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한국에서 옥시 불매운동 실패하는 게 소비자 탓?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5. 4. 15:07

-소비자들이 잘못이 아니라 주류 언론과 대기업의 상술이 문제


최근 한 종편의 간판 진행자가 우리나라에서 소비자 불매운동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것이 소비자들의 의식이나 소비문화 때문일까. 상대적으로 일본에서는 문제가 되는 제품에 대해서 철저하게 불매운동을 벌여 퇴출한 사례가 부각되었다. 유키지루시(雪印) 유업의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2000년 6월 이 기업의 저지방 우유를 먹은 145명의 사람들이 식중독에 걸렸다. 행정당국이 판매 자제를 요구하자 유키지루시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면서 피해자들과 개별 보상하는데 치중했다. 조사 결과 황색 포도상구균과 셀레우스균 같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이 발견되었다. 저장탱크의 밸브를 깨끗하게 닦지 않은 때문이었다. 그러나 공장장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공식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공식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금지된 해당 저지방 우유를 계속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크게 분노했고, 유키지루시 유업은 문을 닫아야 했다. 뒤이어 쇠고기 원산지를 속여 판매한 유키지루시 식품은 파산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소비자 불매 운동이 언급되는 이유는 옥기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때문이다.

유키지루시(雪印) 유업의 우유가 식중독을 일으키고 있던 때와 비슷한 시기인 2000년 옥시는 가습기살균제에 들어가는 내용물을 PHMG인산염으로 바꾸면서 외부기관에 검사를 의뢰를 했는데 이때 흡입독성실험이 필요하다는 자문 결과를 무시하고 그냥 판매했다. 원가절감을 위해서 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정부가 공식 인정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530명, 사망자는 146명이다. 이 가운데 103명이 옥시 제품을 이용했다. 2011년 4월, 20~30대 임산부 7명이 연이어 호흡곤란 증세로 아산병원을 찾아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 섬유화 증상이 나타났고. 결국 7명 가운데 4명이 원인불명 폐질환으로 사망했다. 공식 조사결과 원인은 가습기 살균제였다.

2011년 11월 질병관리본부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유해한 성분이 있다고 경고했고 회수 폐기 명령을 내렸다. 이유는 그것이 임산부 및 영·유아 폐 손상을 유발한다는 것이었다. 옥시는 2011년 폐손상 논란이 일자 그 사이 법인을 바꾼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민형사상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형사소송법에 법인이 존재하지 않으면 공소기각을 하게 되어 있다.(형사소송법 제328조) 옥시레킷벤키저에서 옥시를 빼고 레킷벤키저의 이니셜 RB을 따서 RB코리아가 되었다.

이는 이미 자신들의 잘못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대해 반박하기 위해 대학교수들에게 유리하게 실험을 하도록 조작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2012년 피해자들이 10여개 업체를 고발했지만 검찰은 보건 당국의 조사결과가 없다며 수사를 하지 않았다. 2013년이 되어서야 보건 당국의 인과관계 인정이 있자 검찰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올 1월에 특별 수사팀이 꾸려지게 되었다. 그 사이 옥시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자료를 파기하거나 조작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앞서 146명의 희생자를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더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컨대 2011년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사람은 ‘국민의 18.1%’ 였다. 이는 894만명에 해당한다. 가습기살균제 실험 때 60번 가운데 2번은 독성 성분이 고농도로 측정는데 894만명의 60분의 2는 29만명에 해당하는 것이다. 피해를 신고한 사람은 1528명인데 이는 추정되는 29만명의 1%에도 못 미친다. 사실 29만명도 적다는 지적도 비등하다.

2015년 12월 서울대 연구팀의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22%(1087만명)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해보았고, 이 가운데 20.9%(227만명)는 건강상의 피해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무려 227만명이 가습기살균제의 독성에 노출이 되었다고 여기는 이유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는 2011년 11월 수거 명령이 내려질 때까지 10년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으니 이런 결과는 당연한 노릇일 것이다. 그런데 2005년 대법원은 법인이 존재하지 않으면 이전에 법인이 행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남겼다. 그러니 옥시가 처벌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해당 기업에 대한 소비자 불매 운동일지 모른다. 그런데 이 소비자불매운동도 결국에는 잘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소비자들 본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왜 소비자들 본인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일단 많은 매체에는 옥시만 집중적으로 문제가 되었지만, 국내 다른 기업들도 문제가 있었다. ‘가습기메이트’(애경산업), ‘와이즐렉’(롯데마트), ‘홈플러스’(홈플러스), ‘세퓨’(세퓨), ‘이플러스’(이마트)등이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국낸 대형 유통3사는 옥시 제품 판촉(판매촉진)을 했다. 언제나 대기업들의 행태는 변함이 없다. 이에 대해서 많은 언론들은 주목하지 않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여론을 좌우한다는 거대 언론들은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소비자불매운동이 잘 안되는지 알 수가 있다. 주류언론들은 소비자불매운동에 대해서 관심이 없거나 곧 관심을 끊는다. 대기업들의 광고에 좌우되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수익이 된다면 마다하지 않고 제품을 판매한다.

대형 할인점들은 문제가 있는 제품이라고 해도 판매를 위해서는 홍보와 마케팅을 더욱 더 증대 시킨다. 해로운 제품에 인센티브까지 추가하기 바쁘다. 이러한 사회의 구조라면 소비자 불매운동이 왜 취약한 지 짐작할 수가 있다. 어디 그것이 소비자 때문일까. 옥시가 핵심은 아니다.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장악하고 있는 사회라는 것을 이번 가습기 살균제가 사례가 계속 보여 줄 것이고, 그러한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또 다른 소비자 피해는 계속될 것이다.

소비자들 때문에 불매운동이 안되는 것이 아니라 주류언론과 대기업의 상술이 문제일뿐이다. 민족성 운운하지 말아야 한다.

/정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