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특허관리 틈타 ‘합법’ 유통, 전체 상품 20%… 연간 피해액 1조
[동아일보]
어린이들의 대통령 ‘뽀로로’+엽기토끼로 유명한 ‘마시마로’=?
정답은 ‘마시뽀로’(마시마로+뽀로로)다. 최근 어린이들 사이에서 이 같은 퓨전 캐릭터의 인기가 높다. 하지만 퓨전캐릭터 제품 탓에 국내 캐릭터 산업이 고사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마시뽀로, 뽀로폴리… 퓨전캐릭터 확산
시중에 유통된 ‘마시뽀로’ 인형을 보면 마시마로의 축 처진 눈에 뽀로로 특유의 동그란 안경과 헬멧, 의상이 입혀져 있다. 인기 캐릭터의 특징만 모아 놓다 보니 아이들은 “종합선물세트 같다”며 호응한다. 세계 120개국에 수출된 토종 캐릭터 ‘뿌까’의 얼굴과 일본 인기캐릭터 리락쿠마(곰)의 몸을 합친 ‘리락뿌까’ 인형도 인기가 높다. 마시마로 얼굴에 헬로 키티(고양이) 특유의 수염과 핑크색 리본을 붙인 ‘마시키티’도 있다. 이 밖에 마시뿌까(마시마로+뿌까), 도라쿠마(도라에몬+리락쿠마)도 있다.
이들 퓨전 캐릭터 인형은 일부 장난감 가게를 비롯해 길거리의 인형 뽑기 자판기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두 살배기 딸을 둔 김은영 씨(35)는 “23cm 크기의 마시마로, 뽀로로 인형은 가격이 2만 원 정도하는데 마시뽀로는 6000원”이라며 “가격이 싼 데다 아이들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 불법 퓨전 캐릭터 피해 커져
국내 캐릭터 업체들은 퓨전 캐릭터들의 ‘습격’에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산업 규모는 2006년 4조5509억 원에서 2011년 7조591억 원으로 6년간 55.1% 증가했다. 2014년에는 1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퓨전 캐릭터 등 ‘짝퉁’ 상품이 전체의 20%를 차지하면서 연간 1조 원가량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마시마로’ 국내 라이선스사인 씨엘코 엔터테인먼트 최승호 대표는 “퓨전캐릭터는 명백한 디자인 특허 침해”라며 “가짜 탓에 10년 간 200억 원의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퓨전 캐릭터들이 정식으로 디자인 특허 등록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디자인보호법을 보면 널리 알려진 형상, 모양, 색을 결합해 창작한 디자인은 디자인 특허 등록을 받을 수 없다(5조 2항). 또 저작권을 침해하면 디자인 출원이 가능할지라도 상품화할 수 없다(45조 3항).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문화콘텐츠라이센싱협회가 특허정보검색서비스(KIPRIS)를 분석한 결과 퓨전 캐릭터 100여 건이 정식 디자인 특허로 등록됐다. 특허청은 기존 캐릭터를 충분히 사전에 숙지한 후 디자인 등록 허가를 내 줘야 하지만 이 과정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허청 디자인심사정책과 관계자는 “특허 출원을 할 때 짝퉁을 판별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라이센싱협회 조태봉 회장은 “뽀로로, 로보카폴리 등은 선행 디자인 검색 자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며 “(특허청) 담당자들이 사무실에서 서류심사만 하다 보니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보호법의 사각지대도 문제점이다. 뽀로로 인형으로 디자인 특허 등록을 받아도 뽀로로 모양의 가방은 다시 디자인 등록을 받아야 한다. 디자인 특허 등록이 캐릭터 자체가 아니라 캐릭터로 만든 상품별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진흥원 박병호 캐릭터 산업팀장은 “특허청에 캐릭터 디자인DB를 제공하고 디자인 특허 전문가들을 파견해 조언해 주는 방식으로 캐릭터 디자인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최서영 인턴기자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