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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K 연애 콘텐츠는 세계적으로 왜 부각되고 있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2. 11. 19. 18:52

-“일반인 출연 예능 프로그램의 부활”의 의미와 개선

 

본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일반인의 참여를 전제로 했다.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프로그램에 왜 일반인의 참여가 관건인지는 방송 프로그램 출연자의 특성 때문에 일어났다. 보통 방송 프로그램은 전문 배우나, 예능인, 코미디언 등이 만든다. 이들의 역량과 수준은 높고 완벽하다. 오랫동안 훈련받고 방송 경험도 풍부하기에 실수조차 없이 시청자들이 원하는 내용을 전달해주는 듯싶다.

 

그런데 이런 방송 콘텐츠는 마치 정제된 포도당 같다. 이는 몸에 흡수는 빠르고 혀에는 달지만, 정작 몸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인위적으로 구성된 각본에 따라 고도로 연출된 방송 프로그램은 특정한 구성 법칙이나 연출 원리에 따라 만들어지고 참여와 출연자들에게는 특정한 방식과 기획에 따라 디렉팅이 이뤄진다.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 상품을 생산하는 효율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동소이한 형식은 내용을 보이게 된다. 소수가 기획하고 연출하는 형식과 내용은 상상력조차 빈곤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더구나 삶의 방식과 양태들이 매우 다양하게 생성 분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시청자들의 욕구들은 폭발하고 있었다. 일방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이 전달되는 방식도 더는 시청자들이 무조건 수용하지 않았다.

 

방송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관점과 가치관도 바뀌었다. 이전에는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선망과 경외의 태도였다. 출연자들은 우러러봐야 할 스타의 반열에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그들은 우러러볼 여지는 점점 더 적어졌다. 인위적인 연출과 가공의 설정, 구성 내용이 지닌 허구성은 사실은 물론 진실성까지 의심받게 되었다. 또한, 이런 맥락에서 더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사실이며 진실성이 있다고 했지만 결국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마치 정제 포도당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즉 건강에도 좋지 않았고, 혀에도 너무 자극적이었다. 매체 폭발로 경쟁은 치열해지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방송 프로그램의 강도가 더 심해질수록 시청자들은 오히려 멀어졌다. ‘이래도 안 웃을 거야?’라고 강박하는 듯싶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음식만이 아니라 방송에서도 유기농을 원하고 있었다. 그 유기농 방송 프로그램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다.

 

초기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홈비디오 방식이었다. 시청자들이 집에서 찍은 홈비디오를 보내면 이를 방송 제작진이 모아서 자막이나 방송인들의 토크를 곁들여 방영했다. 일상생활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기 때문에 공감의 폭이 컸다. 내용에 혼자만의 생활도 있겠지만 주로 가족의 이야기가 많았다. 여기에는 아기는 필수였고 반려동물로 점차 확대되어 갔다. 단지 시청자가 촬영한 콘텐츠는 연출되지 않고 진실성이 충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아니므로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진전되기 힘들었다. 점차 소재도 비슷해졌다. 따라서 방송국에서 일반인을 직접 불러서 리얼리티를 살린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짝짓기 프로그램이라고 불린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다.

 

또한, 가족의 일상을 예능 방식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반려동물과 아이가 빠지지 않게 되었다. 아울러 전문 예능인들도 분발해서 리얼리티를 살리기 시작했다. 무대본, 무연출, 무설정 이라는 3무 원칙이 적용된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매우 편집과 자막이 난무하고 출연자 스스로 인위적으로 만들어가기 때문에 오히려 또 하나의 인공 감미료가 점철된 느낌이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반인의 관찰 예능 방식이 부각 되었다. 수많은 디지털카메라를 활용해 직접 일상생활을 내밀하게 관찰하고 일상의 사소함에서 재미 요소를 끌어내는 것이 특징이 되었다. 하지만, 곧 일반인들의 진정성이 의심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런 와중에 관찰 예능조차 점차 연예인 스타들이나 그들의 가족, 반려동물들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인위적인 연출이 아니라 일상의 삶을 그대로 공개하고 날 것 그대로 드러내 주면서 일반인의 리얼리티를 녹여 내어 주목을 받았다. 심지어 결혼이나 연애 프로그램에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일반인 출연의 리얼리티는 어떻게 이에 대응했을까?

