외국인을 고용하려면 높은 연봉 등 쏠쏠한 반대급부를 줘야 했지만 요즘은 한류를 타고 한국에 정착하는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본사에서 근무할 외국인 50여 명을 몇 차례에 나눠서 뽑았는데 지원한 사람은 총 2000명이 넘었다. 평균 경쟁률이 40대1 이상이었던 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한류 등으로 한국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채용 때 좋은 인재가 많이 몰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국내외 사업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인력은 9만4802명(2010년 기준)에 달한다. 2년 전에 비해 2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케냐 출신 엘리아스 캉고고 LG전자 CS해외운영팀 사원. <사진 제공=LG전자>
삼성 관계자는 "삼성 브랜드 파워와 한류 덕분에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외국 우수인력들이 삼성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임원 승진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삼성그룹 외국인 신임 임원은 8명이다.

한류에 빠져 한국 기업행을 택한 외국인들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 중국인 시량윈 씨는 어학연수를 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경희대 국문과로 아예 학적을 옮겨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무역학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2010년부터 하나대투증권에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국내 기업공개(IPO), 부동산, M&A 등 업무를 맡고 있다. 시씨는 "한국에서 더 많이 배우고 싶다"며 "교육과 비즈니스 한류를 통해 한ㆍ중 관계가 돈독해졌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폴란드 유학생인 막달레나 프리스카 씨는 한국에서 1년간 어학연수를 마치고 자국으로 돌아가 작년에 취직했다. 그녀가 젊음을 걸 직장으로 선택한 곳은 다름 아닌 한국계 전자회사였다. 한류에 빠져 한국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기업에 대한 시선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삼성 LG는 폴란드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기업"이라며 "한국 기업 경쟁력이 워낙 높은 데다 한류까지 더해져 이미지가 더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대학 어학당은 이들 같은 외국인 학생들로 넘쳐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거나 장학금 혜택을 받고 온 중국인이 대부분이었으나 요즘은 태국 베트남은 물론 유럽에서 온 학생들도 보인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류 콘서트가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현지 젊은이들 사이에선 K팝이 대세를 이루게 됐고, 스웨덴 학생들도 씨엔블루와 인피니트 등 한국 가수들 노래를 즐겨 들을 정도다.

한류 열풍에 취한 유럽 대학생들이 3주~두 달 과정으로 한국을 찾아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 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류에 대한 관심이 한국에 대한 우호적 이미지로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국외 마케팅과 글로벌 인재 채용 등에서 수혜를 보고 있는 것이다.

[정승환 기자 /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