최근 한동안 주춤했던 일반인 참여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다시금 부활하고 있다. 그런데 공통점이 연애와 결혼이다. 티빙 환승연애는 방송 초기 논란에도 시즌 2에 들어섰다. 얼핏 봐도 일반적인 연애 매칭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연애를 시도하는 사람보다 이미 연애에 지친 사람들, 기존 연애를 끝내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이들로 채워진다. 무엇보다 논란이 된 점은 막 헤어진 연인들 8명을 한 곳에 숙박하게 하며 관찰 예능물로 제작을 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마음이 있거나 상처가 남아 있을 수 있는 커플들이 새롭게 시작할 수도 있거나 치유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복합적으로 섞은 포맷이다.

그렇다고 연애 매칭 프로그램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SBS 플러스 나는 솔로(Solo)’가 이런 유형에 해당한다. 특정 공간에 같이 숙박을 하게 된 일반 남녀 청춘들은 서로 이름이나 직업에 대해서 처음에 공개하지 않고, 점차 바뀌는 미션과 상황 속에 다른 반응을 보이고 심지어 갈등으로 극적인 효과도 자연스럽게 끌어낸다. ‘과 같은 고전적인 연애 매칭 프로그램과 다른 것은 액자식 중계방송 포맷이다. 사전에 촬영된 내용을 두고 진행자와 게스트가 일종의 스포츠 해설이나 관전평처럼 토크를 나누는 포맷인 셈이다. 이런 포맷은 미운우리새끼같은 관찰 예능 포맷의 인기 이후 손쉽게 일반화되었다. 물론 구성의 전체 관심은 과연 어떤 커플이 맺어질지에 관심을 모아가는 고전적인 포맷이다.

 

최근 일반인 참여의 리얼리티 프로에서 두드러진 점은 이혼이나 돌싱 그리고 재혼의 개념이 적극적으로 부각 되는 점이다. 이는 모두 이전에는 사회적으로 꺼려지고 피하고 싶은 대상이었다. 더구나 드라마도 아니고 예능의 소재로 사용하는 시도는 더욱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대개 이전에는 좋지 않은 현상으로 입에 올리기도 피했다. 개인들 특히 일반인은 더 감추고 싶은 사생활로 생각되어 왔다.

 

연애 매칭 프로그램이 연애 솔루션을 나름 모색한다면 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는 결혼의 현실적 사례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그 사례들은 결혼이 해피엔딩이 아니라 언해피의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을 부각한다. 그 현재형은 미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고민하는 사람들의 사례가 중심이 된다. 각각의 커플이 갖는 현실적 문제와 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때로는 충격적이기도 하다. 물론 단지 관음증적 시선에서 남의 집 부부간 싸움 구경을 하는 형식에 머문다면 방송의 공영적 가치가 훼손될 것이므로 이러한 포맷과 형식을 통해 결혼 생활에 관한 솔루션을 찾으려는 듯싶다.

 

또한, MBN ‘돌 싱글즈2’는 연애 매칭 프로그램이지만.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하나는 이혼을 한 출연자들이 중심이라는 점, 그리고 다른 연애 매칭 프로그램보다 강력한 결혼 의지 즉 재혼을 목적으로 참여한다. ‘나는 솔로(Solo)’가 연애 매칭을 표방하지만, 결혼보다는 연애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돌 싱글즈2’와 명확하게 차이를 드러내 준다. 특히, ‘돌 싱글즈2’는 표현이나 설정의 수준이 더 직접적이고 때문에 선정적인 장면이나 편집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커플의 동거를 설정하는 방식일 뿐만 아니라 시즌 2에서는 커플이 신혼여행을 바로 떠날 수 있게 설정했다. 연애와 결혼을 모두 경험하고서도 새로운 결혼 생활을 추구하는 참여자들이기 때문에 직진 스타일이 많다는 점에서 젊은 층보다는 중년 이상에서 소구력이 높다는 점이 차이가 있겠다.

이런 일반 참여 예능을 방영하는 채널은 지상파방송이 아니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종편이거나 케이블 TV에서 선을 보이는데, 이러한 점은 이미 자극적이고 통념을 넘는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일 수 있다. 사실상 이런 유형의 프로그램들은 화제성을 먹고 산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모바일에서 어마나 화제가 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다만 중장년층이 주목할 수 있는 이혼이나 재혼에 관한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은 올드 미디어의 특성을 그대로 배태하고 있기는 하다.

 

이런 프로그램은 나름의 컨셉과 사회적 가치를 부각하지만, 여전히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이 지닌 모순과 한계점은 여전하다. 우선 일반적인 연애 매칭 포맷의 경우 여전히 일반인 참여자의 목적이 의심받고 있다. 채널A ‘하트 시그널이후 이러한 모순과 한계는 더욱 심해졌다. 일반인 참여자의 외모와 스펙이 매우 강화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적어도 에서는 골고루 캐릭터가 배치되고, 안배되었던 사회적 다양성은 아예 사라졌다. 실제로 참가자의 많은 인원이 연예 활동을 했다. ‘연애 TV 전시회라는 개념으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방송 프로그램이 연예 지망생의 홍보 창구가 된다. 이러한 현상은 환승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로 벌어져 왔다. 연예인 준하는 외모를 지녔고, 실제 시즌 1 이후 연예계 활동의 발판으로 삼았다.

 

즉 이런 프로그램에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의 원리가 작동하는 모순이 내재하고 있다. 자신의 사생활을 오랫동안 TV에 노출하는 과정은 매우 힘든 노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지난 한 노동 과정을 통해 단지 얻고자 하는 것이 연애에 한정된다면 그 대가가 정말 충족할만한 것이 의구심이 든다. 자신의 치부를 포함한 사적인 정보가 내내 모바일을 영구히 떠돌아다닐 텐데 말이다. 더 큰 목적 가령, 진정한 목적은 정말 연애가 아니라 연예 활동일 수 있다. 그 때문에 그 진정성에서 의심을 받을 만하다. 겉만 일반 참여이지 실상은 다른 것이다. 물론 제작진은 이제 반반 전략을 추구한다. 마치 중국집의 짜짬, 짬볶면 같이 하이브리드(Hybrid) 전략을 꾀하는 듯싶다. 연예인에 준하는 외모와 스펙을 가진 이들의 끼를 활용하면서도 진짜 일반인 참여자의 출연도 섞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시청자들이 연예인의 사생활에 관음증 심리도 있고 일반인들의 현실감을 동시에 같이 느끼고 싶은 욕구를 같이 채워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순수한 일반인 참여자가 연예 지망생의 희생(?)이 되어도 아무도 책임이 없다.

 

이런 반반, 하이 브리드 전략은 비단 연애 매칭 프로그램에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결혼과 이혼 사이는 연예인들 더구나 걸그룹 멤버들도 등장시킨다. 그들이 프리미엄을 얻을 이유는 공정하지 않다. 다만, 매우 유명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과 같은 리얼리티의 신선함을 배가시킨다. 하지만, 덜 유명하다고 해도 삶의 스타일이나 패턴은 일반인과 여전히 다르다. 또한, 이렇게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는 것은 방송의 목적을 위해 일정한 설정과 연기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향후 활동을 위해서 일정한 홍보 효과를 꾀하는 분위기가 단번에 느껴진다. 그러므로 사실이라고 해도 진심을 느끼기 어려운 경우가 곧잘 목도 된다. 결국, 그러한 점을 시청자들은 감안하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시청자가 부담해야 할 짐인지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은 연예나 결혼에 관한 방송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제작, 공유될 것이다. 그것은 본능적이기도 하지만 문화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능의 욕망을 문화적으로 좀 더 높게 업그레이드시키고 싶어 한다. 사실 일반인 참여 예능프로그램의 포맷 자체는 매우 좋아 보인다. 청춘 남녀의 사랑을 연결해주는 것은 데이팅 앱이 난무하는 모바일 시대에 신뢰성 면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보인다. 또한, 결혼 생활에서 문제가 있는 커플에게 해법을 찾아주는 것은 국가도 못하는 일이다. 아울러 관련 사회단체도 못 하는 일을 방송이 나서준다면 방송의 공공성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편견 속에서 고통을 받는 이혼 경험자들에게 새로운 결혼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공공적 가치를 지닌다. 그런데 문제는 그 안에 어떤 사람들로 채워 넣는가의 문제이다. 일반인이라고 하지만 일반인도 아니고 그 안에서 다루는 고민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설정이라는 점 때문이다.

 

예능으로 다뤄진 연애-결혼-이혼은 그 중요성에 비해 항상 인공적 포도당의 위험성을 여전히 갖고 있다. 끝까지 일반 참여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생각해야 하는 점은 두 가지다. 시청자들은 선망이 아니라 감정이입하고 동일시할 수 있는 일상의 인물들과 사례들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좀 더 희망을 품기 바란다는 것이다. 비록 자신은 못다 이룬다고 해도 우리 사회에 어느 곳에서는 바람직한 사랑과 삶을 만들어주기를 방송에 바란. 이러한 점을 배반한다면, 결국 그것은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

 

/김헌식 (문화정보 콘텐츠학 박사, 인사이트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